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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Dec 07. 2016

촛불이 전하는 온기


우리의 친구 부부인 발터와 크리스타 가 오래간만에 집으로 놀러를 왔다.

마음은 가볍게 양손은 무겁게 ~

손님으로 아주 바람직스럽게?

바리바리 싸 들고서~~ 말이다 ㅎㅎㅎ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비싸거나 럭셔리한 것들이 아니다

평소 집에서 맛나게 즐겨 먹던 초콜릿 몇 개

과일 몇 알 등을 우리와 나눠 먹기 위해 싸들고 왔다.

거기에 더해 크리스타 가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와

발터 가 나무를 하나하나 깎아 정성 들여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품에 안고

예전 우리도 시골에서 자주 하던 마실 오듯이 말이다.

이런 소소한 만남이 더없이 좋은 것은

보기만 해도

저절로 따뜻해지는 촛불의 온기처럼 서로의 진심이

소리 없이 전해 지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타가 우리를 위해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는 손으로 말면 초가 되는 것 이였다.

우리도 우리가 먹는 저녁 밥상에

숟가락 두 개 더 얹는 식으로

비빔밥에 배추 겉절이 얹고 된장국 보글보글 끓여서

발터 부부와 함께 맛나게 비벼 먹었다.

물론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크리스타를 위해 간장 양념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고 말이다.

이렇게

전원일기 에서나 나옴직한 서로 에게 느껴지는 편안함은 자연스레

격 없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어쩌면 그래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였다면 식사하며 나누기 에는

적당하지 않은

지금의 어지러운 한국 정치 상황 이야기로 테마가 넘어간 이유가.....

발터가 물었다, 이제 너희 대통령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나는 너희라는 단어에 아직도 우리의 ?라는 의문을 속으로 삭인체

곧 탄핵되지 않겠느냐? 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는 요즘 드라마보다 재미나다는 한국의 뉴스 이야기와

매일 핫이슈를 만들며 진행 중인 청문회 이야기 등  

제법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크리스타가 만들어 준 크리스마스 카드를 열어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며

문득 이 초를 만들 수 있는 카드가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을 닮지 않았나?

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얼핏 보면 종이 같이 생긴 꿀벌의 밀랍을 모아 만든 납작하고 얇은

국민의 마음을 으게 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길 다란 심지를 넣고 또르르 말고 나면 초 가 된다.

전국의 국민들과 해외 동포 들을 하나 되게 하기 충분했으며

거기에 불만 붙이면

촛불이 되는 거다.

매일 쏟아지는 어이없고 낯부끄러운 의혹? 들과 정황 들은

200만이 넘는 초에 불을 붙혔다

손안에 쥐고 있던 초를 촛대에 꽂고 불을 붙이니

작은 초 지만 실내가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발터가 숲에서 주워온 나무로 하나하나 깎고 다듬어 만든

솔향기 솔솔 나는 초 받침대 위에 초 앉혀 놓고 불을 붙이니

실내 조명등보다 밝고 아늑한 내추럴한 수제 조명이 되었다.

200만이 넘는 촛불의 온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했다.

그 촛불의 힘이

우리가 방송에서 조차 제대로 볼 수 없던
재벌들을 한자리에 주르미 앉혀 놓고
거침 없는 질문 들과 송구함이 오가는 청문회 를 만들 었고

국민이 뽑아 그 자리에 앉혀 준 국회의원들의  전에 보기 드문

자체발광? 사이다 팩트 폭격 질의 들을 탄생시켰다.

나는
홀로 잔잔 하지만 모이면 강한 빛의 파도타기로
어둠을 밝힐수 있는

촛불의 힘을 믿는다.

발터가 숲에서 주워  온 나무 둥치로 하나 하나 깍고 다듬어 만든 초 받침대

그렇게 저녁을 배불리 먹고 과일을 깎아 먹으며 우리는 크리스타의 재미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바탕 크게 웃어 댔다.

"나는 어른이 아니야~~! 앞으로도 쭈욱 계속 아닐 거야 "라는 그녀의 생뚱맞은 이야기 에는

그녀 만의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

예전에는 독일 법이 정한 성년이 만 21세

즉, 만 21세 생일 이 지나야 법적 성인 이 되었단다.

그러다 크리스타가 만 20살이

지나면서 얼마 안 있으면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에 그만...

독일 법이 바뀌어 법적 성년이

만 18세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금 까지 독일의 법적 성년의 기준은 만 18세다 )

그러니 크리스타는

법적으로 성인의  나이가 되어

성년이 되는 시기를

요리 피하고 조리 피해 법적 성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까지

어른이 아니요 앞으로도 쭉 어른이 아닐 예정이라는 것이다. ㅋㅋㅋ

그 이야기 뒤에 이번엔 발터의 캐나다 여행기가 나왔다.

전에 부부가 캐나다로 여행을 갔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너무 배가 고픈데 독일 같으면 중간중간 나오는

휴게소도 안 나오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레스토랑 표지판이 나오길래

꾹 참고 계속 냅다 달려 단다

그대로 100km쯤을 가도 가도

식당은 나오지 않고

열 받아서 오던 길 다시 되짚어 가다가 중간에

식당 하나를 발견했는데

오스트리아 사람이 하는 식당 이였단다.

완전 횡재한 기분으로

독일 집에서 먹던 음식 들을 하나 둘 떠올리며

코르동 블루 (고기 튀긴 것 안에

햄과 치즈가 들어 있는)를 시키고는 기대에 들떠

딱 한 입 썰어 먹으려는데

그 안에 햄 대신 참치가 들어 있어

완전 뜨악하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린 또 한 참을 뒤집어지게 웃었다.

얼마나 황당했을지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내 비슷한 예전 경험으로 짐작해 보면

독일 슈퍼에서 두부인 줄 알고 하얗고 네모난 것을 설레는

마음으로 샀는데 그것이

하얗고 딱딱한 서양의 치즈였을 때

정도 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딱히 정해져 있는 테마도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하하 호호 이어지던 우리의 웃음소리를 벗 삼아

따사로움을 품은 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나는 이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촛불의 온기를

12월 9일 운명의 그날을 위해  

소리 없이 보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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