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이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부제: It’s not special,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가 너무 주도적이어서 힘든 것 같습니다. 이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노력과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와 전략을 냈는데 그것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 늘 하던 대로 상부의 정책을 따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런 고민을 안고 찾아온 경력직 후배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링크드인으로 알게 된 글로벌 기업의 커머셜 디렉터 M. 몇 차례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며 깊은 대화를 나눈 그는, 최근 본사에 야심찬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한국 지사 사장도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글로벌 본사에 올려졌으나 최종 채택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사회 대부분이 동의하고 승인을 앞두고 있었지만, 한 이사가 강하게 반대해 공들인 프로젝트가 무산되었다.
좋은 제안이나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는 종종 있다. 문제는 이번 제안이 M의 역대급 공이 들어간 프로젝트였다는 점이다. 결국 본사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지만, 예상보다 슬럼프가 깊고 길었다. 심지어 부하직원들도 걱정하며 말했다. “이사님, 어떤 상황이 있어도 저희와 함께 하셔야 합니다.”
M은 지금까지 네 번의 이직을 했고, 어디서나 인정받으며 살아왔다. 주도성과 주인정신이 남다른 인재였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런 성향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였다. 하지만 무산되자, 힘이 빠지고 회의감이 몰려왔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세 가지로 정리해본다.
(1) 특별한 일이 아니다
네 번의 이직을 통해 그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제안은 대부분 통과되었고, 성과도 꾸준했다. 이번 사건이 그에게는 처음 만난 '암초'였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한 기업에서 20년을 근무했다면, 이런 일을 두세 번쯤은 겪었을 겁니다. 특히, 도전적인 사람들은 누구나 몇 번은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신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에요.”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직으로 위기를 피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직장에서 오래 머무르며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몇 번의 암초를 만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만 겪는 특별한 일처럼 받아들일 때가 많다.
(2) 직원들이 보고 있다
“그거 알고 계세요? 당신의 부하 직원들이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건, 당신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그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직원들은 상사를 위로하기도 하고 응원도 하지만, 동시에 냉정하게 관찰한다. 아니, 자연스럽게 보인다.
상사의 태도는 직원들에게 거울이 된다. 언젠가 자신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진짜 리더십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서 드러난다.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이 더 성장하고 성공한다는 말은, 실패 이후 교훈을 얻은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M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상처를 입었지만, 그의 반응과 회복 과정은 더 큰 신뢰를 얻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본사의 결정을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다.
(3)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그가 겪은 슬럼프는, 그가 가진 열정과 주도성의 깊이를 반영한다. 10년간 아무도 하지 않았던 제안, 많은 수고와 저항을 무릅쓴 전략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꿈이 작고 안전만을 추구했다면, 실패로 인한 감정도 작았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번 제안이 채택되지 않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세요. 그러면 적어도 두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다음 이직 때 분명한 이직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그런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든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다음 날, M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법같이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It’s not special! 직원들이 보고 있다는 말씀에서 제가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졌습니다. 벌써 다 극복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사건은 M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의 커리어와 리더십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적용 질문
1. 나는 최근 예상 밖의 저항이나 거절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2. 그 상황에서 내가 보여준 태도는, 나다운 모습이었는가?
3. 직원 또는 동료들은 지금의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