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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Dec 09. 2023

아내의 태도, 이번에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기회를 주고 경청하는 힘

※오늘 아침 아내와의 산책길, 박재연소장의 ‘대화’ 강의 들은 것을 나누다가 이전 일이 떠올랐다. 부끄러운 과거이나 다시 한번 교훈을 위해 적어보기로 했다.


1. 20년전, 

“이번에는 분명히 아내가 잘못했다.” 

아내와의 관계에서 마음이 불편해지면 입이 다물어지고, 나만의 동굴로 가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결혼 전, 분을 내어도 미워하지는 말고, 해가 지기 전에 화를 풀기로 결심했었다. 그날 일은 그날로 끝내는 ‘당일 원칙’이다. 하지만 좀 심하다 싶은 상황이 발생하니 제법 ‘괜찮은’ 나도 마음 통제가 어려웠다. 


2. 그래도, 

결심은 지키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피하고도 싶었다. 

결론, “집에 아주 늦게 가자.” 들어가서 바로 씻고 자고 새벽에 일찍 나오는 방법을 택했다. 

3일째, 밤 11시쯤 집에 들어갔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양심의 소리 때문에 아내에게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자고 했다. 아내는, 근심하는 얼굴로 말 없이 앉았다.  


3. 순간,

 0.5초 만에 내 눈 앞을 스쳐 지나가는 두 문장이 있었다.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곧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남편들은 아내를 잘 이해하고 살아야 한다. 아내는 더 연약한 그릇이며 생명을 함께 누릴 반려자로 알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결혼 후 내가 평소 숙고하고 암기하던 문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두 문장이 눈깜짝할 사이에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먼저 말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4. 한번 당신이 얘기해봐요.”

대화의 물꼬를 열어주자마자 아내가 이야기했다. 막았던 소양강 댐 문을 열었다고나 할까……아내는 말했다. ‘2시간 동안이나’,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그런데…...이야기를 끊을 수 없었다. 아내 말이 다 맞았으니까……


결론, 내가 틀렸다.” 


5. 용서를 구했다.” 

결의에 찬 대화 시작 때의 나는 간데 없고, 아내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새벽 1시……그리고 잠이 들었다.


6. 이런 변화도 생기는가 보다.

아침에 눈을 뜨니 놀라운 일이 생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결혼 10년만에 아내에 대한 ‘연애 초기 감정’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땅에서 매듭을 푸니 하늘에서도 풀리게 도왔을까? ......이런 일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대략 짐작할 터이다. 그런데 실제로 생생하게 일어났다. 그것도 여러 달 동안이나……


7. 평소에 무엇을 심었느냐가 중요하다.

그 때 내 앞을 스쳐간 두 개의 문장이 아니었으면 한참 동안 부부관계가 어려웠을 것 같다. 마침 평소 마음에 새겨진 그 문장이 튀어나와 우리를 살렸다. 사람은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하게 되어 있다. 


에머슨은 “생각 자체가 그 사람”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그러니 무엇을 넣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생각은 자리 싸움이다. 무엇을 먼저, 깊이 넣어 두느냐에 따라 그대로 뿜어낸다.  


8.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경청하라

내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되어도 우선은 상대에게 묻고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원고가 아무리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와서 말하는 것을 들어야 비로소 균형이 잡히는 법이다. 또한, 검사와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다. 일단 말할 기회를 주고 입다물고 듣는 것, 그것을 하냐 하지 않냐에 따라 인생이 두 갈래 길로 나뉠 수 있다. 


9. 모든 관계가 그런 것 같다.

비단 가정에서만 아니라 직장과 사회, 모든 관계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그 후로 더 분명히 배웠다. 나는 평소에 색 안경을 쓰고 있다고 보면 맞는 것 같다. 붉은 색 안경을 쓰고 있을 때는 온통 붉은 색으로 가득한 세상이 된다.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그 날 이후 나는 내가 틀릴 확률이 50%나 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기로 했다. 


10. 정리해보면, 바른 길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평소 좋은 것을 내 속에 심는 것, 다음으로는 먼저 묻고 듣는 것이다. ‘말하는 것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이에 비하면 질문하고 듣는 것은 다이아몬드 같다. 오늘도 귀는 둘이고, 입은 하나인 이유를 생각해본다. 창조 원리에 맞게 살아야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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