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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27. 2016

럭셔리하고 우아하게


언제나 혼자 만의

여행을 꿈꿀 때면

손바닥 만한 핸드캐리어

한 손에 가뿐히 끌고

걸음도 살랑살랑

다른 한 손에는 라테 한잔

들고

나름의 공항 패숑으로 다가

럭셔리하고 우아하게

어디론가로 향하리라

상상하곤 한다.

그. 러. 나

현실은

튼실한 여행용 가방 이고지고

시간에 쫓겨 후다닥 푸다닥..

공항 패숑이고 나발이고 간에

신던 슬리퍼 끌고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뭐 빼놓은 것 없나

두 눈을 부라리며 전투적으로

목적지를 향해 간다.



더군다나

이번에 다녀온 한국행은

3박 4일이라는 유난히 짧은 일정에

출발 전날 밤 까지 한국요리 강습 이 있었고

집에 두고 가는

 아이들 일용할 양식 들도
미리  놓아야 했으며

그 며칠을 위해 집 안팎으로

정리해야 할 일들이 수도 없다 보니

정말 눈알이 뱅뱅 돌 지경이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손가방만 들고

기차역으로 갈 뻔 한 데다가

기차 타고 프랑크푸르트 공항

가는 동안에도

냉장고에 들여 놓을 것들

다 넣어 놓았던가?

전기 코드 꽂아 놓은 것은

없던가?

등등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것들을

정리 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는

작년에 바뀌었다는

새로운 시스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도 기계 와는

친하지 않은데 다가

혼자 해 보려니 처음부터

불안 불안이었다.

원래 짐을 모두 붙이고

들어가서 좌석표를 받던 기존의

방식 과는 달리

이제는

조렇게 생긴 기계에서

좌석 표를 빼서 가져 가야

짐을 보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대충 듣기는

했다만

내가 하는 것은 또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남들은 어찌 하나?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고 있는데

왠 시커먼 ?아저씨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한국말로

"아유 깜짝 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어이가 상실한 나는

"네?" 하고

되물었다.

그 아저씨 왈

" 아니... 한국 사람 안 같아서...."

이론 띠~ 뭣이여?

아저씨도 어디 더운 나라에서

많이 뵌 분 같거든요

라는 말을 고이 감 추우고

나는

기가 막히다는 듯 웃으며

"아~네~↓"

하고 말아 버렸다.

거기다 데고

그럼 어디 사람 같은 데요?

등의

확인사살  따위는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모든 수속을 마치고

열 시간이 넘는....

정말이지

중간에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비행시간을 뒤로 하고

인천 공항에 발을 디뎠다.

아 ~ 한국 이 구나....

왠지 짠~하고

찌르르한 감동이

밀려오는 그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며

" 니하우마 ~~

어쩌고 저쩌고 쌸롸 샬롸~~"

순간 당황한 나는

이번에도

"네~?"

했다.

그런데

나를 지네 동네 언니로 착각한

이 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 차고 빠르게

"

!@#$%^&*()_$%

^&*()_"

씨부려 쌌는다.

뭐라 카노~ 진짜?

나는 왠지 프랑크푸르트 공항

에서 만났던 그 아저씨가

나를 어느 나라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자연 스레 짐작이 가며

속에서 진심 우러나오는

깊은 빡침을 접어 두고

눈을 새초롬히 뜨고

나 지금 무지 황당하거든~

의 표정을 한껏 담아

물었다.

"익스큐스 미~?"

이런 니미럴~

내가 무신

럭셔리하고 우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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