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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May 27. 2024

“자넨 생각이 많다.
필요한만큼 단순해야 한다”

마음에 새겨진 상사의 말 한 마디 3 - 지갑속 찢어진 16년 된 A4지

내 지갑 속에는 16년 넘게 들어있는 찢어진 쪽지가 있다. 지갑을 바꾸어도 그 쪽지는 언제나 내 지갑속에 있다. 지갑에서 돈이나 카드를 꺼낼 때 마다 그것을 본다. 매번 펴 볼 필요는 없다. 그 내용이 내게는 너무 선명하고 존재만으로 충분히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1. 패션 아동복 사업부 경영자를 할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6개 브랜드 총괄 경영자로 있었다. 나름 동일 시장에서 최대 매출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신규 브랜드도 두개나 런칭했다. 공격 경영으로 3개월에 30개 매장 오픈도 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매장당 매출은 오르지 않았고, 이익도 정체 상태에 직면했다. 그러던 중 최고경영자 컨설팅에 들어갔다. 


2. 그 날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컨설팅이 진행되었다. 

나는 전략기획실장, 각 브랜드 브랜드장들과 함께 분기 경영보고를 마쳤다. 다 끝나고 돌아서는 나에게 최고경영자께서 잠깐 남으라고 하셨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걸까? 뭔가 느낌이 좀 쏴 했다. 이런 경우 인재관련 이슈를 의논할 때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3. 그런데 그 자리에서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H전무를 잘 보라. (당시 그룹에서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내온 선배 경영자) 프로세스적으로 집중해서 단계적으로 간다. 자네도 한 두가지로 요약하고 단계를 추적하고 끈질기게 하라. 자넨 생각이 많다. 필요한 만큼 단순해야 한다.” 


당시 신규 브랜드 런칭 및 기존 브랜드 수성에 여념이 없었고, 신규 매장 오픈 위한 사업 설명회, 해외 현지 패션 수주회 등 나는 다른 사업부에서 해보지 않은 창의적인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위와 같은 조언을 해 주신 것이다. 


4. 사무실로 복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사실이었다. 위에서 모델로 들었던 H경영자는 당시 몇 년 전에 내가 상사로 모셨던 분이었다. 그 분과는 1년간 한 주도 빠짐없이 매주 하루 요일을 정해 내가 맡은 브랜드 핵심 매장을 순회했었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그 분과 함께 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5. 그 시절로 돌아가보면, H경영자가 처음에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었다. 

그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다소 평범해 보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지루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한가지 특징은 끝까지 집요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매주, 매월 쌓여가면서 서서히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가 맡은 사업부마다 큰 성과가 났다. 


6. 그날 최고경영자가 해 주신 조언을 보고서 한 켠에 급하게 받아 적었다. 

보고 후 그 종이를 찢어 지갑속에 넣었다. 그 뒤로 나에게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그것은 특히 내가 그룹 인사 총괄 책임자가 되었을 때 효과를 발휘했다. 그룹 경영자 양성 프로젝트를3년간 진행하고 또 다른 6년 후 그들을 그룹 각 법인 대표로 세우기까지 나는 한 가지 일과 사람에 집중했다.  그룹 경영자 세대교체가 완성된 것은 오로지 그 덕분이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이 일을 하도록 지원한 것이다.)


7. 한마디 조언의 힘은 참 큰 것 같다. 

내가 여러 일로 바쁘고 열매 맺지 못하고 있었을 때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조언이 나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주었다. 물론 이것은 내가 강점 테마로 갖고 있는 신념이나 연결자 강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때의 조언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힘을 분산해서 나름 중요한 여러 일들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침에 출근 전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한잔을 주문했다. 지갑 속 카드를 꺼내면서 오늘도 생각해본다. 나는 생각이 많은가? 필요한 만큼 단순한가?”


적용질문

1. 내가 들은 조언 중에서 지금까지 간직하고 적용해서 결과를 낸 사례를 하나 소개해보라. 

2. 내가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문장이나 단어는 무엇인가? 먼저 주변의 부하나 동료 직원에게 물어보고 당신의 경우도 소개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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