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유치원 앞 화단에서 발견한 성장의 비밀
교회 앞 유치원 담벼락에는 아이들 수만큼의 식물들이 계절 따라 자라고 있다.
토마토, 가지, 무, 딸기…
때마다 다른 식물들이 놀라울 만큼 쑥쑥 자라나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볼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잘 자랄까?’ 궁금했다.
어제 새벽, 아내와 함께 고추를 보며 이야기했다.
“여긴 아이들만큼이나 식물도 잘 자라. 흙이나 비료가 좋아서 그런가?
아이들이 자기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식물들이 느끼는 걸까?”
혹은, 교회 오는 사람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그런 걸까?
실제로 식물은 ‘말을 걸고 칭찬하면 더 잘 자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다 어제 아침, 조금 늦은 시간에 그 이유를 하나 발견했다.
한 분이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계셨다.
호스를 잡은 손길과 표정에서, 그분이 농사일에 능하신 분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비옥한 흙도, 아이들의 관심도, 수많은 칭찬도 다 이유겠지만 그 이면에는 늘 그렇게 묵묵히 정성을 다하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이름표가 붙은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신비를 경험한다.
며칠 만에 자신만큼 자라난 키를 보며 놀라고, 열매를 보며 감탄한다. 그 경외감이 자란다.
씨를 뿌리는 사람.
물을 주는 사람.
좋은 말을 전하는 사람.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정성이 모여
결국 생명의 열매는 자라고 있었다.
오늘도 그렇게 작은 생명의 기적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식물을 키우는 아이들이, 언젠가 이 시대의 대안이 되기를.
무엇보다, 그 아이들 역시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 속에
조용히, 깊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배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