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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31. 2021

쟁반 같은 보름달 뜬 밤에 생쇼

그 새벽에 난 대체 뭘 누른 걸까?


누군가 그전날밤 잠을 못 잤어 라고 이야기하면

"왜? 요새 스트레스가 많아?"하고 묻는다 그러다 또 다른 누군가 "나도 나도 어제 잠을 깊게 못 잤어"

라고 이야기하면 마치 짜 맞춘 듯이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한다

"어제 보름달이었나?"


독일은 음력 달력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매달 보름이면 보름달이 뜬다.

이 동네는 사람도 큰데 달 까지 크다.

나는 독일에서 뜬 보름달을 볼 때면 한국에서 자주 가던 식당의 이모가 밥, 갖가지 반찬, 김치, 된장찌개 올려놓고 번쩍 들고 다니던 커다란 쟁반이 떠오르고는 한다.

둥글고 커다란 꽃그림 그려진 쟁반..

그 쟁반만 한 보름달은..

어느 날엔 구름에 가려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늑대 한 마리가 어디선가 울부짖고 있을 것 같이 선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독일에서 보름달을 Vollmond 폴몬트 라 부른다. 꽉 찬 달, 온전한 달 폴몬트 가 뜨고 난 다음날 이면 잠을 잘 못 잤다고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호르몬 문제라고도 하고 커다란 보름달이 너무나 환해서 잠을 방해한다고도 하고 또 달빛에 흐르는 늑대의 기운 탓이라고 한다.

그렇게 21세기에 웬 전설의 고향 같은 소리? 할법한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2013년에 진행된 한연구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보름달이 뜬날 보통날 보다 수면시간이 평균적으로 20분 단축되었고 잠드는데 까지 드는 시간이 5분 늦게 나왔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달의 밝기가 멜라토닌의 형성을 방해 해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좌우지 당간 독일에서 보름달 뜨는 날이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호르몬 문제가 많은 갱년기의 여성들은 더 하다고 한다. 거기에 해당되는 사람 요기 한 사람 더 있다.



나는 갱년기라 안 그래도 호르몬 문제가 많은 데다가 요즘 병원일로 스트레스가 많다. 때문에 코티솔 도 쭉쭉 올라가고 멜라토닌의 형성이 떨어져서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요즘 멜라토닌 스프레이를 뿌리고 잠을 청한다.

그 덕분에 중간에 깨는 것은 줄었지만 잠이 드는 데 까지 시간은 여전히 오래 걸리는 편이고 멜라토닌 스프레이 덕에 아침에 잠이 덜 깨서 몽롱한 날이 많은 편이다.


얼마 전 보름달 뜬 날이었다.

멜라토닌을 뿌리고 잠을 청했지만 쟁반같이 둥근달 때문이었는지 중간에 계속 깼다.

그러다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화장실 한번 다녀오고는 다시 말똥 말똥 해 지는 거다.

평소 에는 그러다 잠이 완전히 달아날까 봐 핸드폰을 보지 않는데 그날따라 너무 잠이 오지 않아 잠깐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는 브런치 엡을 켜고 이것저것을 보다가 통계를 눌렀다.

통계는 그날 내 브런치에 몇 분이 방문을 했고 어떤 글을 몇 분이 읽었으며 어떤 검색 경로로 방문이 되었는지가 적혀 있다 한마디로 숫자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통계에 숫자 대신 이상한 것이 떠 있었다.



뭐지? 하고 자세히 보니 프로필 화면 즉 대문 사진과 프로필 설정이 떠있었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 페이지로 들어가려고 무언가를 눌렀는데 갑자기 내 브런치 페이지가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는 원하시는 페이지의 사용 권한이 없습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고객센터로 문의 하라는 것이 떴다.내 페이진 데 ...내껀데...사용 권한이 없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시 로그인을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카톡으로 자동 연결이 되고 새로운 브런치 페이지가 나와 있었다.

정리하자면 내가 무언가를 잘못 눌러서 내 브런치 페이지가 사라지고 새로운 페이지가 나타나 있었다.

그곳에는 프로필 사진도 카톡 프로필 사진이 들어가 있고 아이디도 카톡 아이디로 바뀌어 있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세요 라는 문구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잠이 홀라당 발라당 깨버렸다.

아니 내 글은 모두 어디로 갔지? 독자님들은? 모든 게 사라져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낯선 아이디에 새로운 브런치 페이지... 그리고 작가 신청을 하세요 라는 문구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던 그때로 돌아간 듯했다.

순간 이게 자다 깨서 새벽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멍해져 버렸다.

분명 잠들기 전까지 존재했던 세상이 없어져 버린 듯한 허무함과 어쩌면 다시는 그곳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안에 공존했다.

쿵쾅거리던 심장과 흘러내리던 식은땀을 애써 가라 앉히고 조금 정신이 차려지기 시작하면서 노트북을 켰다.


정말 내 브런치 페이지가 사라져 버린 건지 확인을 해야겠다 싶어서였다.

노트북을 켜고 익숙한 브런치에 로그인을 하는 그 몇 분이 몇 시간이 되는 듯했다.

만약 노트북에서도 내 브런치 페이지를 찾지 못한다면 어쩌지?

왜 내 브런치 페이지가 사라져 버린 걸까? 나는 아까 뭘 누른 거지?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다행히 노트북에 연결되어 있던 내 브런치 페이지는 정상적으로 로그인이 되었다.

익숙한 프로필 사진에 같은 페이지를 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쉬어졌다.

통계를 누르니 아까는 보이지 않는 숫자가 정상적으로 나왔다.


다시 핸디를 켰다 나의 브런치 페이지가 다시 나오고 있었다.

아 다행이다 꼭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뭐지? 뭐였던 거지?

그런데 통계를 누르니 다시 브런치를 시작하는 페이지가 나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말이 이런 때 쓰일 것이다.

아직도 핸디의 내 브런치 페이지에서는 통계가 나오고 있지 않다

만약 그마저도 정상적으로 나왔다면 나는 어쩌면 그날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핸드폰 브런치 엡으로 통계를 누를 때마다 저밑에 사진처럼 브런치 시작 페이지 가 나오는 것을 보아 서는 그날 새벽 나는 무언가를 잘못 누른 것이 틀림없다.

하마터면 내 브런치의 모든 글과 구독자님들이 한꺼번에 바람같이 날아갈 뻔했다.

정말이지 식겁한 날이다.

그새벽에 뭔 일이었는지는 아직도 내게 미스터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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