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2명의 대학생 인턴에게 주는 글
“왜 경력 2년은 되어야 인정하는지 알겠어요.”
며칠 전, 오랫동안 알아온 신문사 부장님과 서울 남산 중턱의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자리에 대학생 인턴 두 명도 함께했는데, 취업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고 해서 같이 왔다고 했다. 식사 후 남산길을 산책하며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고, 그때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1) 2년의 의미를 알라
요즘 기업은 신입보다 경력직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2년은 넘어야 비로소 '경력자'로 인정한다. 왜일까?
첫 1년은 조직과 일의 흐름을 익히는 적응기다. 온전히 한 사이클을 돌면서 일의 맥락을 배운다.
하지만 2년차는 달라야 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자기만의 방식과 효율성, 그리고 차별화된 강점이나 관점을 찾아가야 한다.
이 시점부터는 일상적인 일처리를 넘어, 자기만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 나만의 색깔을 찾으라
기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재 이야기가 나왔다.
그 자리에서 부장님은 얼마 전 ‘김(海苔)’을 주제로 쓴 특집 기사를 언급했다.
단순한 전화 인터뷰로 쓴 글이 아니라, 김 산업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녹여서 독자의 시선을 끌었던 기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턴에게 물었다.
“당신이 김에 대한 기사를 쓴다면, 어떻게 접근할 건가요?”
나라면 이렇게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지에 2~3일 내려가서 바다에도 나가보고, 공장에서 잠깐 일도 해보겠다.
김 양식장 사장님과 저녁을 먹고 회식도 하며, 여러 숨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 과정에서 현장의 공기, 사람들의 마음, 일하는 풍경 하나하나를 체험하며 쓴 글은 분명 다를 것이다.
정보나 사실을 나열하는 글이 아니라, 현장성과 체온이 느껴지는 글. 사람의 숨결이 담긴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내가 아는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인터뷰를 할 때 대상자와 함께 밥을 먹고, 술자리를 하고, 숙소도 같이 쓴다. 촬영할 사람에 대한 사전 정보는 최소한으로만 준비하고, 현장에서의 궁금함을 유지한 채 인터뷰를 한다. 그래서 그의 영상에는 언제나 호기심과 사람 냄새, 그리고 진심이 그대로 담긴다.
내가 인턴이라면, 그런 식으로 현장성과 사람 냄새가 있는 취재와 기록을 해보고 싶다.
물론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과 색깔이 있다.
하지만 흐름만 따라가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작지만 진짜 나다운 방식을 찾는 것이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 그것이 개인의 브랜딩이고, 합격할만한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3) 합격이 전부는 아니다. 실패도 수확이다
인턴을 마치고 정직원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기대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경험을 통해 나와 일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인턴 기간을 통해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것도 큰 수확이다.
그 과정에서 대학원 진학이나 다른 진로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탈락했다고 해도 괜찮다.
그 안에서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구직난이 심할 때 조차도 첫 직장에서 1년새 퇴사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 그 증거다.
지금 휴학하고 직장 생활 중인 딸아이에게도 이렇게 말하곤 한다.
졸업 후 취업을 하든, 대학원을 가든 다 좋다. 물론 창업을 시도해본다면 더 환영할 일이다.
실패해도 좋으니 30세 전에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
그 모든 시간이 결국 자신을 채워가는 자산이 되니까.
** 마무리하며
✔ 경력은 단순히 오래 일한 시간이 아니라, 의미 있는 성장의 궤적이 되어야 한다.
✔ 같은 일을 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일이 곧 나만의 브랜딩이 된다.
✔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호기심과 진심을 담는 것 등 일의 과정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 실패도 방향을 잡게 해주는 중요한 재료다.
결국, 경력은 시간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이야기다.
반복이 아닌, 나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브랜딩의 시간을 삼으면 유익할 것이다.
적용 질문
1.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나만의 방식, 나만의 브랜딩이 있는가?
2. 단순 반복을 넘어, 어떤 시도와 호기심을 실험하고 있는가?
3.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떤 방향을 찾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