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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5~20년 차, 왜 서류에서 탈락하는가?

부제: 기업의 블라인드 사이드와 개인의 전략

by 전준수

경력 15~20년 차, 이제는 베테랑이다. 그런데 왜 이직이 더 어려워질까?


최근에 이런 분들을 여럿 만났다. 팀원으로는 부담스럽고, 팀장으로는 의심받기 쉽다. 본부장 자리는 더 좁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서류 전형을 준비하면 좋을지 나눠보고자 한다.


사례: 20년 차 경력자의 도전

K는 글로벌 기업에서 20년간 커리어를 쌓았다. 신규 사업 개척, 콘텐츠 사업, 라이선스 관리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기업들은 그를 스카우트했고, 3년에 한 번씩 승진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직이 쉽지 않았다. 이력서를 냈지만, 서류 전형에서 자꾸 떨어졌다. "조직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


기업들은 그가 "몇 명의 조직을 이끌어 봤는가?"라는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K는 조직 규모보다 성과 중심으로 일해온 타입이었다. 이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직 문턱을 넘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반대로, 기업은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이직의 문을 여는 방법 3단계 작업

1단계: 이력을 펼쳐보라

당신의 모든 이력을 나열해 보라. 인생에서 헛된 경험은 없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확신을 가지고 돌아봐야 한다.

이력을 펼쳐 놓고 큰 그림을 보면, 스스로 쌓아온 경험과 강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만약 혼자 정리하기 어렵다면, 통찰력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업이 원하는 핵심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다. 단순히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복잡한 JD를 모두 맞추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작점이다.


2단계: 이력을 편집하라

앞에서 이력을 펼쳐 보았다면, 이제는 그것을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이력 중심으로 새롭게 편집할 시간이다. 본인이 진출하려고 하는 분야나 지원하려는 기업의 분야를 염두에 두고 몇 개의 이력서를 준비할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에 맞춰 과거의 경험을 모으는 작업이다.


이 과정은 자신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나만의 원석을 찾아 가는 단계다. K 정도의 경력이면 두세 개 정도로 분류해 볼 수 있다.


3단계: 이력을 구슬로 꿰라

이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스토리의 연결성이다. 단순히 경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왜 이 직무에 적합한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경력자는 두 개의 회사에서 적자 사업을 흑자로 전환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기 관리 전문가"라는 일관된 테마로 정리했다.


또 다른 경력자는 강한 네트워킹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발굴했다. 그는 "전략적 네트워크 구축 전문가"라는 차별화된 브랜딩을 만들었다.


커리어는 단순한 경력의 나열이 아니다. 핵심은 명확한 메시지와 강한 차별성을 만드는 것이다. JD와 관련해서는 상위 2개 정도와 명확하게 연결할 수 있으면 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나의 경력은 하나의 테마로 연결될 수 있는가?
둘째, 단순한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일관된 스토리를 만들었는가?
셋째, 나를 차별화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통해, 당신의 이력을 하나로 꿰어 자신만의 브랜딩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기업의 블라인드 사이드와 개인의 전략

기업은 특정 영역의 경험이나 조직 운영 경험을 강조하지만, 이는 기업이 저지르는 큰 실수일 수 있다. 보편적인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서류 전형을 진행하면, 정작 탁월한 인재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그런 기준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이미 현직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 기업의 일과 일치하지도 않는 편이다.


직무란 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넓게 설계되어야 하지만, 기업들은 당장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사람을 찾는 데 집중한다. 이로 인해 적절한 인재 배치에 실패하고, 업무 범위가 제한된 직원들은 의욕을 잃기 쉽다. 결국,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놓치고 평균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함정에 빠진다.


따라서, 누구나 예상할 만한 후보만 고르지 말고, "생각지도 못했던 인재"를 명단에 올릴 필요가 있다. 물론 엉뚱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되지만, 기존 틀에서 벗어나 강점과 경험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평균적인 사람을 뽑고, 탁월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놀라운 일이다.


내가 CHRO로 있으면서 매년 정기 인사를 할 때에도 일반 직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1/3 이상이 있지 않으면 평범한 인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했었다.


결론: 당신의 이력을 새롭게 정의하라

경력 15~20년 차는 이직의 문이 좁다. 마음이 움츠러들기 쉽지만 당신의 이력 중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잘 편집하고, 구슬로 꿰어 당신의 강점과 독특한 경험을 보여주라. 당신의 잠재력을 다시 보는 숨어 있는 가능성을 볼 줄 아는 우수한 기업들이 있다는 기대를 갖고 준비하라. 그 기업이 당신이 일할 곳이다.


기업들도 이미 평범한 인사로 인한 많은 실패를 경험한 바 있으니 조금은 더 담대함으로 문을 두드리면 좋겠다.


질문

1.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이력에서 가장 돋보이는 강점은 무엇인가?

2.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3. (경영자나 인사담당자) 그동안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라 당신만의 방식으로 인재를 보고 선발하여 성공한 2가지 사례는 무엇인가? 그 비결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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