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Oct 25. 2016

지울수 없는 이름


아침 부터 쿵콰당 후다닥

난리가 났다.

우리가 예전에 살던 동네 에서

서로 이웃 하며 지내던

막내의 오래된? 동네 친구 아론은
유치원때 부터 단짝 이였다.

우리가 먼저 이사를 해서

이동네로 오고

아론 네도 동네 에서

조금 떨어진

펠마 라는 곳으로 이사를

했지만

아론의 할머니 아직 그동네 여서

방학이면 할머니네로

놀러를 온다.

그때 마다

두 녀석이 만나 오거니 가거니 하며 놀게 되는데

지난번 방학 때는 우리집에서

두 녀석이 신나게

놀았고

오늘은

아론 할머니 네서 두 녀석이

놀기로 약속이 된 날이다.

방학 이라고

막내랑 이불 속에서  뒹굴 뒹굴

하다 보니 어느새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시계를 보고는 놀라서
벌떡 일어나 눈썹이 휘날리게 준비를


끝내고

막내를 롤라 에 (싱싱이?)

태워

나는 조깅을 하며 뛰듯이

길을 나섰다.  

우리집 에서 전차로 3정거장

지나야 되는 거리라

아무래도 약속된 11시 가 넘어야

도착 이 될것 같아

아론의 할머니께 미리 전화 라도

드려야 겠다 싶어

핸디를 꺼내 들었다.

연락처를 누르고

어디보자~

아론 할머니 번호가

어디 있더라

입력된 전화번호 를 찾아

손으로 핸디를

주르륵 빠르게 넘겨 보던

나는

아주 익숙한 이름에

눈길이 멈추고 말았다.



아버지.....

이미 주인이 바뀌었을 전화번호....

손가락을 대고 그대로

누르면 몇번의 신호음 끝에

"니가 어쩐 일이냐 허허허~"

웃으시던 굵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올 것만 같다.  

아버지 와 전화 통화를 할때면

언제나

첫마디가 니가 어쩐 일이냐?

였다.

무뚝뚝한 말투 셨지만

반가운 마음이

그대로 드러 나는

아버지의 음색에

나는 웃으며

"어머,우리가 뭔일이 있어야 전화 하는

사이 인 감요?

아버지가 이쁜 며느리

느~무 보고싶어

하시는 것 같아 전화 드렸죠"

라며

너스레를 떨어 대곤 했었다.

그리고는

지금 처럼 추운

겨울 이면

"점심은 뭐 드셨데요?

귀찮다고 아무거나 드시면 안되는데

따끈 하고 맛난거 드셔야지

날도 추운데 길 다니시려면

속이 뜨셔야 되요"

 미주알 고주알

잔소리를 해 댄다.

그런 며느리의 잔소리가

듣기 싫지 않으신지

아버지는

그저 웃으시며

"그랴~그랴~"

를 반복 하시면서도

긴 시간

전화를 놓지 않으셨더랬다.


 친정 아버지를 여읜

내게

아버지는 시아버지가 아닌

이제는 세상에

한 분 뿐인 아버지 셨다.


"아버지 올 봄에는

친구분들 다 모시고 꼭 독일로

놀러 오셔야 되요

모시고 갈

요 근처 좋은 온천도

알아 뒀고

 뭐 맛난 것 해드릴까도

 다 짜 놨어요 ~"

라고 하면

주로

"그랴~그랴"

대답 만 하시던

아버지는 그날

"너 힘들어서 안된다~"

하셨다.

진심 어린 걱정에
 괜시리 콧끝이 해지던 나는

"아따~힘좋고 이쁜 며느리

아껴 뒀다 뭐 하게요.

이럴때 동네방네 자랑 해야징~"

라며 웃었다.


내 애교를 빙자한 우기기에

그날 처음으로

그러마고 하셨던

 아버지

그 전화 통화가

마지막이 될줄 그때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오늘도 나는

내 핸디 전화번호부 에

저장 되어 있는 이름

아버지 지울수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잔소리를 해 드릴 수도

없고

오신 다던 그 봄은

벌써 지나

또 다른 봄을 기다리는데...

어쩐지

저장된 번호를 누르면

아버지의 목소리가

 당장 이라도 들려 올것 만 같아서 말이다.

"그랴, 올 봄에는 친구들

다 데리고

느희 집에 놀러 가마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