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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20. 2021

귀얇은 나는 결국 글의 제목을 바꿨다

요즘 트랜드 같은 소리 하네


어제 오후 그렇게 후덥지근 하더니 새벽에 천둥 번개에 비가 폭풍이 치듯 내렸다.

더워서 창문을 열고 자다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 났다.

열어 놓은 창문을 다닫고 나니 잠이 깨 버렸다.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발코니에 펴 놓은 파라솔이 걱정이 되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천둥 번개가 번쩍 번쩍 하고 비가 쫙쫙 쏟아 지는데 발코니로 나가서 파라솔을 들고 오자니 무섭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자니 저 번개가 갑자기 우리 발코니를 내리 치면 파라솔이 번개 맞겠지?

그 번개 맞은 파라솔이 불타면 난리 나겠지?싶어서 말이다.


그런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하다 잠이 달아나 습관 처럼 새벽 부터 핸디를 켜고 브런치 앱을 켰다.

새글을  올리고 나면 늘 그러하듯 알림을 클릭 한다 그러면 누가 좋아요를 눌러 주었는지 댓글을 달아 주었는지가 확인이 된다 그리고 구독을 눌렀는지도...

알림에 의하면 브런치 구독자가 한명 늘어 있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내 브런치 홈페이로 이동을 했다 오잉? 그런데 어제 있던 구독자 수에서 8명이 빠져 있었다 한명이 는것을 감안 하면 9명 이 줄어 있었다.

뭐지? 글이 이상했나? 재미가 없었나? 제목이 문제 였나?

어런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다 늦잠을 자버렸다.


일요일 아침 이면 나리와 긴산책을 가기 위해 나를 기다리던 남편이 깨우러 오기 바로 직전에 나는 쿵쾅거리며 뛰어 내려가 남편을 불러 재꼈다.

"여보야, 여보야!"

뭔일인가 싶어 쳐다 보는 남편 에게 나는 속사포로 쏘아 댔다.

"우이쉬 제목이 중요 하다며 요즘 트랜드는 직접적인 거라며!"


어느날 남편이 말했다 요즘 트랜드 한것은 뭐든 직접적인 것 같다고 ...

우리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 생활 중에 하나가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보기다.

물론 서로의 취향이 달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출퇴근 하는 시간도 같고 라이프 루틴이 같다 보니 자연스레 함께 하는 취미도 하나 둘 늘고 있다.

우리가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시트콤이 하나 있다 우리집 아이들 같은 대학생들이 나오는데 제목이 내일 지구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왠지 시크 하고 우울한 느낌이 아닐까? 싶어 왠지 시트콤 이라는 장르와 잘 맞지않는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 보다 훨씬 밝고 재밌다. 불우한 환경의 주인공과 한국말을 너무나 잘하고 욕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좌충우돌 서울살이..

제목과 주인공의 처해진 환경만으로는 먹구름 낀 회색하늘이 연상 되는데 통통 튀는 요즘 세대들의 이야기로 꾸며 놓아 초록이 무성한 맑은 이야기가 우리를 많이 웃게 했다.

물론 종종 등장 하는 신조어 들은 바로 이해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 오버 스런 장면 들도 있었지만 신조어 배우는 걸 좋아 하는 내겐 그마저도 신선하고 재밌었다.

게다가 우리는 알수 없는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고민과 고충 그리고 그들이 처해진 상황들을 살짝 엿볼수 있었던것 또한 좋았다.

어쨌거나 이 시트콤의 제목을 예로 들며 남편은 내게 "너도 글의 제목을 좀더 사실 적으로 직접적으로 딱 뽑아봐 " 라고 했다.


전에도 언급한바 있지만 남편은 내 글을 제일 먼저 읽어 주는 구독자 0번이요 때로 제목도 골라 주는 자칭 편집자다.

귀가 팔랑귀인 나는 그래? 그렇단 말이지 하고는 내글의 제목을 테마에 맞춰 완전 직접적으로 뽑아 냈다.

그래서 태어난? 제목이 남편과 빨간 비디오 였다.

그런데 빨간 비디오 라는 제목 때문에 삐리리한 것을 마이 기대 했나?

아니면 너무 거시기 한 느낌이 들었나?

우쨌거나 처음에 자고 일어나니 구독자 9명이 한꺼번에 취소를 누른줄 알고 식겁 했었다.

그런데 결론 적으로는 2명이였다. 내가 다른 글을 쓰려고 캡쳐해둔 어제 글 발행 전 구독자 수와 내가 기억하는 구독자 수가 달랐던 거다

구독자가 늘고 주는것은  있어온 일이다. 브런치 에서는 유튜브 처럼 구독과 클릭수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거나 특별히 무언가 달라지는건 없다.

그런데 글을 쓰며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특히나 새글을 올리자 마자 구독이 늘어 나는 것이 아니라 구독을 취소 하는 숫자가 늘게 되는 경우는...

그렇다고 딱히 그 글이 구독취소의 결정적인 역할 을 했을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어쩌면 누군가 전에 부터 언제고 구독 취소 해야지 하고 있다 실행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귀얇고 소심한 나는 결국 글의 제목을 바꾸었다.

그리고 아무죄 없는 남편 에게 눈으로 레이져를 아 대 "요즘 트랜디한 제목 좋아 하시네!"

라는 말을 날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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