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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May 24. 2024

“말해줘서 고맙네”

마음에 새겨진 상사의 말 한 마디 2 - 내가 사회자자리에서 쫓겨난 이유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게는 큰 교훈으로 남아 있는 사건이 있다. 그리고 그 일은 10년이 넘도록 그룹 모든 경영자들의 기억에 남아 종종 회자되었다.


1. 그룹 전략참모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패션과 미래 사업 전략부문장으로 일하면서 최고경영자의 경영비서 역할도 하고 있었다. 매 분기마다 각 사업부를 평가하고 발표하는 일을 맡아 하기도 했다. 


2. 그 날, 각 계열사 대표와 참모들이 참여하는 상반기 1박 2일 평가회로 모였다.   

맨 처음 세션은 각 사업부 상반기 종합 평가 발표 순서였다. 나는 이전보다 멋진 PPT와 인상적인 발표를 했다. 참석자들은 박수소리와 표정으로 화답해주었다.    


3. 모든 것이 좋았다. 한가지 문제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 발표에 동의하지 않은 한 분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최고경영자님. “내 생각은 다른데요.” 순간 회의장은 급하고 강한 찬 바람이 불었다. 바로 평가회 마무리, 다음 순서부터 나는 사회자에서 제외되었다. 원래 1박 2일 진행은 나의 몫이었다.  


4. 다음날 아침, 좋은 글을 읽고 나누는 순서가 있었다. 

그 날 제목은 “묻지 않고 행함”…… 원래는 다른 글이었는데 아침에 대체된 것이다. 모두들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전준수 때문이다.  


5. 배경은 이랬다. 

원래 보고서를 나의 상사인 그룹 전략 임원과 함께 최고경영자께 보고한다. 보통은 내가 정리한 것으로 확정되곤 했었다. 물론 보고는 기본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좀 더 정교하게 하려고 심혈을 기울이다가 보고할 시간을 놓쳤다.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일어났던 것 같다. 

평가회 장소로 가는 차안에서 보고하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최고경영자께서 차에서 휴식을 취하셔서 보고도 못하고 현장 발표를 해버린 것이다. 


6. 나는 평가회 이틀간 뒤에서 아무 말없이 참여했다. 

불편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힘들었다. 내가 최종 평가자도 아닌데 그냥 무시하고 내 생각대로 한 격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이것은 아니다 싶어 상사와 상의하고 최고 경영자를 찾아갔다. 당시 상사께서 기꺼이 동행해 주셨다. 


7. 똑 똑! 노크하고 들어가 한마디 말씀드렸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무엇이 죄송한가?” “제가 평가 관련하여 미리 여쭙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했습니다.”…30초 같은 5초간의 침묵… 그리고 한마디…. “말해줘서 고맙네.” 머리 숙여 인사하고 나왔다. 


8. 그후 그룹 경영자들은 “묻지 않고 행함”이라는 제목으로 나를 기억했다. 

10년 넘게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를 잡았다. 그 사건은 내가 상사나 다른 협력 부서, 그리고 고객과 일할 때 가장 중요한 지침을 깨닫게 해주었다. 먼저는 상대에게 묻는 것이다. 


9. 피터 드러커는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5가지 원칙을 말한다. 그중 1번이, “물어보라”다. 나는 그것을 한번의 진한 기억으로 터득했다. 또한, 부하가 마음 졸이고 있을 때 상사의 품어주는 한 마디가 어떤 질책이나 많은 가르침 보다 효과가 크다는 것을 배웠다. 


10. 덧붙인 글, 

그 후 사업부장으로 발탁되었을 떼 비용이 많이 드는 큰 점포 계약을 할 때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했다. “왜 이것을 보고하죠?” (이 결정은 사업부장에게 권한이 있다) “저의 후임 경영자가 저의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기에 대주주께 보고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건이 두 번 있었는데 두 번 다 동일한 질문을 하셨다. 돌아보니, 어쩌면 이 사건 때문에 내가 그룹 인사총괄 책임자가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적용질문>

1. 커뮤니케이션의 1원칙인 “물어보라” 관점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정 혹은 회사에서 그것을 통해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2. 내가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 원칙 3가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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