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부진 임원 해결의 한 방법
1.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는 기업 컨설팅과 더불어 기업 대표나 임원 멘토링이 있다. 경영자와의 만남은 언제나 가슴 설레고 멋진 경험이다. 특히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의 인재와 조직을 준비하는 논의는 언제나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다.
2. 최근 모 대기업에서 임원 코칭 요청이 왔다. 내게 코칭을 의뢰한 이유는 분명했다. 내가 CHRO와 국내외 경영자 경험을 했기에 적임자로 보았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몇 가지 확인 후 거절하기로 했다. 내가 일하는 목적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 되었기에 여러 가능성을 시도해야 할 때인데,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3. 기업 임원 코칭은 보통 세 가지 성격을 띤다. 전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장 프로그램, 혹은 리더십 평판이 나쁜 개인에게 개선 기회를 주는 것, 마지막으로 임원 해고 수순이다. 문제는 세 번째 경우다. “우리가 당신을 개선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코칭 절차까지 거쳤다. 그런데도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헤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절차를 밟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4. 갑자기 코칭 요청이 온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세 번째 경우 같아서 질문을 던졌다. “이번 코칭은 본인이 요청한 것인가요? 아니면 회사의 요청인가요? 회사만의 요청이라면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당사자가 코칭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면 그때는 하겠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답변이 없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나쁜 선택이다.
5. 회사에서 임원은 일반적으로 역량과 성과에서 검증된 분들이다. 그런데 만약 임원이 된 후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그 1차적 책임은 회사에게 있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잘못 승진시킨 것이다. 혹은 조직 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때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로, 그가 승진 전에 잘했던 분야의 일을 다시 맡게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기여하고 잘 성장한 인재를 잃는 것이 제일 나쁘다)
또 다른 방법은, 현 상황을 솔직하게 피드백하고 본인에게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가령, 남은 계약 기간의 급여를 주고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임원이라는 자리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명예롭게 물러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만약 성과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 문제라면 이를 있는 그대로 오픈하고, 코칭을 받아 개선할 기회를 줘야 한다. 요약하면, 그를 바꾸든지, 그가 스스로 바뀌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6. 그런데 한 가지 기억할 것이 있다. 어떤 경우이든 진행 과정에서의 투명성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임원까지 발탁될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간 분명히 기여가 있었을 것이기에, 임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함께 일하는 동료나 부하들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다’는 오랜 경구를 새겨야 한다.
7. 만약 그 분이 코칭 받을 의사가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코칭을 통해 재직 중인 회사에서 성과를 내도록 돕든지, 아니면 그가 다른 회사에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도록 안내했을 것이다. 모두에게 알려진 좋은 회사에서 임원까지 승진했으니 기본 역량은 검증된 사람일 것이다. 오히려 조기에 물러나게 되는 것이 그에게 축복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실력과 상관없이 중간에 뭔가 잘못 꼬여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회사에서 쫓겨난 후, 다른 곳에서 큰 성과를 낸 사례는 많다)
어쨌든 회사와 임원 간의 불필요한 밀당을 하면서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차피 평생 직장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기여할 수 없는 곳에서 눈치 보며 근근이 버티는 것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앞으로의 20~30년을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적용질문
1. 당신의 회사는 성과나 평판이 나쁜 임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
2. 혹시 내가 그런 경우에 처한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만약 당신의 절친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당신은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