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절
독일 에는 요렇게 생긴
공중전화 부스 앞에
또는
노란색 공중전화 부스 옆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핸디를 들고 다니고
일부러
공중전화를 사용할 일도
없으니
예전 에는 동네 초등학교 앞이나
골목 에는 어김없이 만날 수 있었던
오목한 국자에 하얀 설탕을 담아
불위에서 갈색으로
걸쭉하게 녹여낸 후
하얀 소다를 젓가락으로 콕콕
찍어 넣으면
달짝지근 하게 부풀어 대던
뽑기 또는 달고나라고 부르던
추억의 간식을
요즘은 인사동 에나 가야 만나 지듯
추억 돋는
독일의 공중전화 부스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우리 동네에서 몇 군데뿐이다.
오늘 어디를 바삐 가던 길에
멀리서
추억 어린 노란
공중전화 부스가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 앞까지 쪼르르
뛰어가 보았다.
처음 독일에 유학을 나왔을 때
나이 만으로도 싱그럽고
꽃 다뤘던 그 시절
남편과
간질간질 설레며
알콩 달콩 연애 질?을
할 때 도
고향 집이 생각나
그리움이 넘실 거릴 때에도
그 촉촉 하게 젖은
마음을 달래며
한국으로
전화 다이얼을 꾸욱 꾹 누르던
그 노란
공중전화 부스....
지금은
카톡으로도 보이스톡이라는 것으로
한국에 계신 식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공짜로 전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시절에 살고 있지만
예전 에는 전화비 무서워서
한국에 전화도 자주 못하고
어쩌다
저렇게 생긴 전화기에 동전 또는
카드를 넣고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면 얼마나 돈 떨어지는 소리가
빠르고 크게 들리 던 지....
짧게 하고 끊은 통화 속에서 맴돌도
엄마의 목소리에
남은 여운이 다 스며들 때까지
전화 부스 안에 우두 키 서 있었던 날도
있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노란색 위에 색색으로 예쁘게
입혀진
공중전화 부스 안에는
전화는 없고
책 들만 가득하다.
문을 열고 안을 살펴보니
위에서
아래까지
나무 책꽂이에
시집, 소설, 철학, 정치, 잡지 등
다양한
책 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독일 사람들은
책 읽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휴가 갈 때
가방 가득 책을 들고 간다거나
서점에서 책을 세일할 때
옷가게 세일보다 더 붐빈다거나
잔디밭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독일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책값이 비교적 비싼 편이다.
그렇다 보니
도서 벼룩시장 도 많고
일반 벼룩시장에서 도
책은 빠지지 않는
인기 품목 중 하나다.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독일 사람들의
특별한 나눔 중에 하나는
집에서 더 이상 보지 않고 쌓아둔
책을 기꺼이 가져다 놓고
필요한 책으로 바꿔 가거나
다른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놓아두는 품앗이~
무료 책 나눔
책꽂이나 책장 이
동네마다 이곳저곳에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가구점 이케아 매장 한편에도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책을 기증할 수 있고
또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나
책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란 책장이 설치되어 있고
식물원 한편에도
같은 나눔의 용도로 만들어진
책꽂이가 세워져 있으며
주택 가 한 가운데 에도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 놓고 책을 가져가고
다 읽은 책을 기꺼이 남들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언제든 기증할 수 있도록
무료 책장 하나가 서 있다.
오늘 내가 만난
추억의 공중전화 부스도
동네 주택가 한편에
더 이상 찾는 이들 없이
홀로
우두커니 서있던
것을
누군가의 빛나는
아이디어로
모두가 애용할 수 있는
나눔의 책장으로 화려한 변신을 한 거다.
안에 전화기가 없어
왠지
아쉽고 허전했지만
공중전화 부스의
기발한 변신에 박수를 치며
아련하게 방울 방울 터져 나오는
옛 기억 들과
누군가 에게 서 온
귀한 책 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한아름 안고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