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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Oct 04. 2024

Plan B

창업자/상사의 변심을 대비하라


1. 엊그제, P 대표를 만났다. 그는 회사 오너로부터 브랜드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1년 반 전, 오너는 P 대표에게 “매출과 이익은 신경 쓰지 말고 브랜딩에만 집중하라”고 요청했다. 


2. P 대표는 전 직장에서 수익을 책임지는 것이 익숙했지만, 그 요청에 충실했다.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인프라를 갖추며 적자를 어느 정도 줄였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3. 그러나 본사의 재정 악화는 피할 수 없었다. 본사가 2년 만에 매출이 절반으로 줄고,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더 이상 작은 브랜드들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본사의 온라인 사업부로 통합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4. 이런 상황은 흔하다. 대부분 오너의 요구에 충실하려 하지만,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첫째, 오너의 요청을 100% 충족하기는 어렵다. 오너는 이미 오랜 시간 자신의      계획을 구체화했기 때문에, P 대표가 그 그림을 완벽히 이해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자원도 부족할 수 있다.


둘째, 외부 환경의 변화다. 시장과 본사의 자금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본사에 재정적      압박이 가해지면, 우선적으로 오너가 개인적 성취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부터 정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5. 많은 기업들이 본사 신축과 동시에 하락세를 겪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파킨슨의 법칙에 따르면, 기업이 본사 신축을 완료하면 그때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다는 경고가 있다. 이 법칙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바로 이 기업이다.


6. 그렇다면 P 대표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오너의 요구에 충실하면서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병행했어야 한다. 스타트업 중 1~2회 피봇팅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3.6배 더 높은 사용자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연구도 있다(Startup Savant). 고객과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이나 사업 모델을 조정해가는 것은 필수적이다.


7. 내가 알고 있는 한 탁월한 경영자는 본사의 책망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확신한 일을 병행했다. 2년 후, 그가 준비한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내었고, 회사 전체에 모범 사례로 확산되었다. 오너는 그의 초기에 대한 비판을 잊고, 그가 있었기에 성공했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8. 오너나 상사의 요청에 충실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변화에 대비해 자신의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오너나 상사가 지시한 일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주특기로 이룬 성과가 더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플랜 B를 갖고 있어야 한다.


적용 질문    

1. 오너/상사의 요청만 따랐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는가?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고, 지금이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 내가 하는 일의 플랜 B나      피봇팅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그 기준과 실행 방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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