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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21. 2020

그의 용도별 상황별 다른 호칭

상황별로 달리 불리우는 남편의 호칭


남편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리 불려지호칭으로 그때마다 다른 이름을 부여받는다.

예를 들어 같이 일하고 들어 와서 자기는 소파에 발라당 누우시고 나 혼자 주방에서 요리하랴 밥 차리랴 정신없을 때면 나는 그를 이렇게 부른다.

남. 편! 이 음악 악상에나 나오는 스타카토 달은 남. 편! 소리 에는 혼자 쉬니 좋냐? 와 빨리 일어 나서 숟가락이라도 식탁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국물도 없어! 가 포함되어 있음을 남편은 본능 적으로 잘 안다.


또 다른 이름은 여보야! 난데없이 어디 선가 날아 들어온 커다란 벌이나 쉑쉑 소리를 내는 까맣고 뚱뚱한 똥파리 같은 벌레들이 집안에 출몰하면 나는 여보야 를 외친다. 어린 시절 뭔가에 놀라면 엄마야 를 외쳤듯이..

왜 안 어울리게 약한 척 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그럴 때는 그 벌레가 남편의 가까운 사전 거리 안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다.

내 여보야 소리에 허둥지둥하던 남편은 결국 창문을 연다.

그것은 나의 "여보야 엉? 여보야"를 부른다. 이 암호문 같은 말은 "니 그래 가지고 벌레 잡겠니? 엉? 좀 잘하라"의 줄임 말이라 하겠다.

목표물의 가장 근거리에 있던 남편이 그것을 어이없게 놓치고는 창문 열고 지가 알아서 나가 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빛에 속도로 뛰어 아침에 신문 사이에 끼여 들어온 칼라플한 광고 전단지를 마치 무림의 고수들이 차고 있는 칼자루처럼 휘둘러 똥파리를 아작 내고는 유새를 떤다. "이걸 놓치네, 이걸..."

나의 군더더기 없는 화려한 몸놀림에 남편은 진심 간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든다.."역쉬!"라는 감탄사와 함께.. 그렇게 빙그레 웃는 남편의 표정은 어쩐지 맹구 같아 보인다.

그래서 내가 부르는 남편의 다른 이름은 허당 김 선생


부부가 오랜 세월 함께 하다 보면 긴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과 서로가 바라는 것이 뭔지를 빠르게 알아채는 촉이 생긴다. 아마도 이제는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 인간이 저렇게 이야기하겠지.. 내가 요리 나오면 저인간 조리 나오겠지 등 등... 그간 많은 시간에 거쳐 습득되었던 빵빵한 데이터들이 한가득 저장되어 있어서 일 것이다.


내가 가끔 부르면 남편이 기겁하는 또 하나의 이름은 자기야! 다.

종종 뭔가 부탁할 것이 생기면 나는 콧 평수를 넓히고 최대한 나긋나긋함을 장착한 자기야를 쏜다

감으나 안 감으나 별 차이 없는 눈을 애써 찡긋 거리며 윙크라 쓰고 신거 먹었니?라고 읽는 것을 곁들여..

그러면 남편은 "어? 또 뭔데 오우 무서워" 라며 부르르 떨며 웃는다. 마누라의 그 부탁이라는 것이 뭐 그리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무한반복해야 하는 가령 쌓아둔 양말들 짝 맞추기 같은 일일 것임을 남편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요즘 내게 가장 자주 불리는 남편의 다른 이름은 이것이다.

0번 독자님...

이 은행 창구에서 1200번 홍길동 고객님 할때 불리우듯한 요이름은 이럴때 쓰이고는 한다.

허세작렬 0번 독자님

남편은 SNS를 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걸 할 시간이 없고 가뜩이나 업무 상으로도 컴퓨터 할 일이 많아 그 외에 것으로는 눈을 쉬게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글은 매일 읽는다. 내가 쓴 글을 브런치에 발행하기 전 즉,세상에 나오기 전가장 먼저 읽어 주는 독자님 이시다. 그래서 0번 독자님 다.

구독자 수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조회수에도 포함되않으나 이 0번 구독자 님은 어머어마 한 양의 댓글을 매일 쏟아 내신다. 입으로...

예를 들어 오늘 글은 너무 길다, 제목이 좀 그러네... 근데 나는 안 나와?... 이 문장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뭐 이건 굳이 안 들어가도 될 것 같은 내용인데.., 아 내가 정말 기가 막힌 제목이 딱 하고 떠올랐는데.. 궁금해? 알려 줄까? 등등...


일상 적인 테마로 글을 쓴다는 것은 흡사 수다를 떠는 것과 비슷할 때가 있다. 마치 동네 아줌니가 "있쥬 일단 들어 봐유 어제는 이런일이 다 있었슈 글씨 세상에나 별일 다 있쥬? 그쥬?굉장하쥬?.....그러다 어느새 "워매 내가 워디 까지 말 했데유?" 할때 처럼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하다 보면 나는 빤히 알고 있는 내용이니 남들도 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알겠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 글에 맞는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스러울 때도 많다.


글의 제목이라 하면.. 마치 요런 경우다. 한참을 혼자 떠들다가 "흐미 지금 까정 내가 씨부린걸 한줄로 딱 줄이면  뭘까유?"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 어떤 이는 기획의도 랄까? 어떤 글을 쓸지 미리 계획하고 정 해서 하나씩 써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생각 나는 대로 그때그때 써내려 가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미리 정한 것이니 제목 정하기도 수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 글은 실컷 써 놓고 글의 제목 짓는 것이 애들 이름 짓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때가 있다.

어느 때는 글에 비해 제목이 너무 과한 것 같고 또 어느 때는 글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너무 많은 의미를 담아 임팩트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등등...


그런데 남편은 읽는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적절한 제목을 내 글을 읽다가 얼른 찾아내 주고는 한다.

마치 보물찾기 할 때 혼자만 쏙쏙 잘 찾아내는 사람처럼..

그래서 나는 자주 구독자님... 0번 독자님... 제목 좀 구해줘~! 라고 남편에게 SOS 날린다.

그럴 때면 남편은" 나 없으면 글을 어떻게 쓰려나 제목 지어 줬으면 글 다쓴거지 뭐!"라며 허세를 떨고는 한다. 아마 오늘도 0번 구독자님아 제목을 뭘로나 할까?라고 내가 물으면 남편은 예의 그 거만 쩌는 포즈로 노트북을 들어 꼬은 다리 위에 올려 놓고는 고개는 45 각도로 돌려서 눈 한번 감았다 뜨고는..

"이봐 이봐 제목이 이게 뭐니. 이쯤은 되야지 제목이,어 ? 아 난 왜 이렇게 제목을 잘 짓나 몰라 이번 글도 내가 다 써줬네 다 써줬어.."

라며 허세를 떨어 될 것이 빤하다

그러면 나는 이 기막힌 허세가 웃기고 재밌어 푸하하 웃게 될거고 0번 독자님이 아직 내글을 읽어 줄수 있음에 감사하며 또 다른 글을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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