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Nov 21. 2020

코로나 시대 독일 젊음의 거리와  화이트 모카치노

젊음의 거리
포더레베스텐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의 작은 동네에도 우리로 하자면 홍대 또는 대학로처럼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거리가 있다. 그 이름은 포더레베스텐.

거리에는 프레드리히 에버트, 뵈벨 플라츠, 안나 스트라쎄 등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그냥 포더레베스텐 이라 부른다.

마치 우리가 혜화동을 대학로 그리고 홍대 부근의 지역을 뭉뚱그려 홍대라고 부르듯...

이 젊음을 상징하는 포더레베스텐 에는 젊은 셰프가 손님들이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에서 그만의 스페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부터 아침 뷔페가 종류도 많고 맛나기로 소문난 레스토랑과 빵집 그리고 입소문 난 맛집들이 대거 들어가 있다. 또 젊은 친구들의 기호에 맞는 라이브 락 카페, 라이브 바 등 젊은 감성의 음악과 톡톡 튀는 개성이 넘치는 카페와 호프, 디스코들이 줄지어 있다.


그리고 자기 만의 색이 강한 젊은 창업자들의 소규모 공방들이 볼거리를 더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 옷을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 들의 뷰티크, 독특한 맛과 생김새를 자랑하는 젊은 쇼콜라티에 들의 초콜릿 공방, 빈티지 하지만 무겁지 않은 젊은 사람들의 취향저격 인테리어 소품 가게, 손님이 고른 꽃에 맞추어 센스 있게 포장해 주는 꽃집들, (독일에서는 요런 꽃집 찾기가 쉽지 않다.) 특별한 책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 서점, 포더레베스텐 에서는 이 동네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독특한 가게들이 많다.


이곳은 언제나 2030 젊은 사람들과 우리처럼 마음만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또는 유지하고 싶은 4050들도 꽤나 많이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 평일 저녁에도 주말 저녁 같이 사람들로 붐비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시대


부분적이라지만 록다운 중이고 하루 확진자 수가 2만이 넘어가는 독일에서 젊음의 거리가 코로나 방역을 위한 단속 1순위가 되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한 번은 이런 웃픈 일도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여름.. 몇 개월간 코로나로 지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다시 포더레베스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때는 록다운의 시기도 아니었고 건물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때가 아니어서 날씨 좋은 주말 거리에는 젊은 사람들로 넘쳐 났다. 해서 서로 간의 거리 유지가 어렵고 감염위험의 빈도수가 높아져 우리 동네 시장님께서 고민 끝에 내어 놓은 방역책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 동안 포더레베스텐 전 구역의 차량을 통제했다. 길을 막고 차량을 통제하면 그곳으로 몰려오는 사람도 줄고 길이 넓어지니 서로 간의 간격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서 온 결정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시장님의 순진무구한 착각이었으며, 젊음의 혈기왕성이라 쓰고 대책 없음이라 읽는 변수를 미쳐 예상하지 못한 데서 온 판단 미스였다.

자전거 타고 보드 타고 걸어서 찾은 포더레베스텐.. 거기에 시에서 차량까지 막아줘서 넓어진 거리로 5천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그들은 마치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축제를 즐기듯 거리에서 술 마시고 춤추고 노는 바람에 서로 간의 간격 유지는커녕 주변 상인들과 경찰들이 진땀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 후 그 시장님의 포더레베스텐 차량통제 건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바보 같은 방역 아이디어로 등극? 되며 이 시국에 이런 일이?로 방송까지 탔다.


그런데...

요즘 이 젊음의 거리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큰길 골목길 할 것 없이 거리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사람과 사람 간의 1.5미터 간격 또한 유지해야 한다.

록다운 동안은 라이브 락 카페와 디스코텍 들은 모두 문을 닫는 것은 물론 모든 레스토랑과 카페 등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일상에서 마스크 쓰기와 손 소독 사용 은 이제 기본 중에 기본이 되었다. 또 빵, 커피, 음식 등을  테이크 아웃하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경우 서로 간의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한 번에 1명에서 최대 3명 까지 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빵가게 앞이던 카페 앞이던 사람들이 그 가게 밖으로 뛰어 뛰어 서서 줄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당분간 전의 그 생기발랄한 분위기를 만날 수 없어 아쉽지만 그나마 최소한의 방역 수칙 들이니 서로의 안전을 위해 꼭 지켜져야 한다.


간판 없는 카페의 모카치노


이 젊음의 거리에 커피 맛이 너무 좋아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카페가 있다. 처음부터 알았던 곳은 아니고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곳이다. 원래는 그 옆집인 라이브 락 카페에 가려다 그곳에 자리가 없어서 옆집에도 의자가 있길래 뭐하는 곳인가 하고 가 보니 커피 전문점이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상호가 쓰여있는 간판이 없다. 그래서 한동안은 건물에 붙어 있던 69라는

번지수를 말하는 그 숫자가 그 카페 이름인 줄 알았다. 그리고 쇼윈도도 굉장히 어둡다

무슨 연예인들 벤 에 선팅된 창문처럼... 그래서 밖에서는 안이 잘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여기가 카페일 것이라 고는 생각지 못하고 지나쳐 다녔던 곳인데 알고 보니 커피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이었다.

가게 안은 인테리어랄 것도 별로 없고 테이블도 몇 개 없다.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들게 로스팅된 원두커피를 살 수 있다는 것 외에는 그리 특별한 것도 없다. 그러나 짙게 퍼져 오는 커피의 향과 커피 맛을 보면 그 집이 왜 유명해졌는지 단박에 알 수가 있다.

빵집이나 다른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와 그 맛의 깊이가 다르다.  

왜냐하면 이곳은 커피를 사랑하는 바리스타 부부가 처음 에는 종류 다양한 특별한 맛의 커피들만 로스팅해서 판매하다가 중간중간에 시음하고 싶어 하는 손님들에게 한잔씩 내어 주다 카페로 발전 한 집이기 때문이다.

이 카페는 커피와 어울리는 머핀, 조각 케이크, 크로와상, 초콜릿 이 사이드 메뉴에 전부다.

다분히 커피 위주다. 그런데 사실 커피의 메뉴마저 단출하다. 커피크림(블랙커피), 라테, 카푸치노, 모카치노 요렇게 뿐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내 취향저격인 것은 화이트 모카치노다.



화이트 모카치노 에는 화이트 초콜릿이 들어간다.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과 쌉싸름하면서 개운한 맛을 내는 커피의 조화는 환상적으로 입안에 감긴다.

지금은 테이크아웃만 되니 이런 잔에 마실수 없지만 모카치노는 초콜릿을 녹인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중으로 되어 있는 유리잔에 담아 준다.

다크 초콜릿 모카치노도 있지만 내게는 다크 보다 화이트가 가볍고 소프트해서 내 취향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남편도 화이트 모카치노는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커피 전문점에 가면 늘 메뉴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곳에 오면 언제나 한 가지로 통일 이 된다.


지난 주말에도 우리는 이 카페의 건너편에 자동차를 세워 두고 화이트 모카치노를 테이크 아웃해 와서 마셨다. 모카치노 두 잔에 7유로,30분 주차비 50센트 한화로 약 만원이 들었다 만원의 행복 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남들이 보기엔 까만 선글라스에 하얀 마스크 단단히 쓰고 일회용 장갑까지 끼고는 어디 털러 가는 것 같아 보였을지도 모르고 한주 내내 신경 쓰고 병원 일하느라 초췌한 모습에 날로 늘고 있는 체중 덕에? 업그레이드된 체격은 흡사 세워둔 자동차 안에서 잠복근무하는 형사들 같아 보였을지도 모른다.( 요즘 주말이면 몰아보는 드라마 비밀의 숲 후유증ㅋㅋ  ) 그럼에도 우린 나름 로맨틱하게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세워둔 차 안이 자동차 카페라고 생각하고 꽁냥꽁냥 하게 따끈한 모카치노를 마셨다. 그 맛은 기가 막혔다.

얼마큼? 남편의 주먹을 부르는 도발과 돌직구도 너그러이 웃어 줄 만큼....


남편의 도발과 돌직구는 다음 편에...(출연 욕심이 많아진 남편이 오늘도 묻습니다 뭐 쓴 거 있어?

나도 나와?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선물 받은 것 같은 한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