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나서
오래간만에 글을 씁니다. 근 2주 만인데요. 오늘은 꼭 글로 남기고 싶은 경험을 하였기에 현재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음악이 주었던 놀라운 효과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점점 글의 주제가 피아노에서 음악 일반으로 확장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조만간 새로운 코너(매거진)를 마련하여 나눠서 작성할지 고민입니다. 뭐, 그래도 음악에 관한 지평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기분은 좋습니다. 그럼 오늘 제가 겪은 일을 잠시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어제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았습니다. 오래도록 고대하던 날이었지요. 지금까지 잔여 백신 예약 시도만 거짓말 보태지 않고 100번 정도는 하였습니다. 그런데 모두 실패했지요. 나중에는 매크로까지 사용하면서 시도해봤는데, 저보다 고수인 사람들이 있었나 봅니다. 아무튼, 정식으로 예약할 때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날로 잡았습니다. 바로 어제였죠. 일부 사람들은 후유증 때문에 맞기가 꺼려진다고도 하는데, 제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코로나19 감염 예방이 우선이었으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백신을 맞으러 가서, 잘 접종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집에 돌아왔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괜찮았습니다. 주사 맞은 부위만 조금 욱신거리고, 나머지는 멀쩡했지요. 오전에 백신을 맞았는데 밤 9~10시 정도까지는 평상시와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늦은 밤이 되니까 그때부터 몸 여기저기가 조금씩 욱신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대학교와 본가를 오가던 때에는, 지하철과 도보를 이용하면 편도로만 3시간가량이 소요되었는데요. 그렇게 한 번 왕복하면 밤에 녹초가 되어버립니다. 근데 어젯밤에는 마치 그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리한 일도 없는데 다리부터 쿡쿡 쑤시더라고요. 결국,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잠자리에 갔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컨디션이 회복되기는커녕 더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다리뿐만 아니라 팔뚝이나 목에도 근육통이 지속되었습니다. 약간 걱정이 되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까, 젊은 사람은 대략 90%가 백신 이상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시름은 좀 덜었는데, 몸 상태는 영 아니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마치 몸살이라도 난 것처럼 무엇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침대에 한동안 누워 있다가 다시 의자에 앉았습니다. 뭘 하려고 해도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그냥 노트북으로 음악이나 틀어놓았습니다.
몇 곡을 듣다가 제 귀에 확 들어오는 음악이 있었습니다. 그 음악은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알게 된 음악이었습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내내 함께했던 음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였죠. 원래는 좀 전에 출시된 곡이었는데, 저는 군대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니까, 그때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더군요. 거기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생활했던 일과들이, 이따금 보냈던 자유시간이 생각났습니다. 비록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가야만 했던 곳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애틋한 감정은 밀려왔습니다.
제 마음을 울린 건 또 하나의 동영상[1]이었는데요. 인상 깊게 들은 그 음악을 바탕으로 어떤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있었습니다. 그건 음반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한 게 아니라, 어느 개인적인 단체가 만들어놓은 듯한 영상이었습니다. 음악 가사에 맞추어서 뮤직비디오 장면을 구성한 듯했는데, 보고 있으니까 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내친김에 가사까지 찾아서 읽으며 음악을 들어보았습니다. 추억이 연이어 북받치니까 왠지 모를 감정으로 뒤덮이게 되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이 흘렀습니다. 음악 속에 담긴, 가사 속에 담긴, 영상 속에 담긴 희미한 무언가가 감정선을 자극해서였을까요?
잠깐의 시간 동안 회상에 젖어있다가, 이내 휴지를 꺼내어 눈가를 닦았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음악에 온 신경을 몰입한 것이죠. 애틋하면서도 강렬한 체험을 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때야 깨달았습니다. 이른 아침의 제 상태와 지금의 컨디션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요. 전신에 근육통이 느껴져서 뭐 하나 할 수가 없었는데, 음악을 듣고 나서 정신을 차린 이후에는 마치 백신 접종을 하기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정말 저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음악을 들었다고 이렇게 사람의 몸이 달라질 수 있다니 말입니다. 아니면, 그 30분도 채 되지 않는 순간에 때맞춰 백신 이상 반응에 몸이 완전히 적응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근데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제가 겪은 현상이 궁금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직접 검색해보았습니다. 음악과 눈물의 관계, 음악과 건강, 눈물의 효과 등을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눈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문헌이었는데요. 우리가 눈물을 흘릴 때는 여러 가지의 이점이 있다고 합니다. 일단, 대표적으로는 이물질이나 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해주거나 촉촉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지요. 하지만 생리적 기능 외에도 신체적·심리적 효과까지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울 때, 우리 몸에서는 마약 유사 성분이 배출됩니다(Opioid release). 이것은 여러 이점을 가져오는데, 신체적 및 감정적인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를 일으킵니다. 고통에 대해 무딘 감각을 제공해준다는 것이죠.[2]
눈물은 또한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불안감과 코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추어줍니다. 코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코티솔은 적당량 분비되면 혈압을 유지해주고, 면역력을 강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겪을 때는 코티솔 수치가 계속 높아져 있는 상태에 머무릅니다. 이는 근력을 감소시키고, 지방을 증가시키며, 골격을 약화시킵니다. 우울증이나 만성적인 피로감도 오게 되지요.[3] 따라서 눈물이 분비하는 옥시토신은 안정감과 행복감을 전달해줍니다. 말 그대로 ‘자기 진정 효과’를 갖는다는 의미죠.[4]
음악 이야기에서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군요. 정리해보죠. 음악을 들었을 때, 저는 감정이 고조되어 몰입하였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물은 인체에 긍정적인 기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아픔을 완화하고 편안함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요. 결국, 전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이 저를 살렸다!”라고요. 누군가에게는 그리 대단한 효용처럼 보이지는 않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음악은 우리의 인생 전체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쌓이고 쌓인다면 그 어떤 영양제나 비타민, 홍삼보다 강력한 생명력을 선사해주지 않을까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로 “하루에 사과 한 알이면 의사가 필요없다”는 말인데요. 저는 그것을 오늘만큼은 이렇게 바꾸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루에 음악 한 곡이라면 전문의가 따로 없다.” - JB Lee (접니다 ^^)
References
[1] "잔나비(JANNABI)_November Rain_Cover (unofficial M/V)" (2018. 03. 10. 게시).
https://www.youtube.com/watch?v=1EUQ4rLsgxg
[2] Gracanin, Asmir et al., “Is crying a self-soothing behavior?,” Frontiers in Psychology 5:502 (2014) p.8-9.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035568/
[3] 남주영, “코티솔의 두 얼굴,” <서울파이낸스>, (2020. 01. 22. 발행).
https://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9748
[4] 눈물의 효과에 대해 좀더 알기를 원한다면 다음 글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