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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Dec 04. 2023

준비된 한 사람, 기업을 살린다

경영자 재생산 시스템

1990년대말 IMF, 1980년대 창립한 기업 대부분 부도에 직면했다. 그에 비하면 이랜드는 해외투자까지 유치하며 어려움을 통과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기업의 역량도 한 몫 했지만, 준비된 한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랜드는 당시 영국에서 금융전문가로 일하던 인재를 1년전 영입했다. 의도한 일은 아니었으나 그것이 소위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그는 영국에서 한국경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는데, CFO로 온 후 먼저 생산성 낮은 자산들을 처분했다. 가령, 봉고차도 운행거리 확인 후 덜 사용된 것은 매각했다. 준비 덕에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로 IMF 중 해외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워런버핏보다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여온 연기금을 통해서였다.  


한 사람의 위력을 알았기 때문일까? 박성수회장은 IMF 기간에 핵심인재 7명 대상으로 ‘경영자양성 과정’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 지주회사 연간 피드백 미팅 중에 모두 깜짝 놀랐다. 이사회 멤버 70%가 그 양성과정 참석자들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잘 선발했는지 아니면 양성결과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인재투자가 느린 것 같지만 가장 빠른 방법임에 틀림없다. 성공적 양성을 위해 아래 3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최고경영자가 직접 이끌어야 한다. 

경영자양성 과정 참석자들은 매주 화요일 이른 아침, 필독서 한 권 읽고 핵심컨셉 1페이지 정리, 각 사업부 적용발표 및 토론을 했다. 창업자에게 스피릿도 전수 받았다. 가장 주목할 것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이 일을 했다는 것이다. 


2014년, 또 다시 젊은 경영자후보 양성과정을 시작했다. 당시 필자가 그룹 CHO였는데 IMF때 경영자 양성과정에 막내로 참석해 얻은 유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매 분기 3박4일 현장 MBWA, 팀 프로젝트, 합숙도 하면서 서로 알아갔고 창업자와 CEO 스토리텔링이 이어졌다. 


각 후보 경력관리도 했는데 일부는 그룹 전략기획실에서 창업자에게 배우는 기회도 가졌다. 또한, 그룹 인재위원회 정기면담, 매월 필독서 읽고 컨셉 파악 및 적용 훈련을 지속했다. 이번에도 창업자가 창업가 정신과 경영이념 등을 직접 전수한 것이 큰 영향력을 미쳤다.


(2) 경영자 재생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014년 경영자양성 과정에서는 아랫단으로부터 경영자 후보들이 뿜어져 나오도록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곧, 단계별, 레벨별 과정을 병행한 것이다. 그 특징과 과정은 아래와 같다. 


▶특징 1)그룹 최고경영자가 직접 관여 2) 일정레벨 이상은 그룹 주체 3)그룹인사총괄책임자(CHO) 1번 과업

▶ 4단계 과정 1)경영자, 임원 재목인 경영자 싹 2)현, 핵심포스트 중 경영자 발탁 가능 후보 3)큰 사업부 책임질 경영자 4)회장성장 가능 인재   


각 과정에서 후보자들은 제안한 사업을 직접 수행할 기회도 갖는다. 일정 레벨이상은 그룹에서 인재 특성에 맞게 경력관리를 했다. 한번 후보라고 지속되지는 않고, 평가에 따라 IN & OUT, 예비 경영자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대가를 지불해도 양성과정을 지속하는 것이다. 최고 경영자의 철학과 헌신되고 전문화된 CHO가 집중할 때 가능하다.  


(3) 대체군(후임자 POOL)을 목표로 하라  

경영자 재생산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공석이 생겼을 때 즉시 채울 수 있는지 여부다. 리더십 파이프라인에 집중했던 GE는 CEO가 경쟁사로 이직의사를 공표한 당일 오후, 새 CEO와 각 포스트를 발표한바 있다. 


대체군(후임자 POOL) 준비가 어려워 보이나 정기적으로 후보를 점검하면 생각보다 수월하다. 대체군 1명은 타 부서나 외부 영입도 고려할 수 있다. 즉시 채우도록 상시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고 경영자나 이사회 업무 1순위여야 한다.


대체군은 쉐도우 캐비닛(Shadow Cabinet)과 비슷하다. 쉐도우 캐비닛은 영국 야당이 정권 획득을 대비해 준비해두는 내각이다. 기업 대체군이 쉐도우 캐비닛과 다른 점은 차기 후보(3년~ 5년)까지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준비 안된 사람을 채우면 안 된다. 적합한 후보가 없으면 비워두고 엄격하게 대체군을 완성해야 한다. 


경영자 교체는 예기치 않은 시점에 발생한다.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해 두는 것이 언제나 최상의 방법이다. 나무는 홍수가 오기 전에 심어야 한다. 


적용 질문

1) 당신 기업에서 CEO나 핵심포스트 공석이 생길 경우 얼마 만에 채울 수 있나?

2) 당신 기업 각 핵심 포스트 전체가 내일 공석이 된다고 하자. 이때 바로 발탁할 수 있는 포스트는 얼마나 되나? 나머지 포스트 대안은 무엇인가?  

3) ‘인재에 투자 하는 것이 느린 것 같으나 가장 빠르다’는 말에 동의하나? 그런 사례 경험한 것이 있다면 소개해보세요. (본인, 혹은 조직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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