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림 Apr 01. 2024

기업의 중대한 위기를 감지하기 어려운 이유

문제는 사람이다

기업의 위기는 마치 암과 같아서 빨리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위기 요소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결국 사업의 명운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위기 대응에 착수한다.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걸까? 이 문제는 회사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아주 단순하게 봐서 회사 내의 의사결정 구조는 상향식과 하향식이 있다. 보통 바텀-업(bottom-up)과 탑-다운(top-down)이라고 부르는 두 가지 방식이다. 물론 한국이나 외국이나 진정한 의미의 바텀-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회사 위기의 원인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대한 결함에서부터 불의의 사건 사고까지 다양한데, 실무 레벨이 있는 직원이나 실무 팀장은 보통 위기의 조짐을 알아채기 쉽다.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고,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나 사고도 대부분 그 전에 큰 실수나 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이런 원인을 미리 파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실무자들은 자신의 일이 늘어나고 문책까지 당할 수 있는 작은 징조들을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징조들이 혹시라도 의사 결정자들에게 보고되더라도 그 비중이 매우 크게 축소된다. 경험 많은 경영진이나 임원들도 실제보다 훨씬 작은 빈도로 보고되는 위기의 징조를 미리 파악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실무 레벨의 권한을 강화한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에서도 역시 위기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똑같이 어렵다. 이유가 뭘까? 


첫째로는 가장 빠르게 징조를 감지할 수 있는 실무 팀장은 보통 자신의 업무 내에서 생각과 경험이 한정되어 있어, 그것이 전사적인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실한 팀장이라도 그 문제를 보고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둘째로는 오히려 확실한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실무 팀장이 그 위기의 징조를 공유하지 않으면 회사의 누구도 그 문제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를 완벽히 숨길 수 있다! 소위 '사일로(silo)'가 많이 진행된 수평적 회사의 조직에서 이런 문제를 종종 보게 된다.


위기의 감지는 위기 해결보다 중요하다.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혼자 위기의 조짐을 말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하나씩 위기 요소를 꼭 말해야 하는 루틴이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이 사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위기 감지 시스템이란 것은 아주 거창한 것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의 프리미엄 시대가 오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