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다면 평가, 당신이 몰랐던 진실과 실전 활용법
얼마 전 한 기업의 임원 멘토링에서,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최근 2년간 회사에 큰 공헌을 했고, 상당한 주식까지 지급받을 정도로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인간관계 책을 더 이상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는 순간 멈칫했다. 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말했다.
"제가 더 많은 일과 사람을 맡게 될 거라 해서 인간관계 책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약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 결론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말을 절반으로 줄여라.
둘째, 충분히 경청하라.
그리고 이제 다면 평가를 해야 하는데, 저도 10명에게 평가받고, 저 역시 10명을 평가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책에서 배운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상대에게 잘하면, 나도 좋은 평가를 받겠죠?"
과연 그럴까? 당신은 이 말에 동의하는가? 혹은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 있는가? 다면 평가에서 억울한 결과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가? 만약 당신이라면 이 임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
나는 이에 대해 세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직원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명하다
다면 평가 후 리더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이렇게 낮은 점수를 받을 사람이 아닌데..."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직원들은 상사를 평가할 때 감정적이거나 특정 사건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당히 공정하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평가자로서의 품위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가 자신의 성장과 판단력을 반영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니 불필요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다면 평가의 기록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다면 평가를 읽는 사람들은 그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평가의 흐름과 일관성을 본다. 가령, 나는 한 경영자 후보를 볼 때 그의 3년간 기록 전체를 펼쳐 놓고 살펴보곤 했다.
예를 들어, 특정 한두 명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해서 그것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경영진과 HR은 특정한 의견보다 전체적인 경향성을 읽으려 한다. 때로는 특정인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남길 수도 있지만, HR과 경영진은 일반적으로 이를 걸러내고 해석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다면 평가를 도입한 경영자나 HR은 평가를 통해 리더의 흠결을 찾거나 특정인을 공격하는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평가의 목적은 개선이다. 평가 결과를 어떻게 피드백하고, 어떤 행동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이것이 핵심이다. 평가가 감시 도구가 되는 순간, 그 회사는 신뢰를 잃게 된다.
결국, 강점으로 승부해야 한다
나는 그 임원에게 물었다.
"당신이 읽은 인간관계 책과 다면 평가의 기준을 생각하며 일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는 아니라고 답했다. 왠지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을 이끌고, 더 큰 일을 맡더라도 결국 당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야 합니다."
운동선수에게 중요한 것이 폼(form) 이다. 손흥민 선수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폼이 좋은 상태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야구 선수도 자신의 타격 폼을 유지해야 한다.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강점을 버리고 억지로 새로운 스타일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대신, 치명적인 약점이 될 만한 부분만 함께 고민하며 보완하면 된다.
마무리하며
다면 평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인간관계를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고 성과를 내는 것이다.
또한, 회사는 평가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평가가 직원 감시용이 되면 조직은 신뢰를 잃는다. 평가의 목적은 오직 개선과 성장에 있다. 그리고 사람은 평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 이후의 행동 변화로 성장하는 것이다.
적용 질문
1.당신이 속한 조직에서는 다면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평가 결과를 활용해 조직과 리더가 성장하고 있는가?
2. 다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 노력하는 것과, 진짜 리더로 성장하는 것은 같은 길인가?
3. 당신은 평가자로서, 누군가에게 과거의 한 사건만으로 점수를 매긴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