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람을 동등하게 보상하라

부제: 조직의 성과는 보이지 않는 곳이 좌우할 수 있다

by 전준수

** 최근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글을 연달아 포스팅했는데,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져 이 글을 씁니다.


(1) 조직의 진짜 건강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나무는 위에서부터 마른다. 반면 뿌리로부터 썩는다.
자연은 종종 조직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스승이 되어준다.


조직에서 정신과 철학은 윗사람이 좌우한다.
말이 아니라, 말과 행실의 일치. 리더십의 0순위 자질은 Integrity,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나무가 죽는 진짜 이유는,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뿌리가 썩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조직도 같다. 뿌리가 썩었는지를 알려면, 하위직 직원들, 드러나지 않는 부서에서 일하는 이들의 표정과 태도를 보면 된다.
그들의 상태를 결정하는 건 결국 윗선의 가치, 철학, 보상에 대한 태도다.


(2) 성과 중심 시대, 무엇을 인정할 것인가?

요즘처럼 ‘성과’ 중심 조직일수록, 눈에 보이는 결과에 직접 연결된 사람들에게 보상이 집중된다.
이른바 Eat What You Kill. 성과를 만든 사람이 그 성과만큼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일정 부분은 맞다. 시장 기반 연봉, 사업 부문 차이, 직무별 수요 공급에 따라 차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보상만큼은 다르다.
조직 전체가 성과를 내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하는 사람들의 기여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EPL(영국 프리미어 리그)은 이 원리를 숫자로 승부하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구현하는 곳이다. 득점뿐 아니라 어시스트도 공식 집계되며, 실제로 팬 게임이나 통계 시스템에서는 골 1.0, 어시스트는 약 0.7~0.8 수준의 기여로 평가된다. 득점자가 가장 먼저 어시스트 동료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어시스트는 단지 마지막 패스가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의 핵심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EPL 같은 초경쟁 환경도 그렇게 시스템적으로 협업과 기여를 인정한다면, 우리 기업들도 돌아볼 만하다.


(3) 보이지 않는 기여까지 품는 조직이 강하다

국내의 한 유니콘 기업도 조직 전체 성과를 기반으로 보상을 설계하고 있다.
개인 성과 평가 없이, 연봉 비율에 따라 동일한 성과급을 분배하는 구조.
자연히 상·하·옆 부서 간의 협업과 책임이 강조되며, 조직 전체가 “서로를 돕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로 움직인다.
성과급에 있어 "나만 잘하면 된다"는 논리가 작동하지 않도록, 조직 전체가 목적과 성과를 공유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이 방식은 애초에 조직 전체 목표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동기부여와 협업을 전제로 한 성장 모델이다.


나 역시 개별 성과급보다는 집단 성과급을 선호하고, 그렇게 설계했을 때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연봉에 비례해 지급하되, 성과 기여의 비율은 동일하게 인정하는 방식.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참여할 때, 조직 성과는 배가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럼 무임승차자는 어떻게 합니까?”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자정 기능이 작동하는 조직은 무임승차를 오래 두지 않는다.
‘다 같이 보는 성과’는 오히려 내부의 긴밀한 협력과 견제가 동시에 일어나는 구조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도, 전면에서 활약하는 사람과 동일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그는 수많은 조직을 관찰하고, 수많은 리더들을 만나며 이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우리 조직도 묻자. 우리 조직은, 골을 넣는 사람만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골이 가능하도록 연결한 사람들까지도 인정하는가?

이제 각 조직에서 숨어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동일하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면 어떨까? 진짜 강한 조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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