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이 상사의 장벽을 만났을 때
지난주 퇴근 후 한 젊은 직장인이 찾아왔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는 최근 이직했다. 이전 회사보다 규모도 크고 체계도 훨씬 잡혀 있는 조직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나름 독자적으로 일할 수 있었고 일의 주도권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환경이 충분히 넓지 않았다.
입사한 지 3년쯤 지나자 한 번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들은 보통 3년, 5년, 7년 정도의 주기마다 이런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이직을 선택했다.
그런데 입사 두 달이 지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벽을 만나게 됐다.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보고서를 냈는데 상사는 읽어본 것 같지도 않았다.
또 한 번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괜찮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부서장에게도 보고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이후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 물어보면 이런 답이 돌아온다.
“요즘 바빠서 우선순위가 밀렸어요.”
그러면서 왜 다른 일들은 제대로 하지 않느냐는 눈치를 주는 것만 같다.
그는 말했다.
“제가 이러려고 이직한 걸까요?”
전통적인 조직에서 새로 들어온 경력자가 느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문제는, 이런 어려움에 직면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1) 이직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이직이 흔한 시대가 되었지만 적응이 쉬운 적은 없다.
이직자가 넘어야 할 장벽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이직 후 적응을 가로막는 다섯 가지 요소를 말한다.
People, Processes, Products, Position, Politics.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하는 방식, 새로운 사업, 새로운 역할, 그리고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래서 특히 이직 후 3개월은 누구에게나 흔들리기 쉬운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왜 이직을 결심했는지 처음의 이유를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막혔을 때는 언제나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2) 상사의 반응에 지나치게 기대지 말라
경력직이 들어오면 기존 멤버들에게는 낯선 존재다.
다른 조직에서 온 사람의 방식은 마치 예방주사처럼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긴다.
아이디어를 냈는데 반응이 없다. 보고서를 냈는데 피드백이 없다.
이때 많은 경력자가 실망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경력직의 첫 번째 과제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단, 방법이 중요하다.
완성된 결과를 “짜잔” 하고 내놓으며 기존 멤버들을 놀라게 하거나 굴복시키려 하면
그 팀의 일원이 되기 어렵다.
큰 그림과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중간에 상사에게 보고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상사의 조언이 깊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리고, 성과가 나오면 상사의 공을 충분히 인정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상사가 그 결과를 자신의 성과처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 과정에서 상사는 당신을 인정했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그 일이 누구의 성과인지 알고 있다.
사람들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3) 적응은 이직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적응은 이직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멤버 입장에서도 새로운 사람에게 설명하고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특히 이직자가 자주 바뀌는 조직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반응이 시큰둥하거나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개인적인 무시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작은 것 하나를 알려줘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도움을 준 사람을 상사가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도 좋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린다.
어쩌면 이것이 조직 생활의 가장 단순한 원리일지도 모른다.
처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의 어깨는 많이 처져 있었다.
대화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향할 때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 것을 느꼈다.
물론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사람이다.
그 도전 정신이 이번에도 길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많은 경력자들을 응원하고 싶다.
기존 멤버들에게도 수고하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직장이고 커리어다.
여러분은 이직 후 처음 3개월을 어떻게 지나셨습니까?
비슷한 경험이나 헤쳐나온 이야기가 있다면 한두 줄 나눠주셔도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