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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28. 2016

 공중전화 부스의 화려한 변신?


응답하라 ~시절

독일 에는 요렇게 생긴

공중전화 부스 앞에

또는

노란색 공중전화 부스 옆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핸디를 들고 다니고

일부러

공중전화를 사용할 일도

없으니

예전 에는 동네 초등학교 앞이나

골목 에는 어김없이 만날 수 있었던

오목한 국자에 하얀 설탕을 담아

불위에서 갈색으로

걸쭉하게 녹여낸 후

하얀 소다를 젓가락으로 콕콕

찍어 넣으면

 달짝지근 하게 부풀어 대던

뽑기 또는 달고나라고 부르던

 추억의 간식을

요즘은 인사동 에나 가야 만나 지듯

추억 돋는

독일의 공중전화 부스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우리 동네에서 몇 군데뿐이다.  



오늘 어디를 바삐 가던 길에

멀리서

추억 어린 노란

공중전화 부스가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 앞까지 쪼르르

뛰어가 보았다.

처음 독일에 유학을 나왔을 때

나이 만으로도 싱그럽고

꽃 다뤘던 그 시절

남편과

간질간질 설레며

알콩 달콩 연애 질?을

 할 때 도

고향 집이 생각나

 그리움이 넘실 거릴 때에도

그 촉촉 하게 젖은

마음을 달래며

한국으로

전화 다이얼을 꾸욱 꾹 누르던

그 노란

공중전화 부스....

지금은

카톡으로도 보이스톡이라는 것으로

한국에 계신 식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공짜로 전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시절에 살고 있지만

예전 에는 전화비 무서워서

한국에 전화도 자주 못하고

어쩌다

저렇게 생긴 전화기에 동전 또는

카드를 넣고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면 얼마나 돈 떨어지는 소리가

빠르고 크게 들리 던 지....

짧게 하고 끊은 통화 속에서 맴돌도

엄마의 목소리에

남은 여운이 다 스며들 때까지

전화 부스 안에 우두 키 서 있었던 날도

있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노란색 위에 색색으로 예쁘게

입혀진

공중전화 부스 안에는

전화는 없고

책 들만 가득하다.  

문을 열고 안을 살펴보니

위에서

아래까지

나무 책꽂이에

시집, 소설, 철학, 정치, 잡지 등

다양한

책 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독일 사람들은

책 읽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휴가 갈 때

가방 가득 책을 들고 간다거나

서점에서 책을 세일할 때

옷가게 세일보다 더 붐빈다거나

잔디밭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독일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책값이 비교적 비싼 편이다.

그렇다 보니

도서 벼룩시장 도 많고

일반 벼룩시장에서 도

책은 빠지지 않는

 인기 품목 중 하나다.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독일 사람들의

특별한 나눔 중에 하나

집에서 더 이상 보지 않고 쌓아둔

책을 기꺼이 가져다 놓고

필요한 책으로 바꿔 가거나

다른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놓아두는 품앗이~

무료 책 나눔

책꽂이나 책장 이

동네마다 이곳저곳에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가구점 이케아 매장 한편에도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책을 기증할 수 있고

또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나

책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란 책장이 설치되어 있고

식물원 한편에도

같은 나눔의 용도로 만들어진

책꽂이가 세워져 있으며

주택 가 한 가운데 에도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 놓고 책을 가져가고

다 읽은 책을 기꺼이 남들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언제든 기증할 수 있도록

무료 책장 하나가 서 있다.


오늘 내가 만난

 추억의 공중전화 부스도

동네 주택가 한편에

더 이상 찾는 이들 없이

홀로

우두커니 서있던

것을

누군가의 빛나는

아이디어로

모두가 애용할 수 있는

나눔의 책장으로 화려한 변신을 한 거다.

안에 전화기가 없어

왠지

아쉽고 허전했지만

공중전화 부스의

기발한 변신에 박수를 치며

아련하게 방울 방울 터져 나오는

옛 기억 들과

누군가 에서 온

귀한 책 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한아름 안고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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