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
10년 전, 나는 그룹사의 CHRO로 있었고 그는 지주사 한 부서에서 조용히 일하던 실무자였다.
말수가 적고,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
눈에 띄는 성과보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의 주된 역할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방어였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때면, 이해관계자를 만나며 회사의 입장을 조율하고 설명하곤 했다.
누군가가 나서서 칼날을 막아야 할 때, 그는 그 자리를 조용히 감당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느 날 마음을 담아 말했다.
“당신은 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시간이 흘러, 나는 회사를 떠났고 그도 최근 퇴사를 결정했다.
얼마 전 그에게 연락이 왔을 때 나는 말했다.
“2주쯤 뒤에 보시죠.”
나는 그가 마음을 다잡고 나서의 만남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엊그제의 만남.
그가 작은 커피 선물과 함께 손편지를 전했다.
그 안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을 알아주시고, 제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 말씀해 주셨던 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나는 그때 그저 ‘내가 느낀 것을 말했을 뿐’이지만, 누군가에겐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는 그 후로도 한결같았다.
드러내지 않지만 끝까지 책임을 감당하고 해결하는 사람.
나는 누군가 그에 대해 평판을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조직 상황을 생각하고 조용히 떠났고, 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믿는다. 그의 다음 여정이 더 큰 의미와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는 것을.
당신의 주변에도, 조용히 헌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그에게 꼭 말해주세요.
“당신은 이 팀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 한마디가, 그에겐 오래 남는 큰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