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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Dec 08. 2023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다

자녀교육 – 비밀은 딸 아이의 책상에 있었다

1. 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일때, 학교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아왔다. 

아내와 나는 놀랐고 기뻤는데 ‘교내 독서장제 최우수상’이었기 때문이다. 고학년들에게 총 5개 부문의 주제를 주고 그 중 하나를 골라 글짓기를 하게 했었단다. 


2. 아이에게 물었다. 무슨 글을 썼니?” 

사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아니, 네가 어떻게 최우수상을 받았니?” 이었으나 잠시 ‘생각 버튼’을 누른 후 질문을 바꾼 것이었다. 아이가 상을 받아온 적이 없었고, 우리 부부도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3. 응, 이런 내용을 썼어.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심사위원장이 누군지 물었더니 교장 선생님이라고 했다. 아마 교장 선생님께서 이 내용을 높게 평가하신 것 같다. 지금 봐도 참 훌륭한 내용이다.


그런데 위의 글은 딸의 창작이 아니다. 빌게이츠가 성공을 회고하면서 했던 유명한 말이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아셨을까? 딸 아이는 그것이 빌게이츠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적었을까?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른다. 


4. 1년 후 진짜 놀랄 일이 생겼다. 

딸 아이가 또 최우수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함께 축하하고 기뻐했다. 한번도 공부하라고 말한 적이 없고 학원을 소개한 적도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5. 비밀은 딸 아이의 책상에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쯤, 아이의 책상 유리판 밑에 다음 내용을 A4 지로 출력해 깔아 두었었다. 


<00가 기억했으면 하는 3가지>

1) 감사일기 (매일 감사 제목 3가지) 

2) 독서습관 

3) 쓰는QT (Quiet Time의 약자로 성경 읽고 적용할 것 기록) 


위의 3가지 밑에 각각 명언을 써 놓았었는데, 독서습관에는 빌게이츠의 글을 적어두었다. 책상에 앉을 때마다 보이니 자연스럽게 암기되었고 그 글을 인용한 것이다. 


6. 독서습관 위해 한 것이 한가지 있다. 물론 원한만큼 된 것은 아니다. 

여섯 살 때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가족이 구립 도서관에 갔다. 함께 책을 읽고, 도서관 식당에서 돈 가스 먹고 호수 공원에서 한 두 시간 노는 것이 루틴이었다. 사실, 아주 어릴 때는 그저 놀다가 지치면 더러 책을 보았을 뿐이다. 


혹은, 집에서 독서하는 아빠의 모습이나 늘어나는 책장을 보고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딸 아이가 그때나 지금이나 독서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학원에 안 다녀도 국어와 영어는 잘 했다. (다른 과목에 비해서……) 독서 덕분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7. 대학생이 된 지금, 부모로서 이전과 같이 직접 뭔가를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지금은 필자가 하려는 일과 관련하여 비전과 가치, 의사결정 기준과 고민 등을 나눈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 나는 이런 생각인데…...” 종종 이런 대화를 한다. 


아이 통해 20대의 지혜를 배우고도 싶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치열한 과정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이도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떠올렸으면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좋은 영향을 줄지는 모르지만 과거를 회상해 볼 때 약간의 자신감은 생기는 것 같다.  


마무리

‘자녀는 부모의 입이 아니라 등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물론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어릴 때부터 아이와 함께 하며 보여진 것들이 모아져서 오늘에 이른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학교, 회사, 사회 곳곳에서 스승과 멘토가 되신 분들 덕에 성장할 수 있었다. 그분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숙연해 지는 아침이다. 


참, 필자의 계획을 들은 아이의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다행히, 자기가 도울 수 있다면 최대한 돕겠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지원자 한 명은 확실하게 얻은 셈이다. 앞으로 아이를 어떤 식으로 일해보게 할지 밀당 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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