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ptspeise 본요리 8.
독일 초등학교에서
특별 활동 반 아이들과 만든
오늘의 메뉴는
두구 두구 두구
찬바람이 불면 ~~
호호 불며 먹던
우리의 따끈하고 달달한 호떡
되시겠다.
1. 시금치, 키위, 망고, 베리를 갈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색의 예쁜 반죽 들을
조막 만한 손들로
조물 조물 만들고
2. 땅콩 잘게 다진 것,
건포도,
황설탕과 계피 가루를
섞어 놓고
동글동글 빚은 호떡 반죽을 떼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속재료를 넣어서 다시 동그란 호떡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한 움큼씩 떼어낸 반죽에서는
과일이 들어간 덕분에 향긋한 냄새가
솔솔 풍기고
아이들은 저마다
작은 입을 오물 거리며
"색도 예쁜데 반죽에서
음~~
맛있는 냄새가 나요"
"손에서도 좋은 냄새가 나요"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고
벌써부터 배고파진 아이들은
"건포도 땅콩 먹으면서 해도 돼요~~?"
라며
입으로는
속재료를 집어 먹어 가며
손으로는 조물 조물
만들어 가며
입도 손도 바쁘게 움직이며
재미있어했다.
한국에서는
겨울이 오면
사랑받는 간식이 있는데
그것을
호떡이라고 부른다는
나의 설명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떡 이요?"
여기서 파는 Hot dog 이랑
이름이 같아요?
한다.
ㅋㅋㅋ
빵에 소시지 끼워 먹는
핫도그의
독일식 발음이
우리의 호떡과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호떡이라는 이름이
입에 척 척 붙은 아이들은
입을 모아
호떡 빨리 먹어 보고 싶어요~~
를 연발한다.
귀요미들~~~
그래, 오야 빨리 해서 묵자~~!
특별히 오늘은
프라이팬에 기름 둘러 넣고 부쳐내야 하는
것이라
아이들 수에 맞게 팬을 꺼내면
기름 튀고 위험할 수 있다.
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안전하게 호떡을 부쳐 볼까? 고민하다가
팍 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
이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크레페를 부치는 팬
전기 크레페 팬은
전기레인지 위의 프라이팬보다
온도가 높지 않아
뜨겁지 않고 기름도
많이 사용되지 않아
순간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과
만들기에 비교적 안전하다.
미리
호떡이 잘 부쳐 지는지
집에서 실험? 해 보고
잘 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
힘은 들지만 집에서부터
커다란 전기 크레페 팬을
이고 지고 학교까지 왔다.
학교에서
특강을 할 때 에는 보조로
교사 두 명 씩의 자원해서
들어와 주셨는데
특별 활동반 은
전적으로 내 담당이라
혼자 일 해야 하므로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게다가
아이들을 한 자리에 동그랗게
모아 놓고 호떡을 바로 눈 앞에서
함께 부쳐 낼 수 있어
안성맞춤이며
비주얼도 우리의 호떡 파는
아주머니들이
쓰시는 불판처럼
넓고 평평해서
호떡을 척 하니 부쳐 내는 느낌도 산다.
먼저
학교 조리실
식탁 위에 신문지를 깔고
전기 크레페 팬 위에
알록달록 어여쁜 호떡을
사뿐히 얹어 놓고
한국에서 들고 온
호떡 누르기를 들고
한 명씩 돌아가며
아이들 에게
호떡 누르고 뒤집고 를 시켰더니
신기한 듯
이리 누르고 저리 뒤집고
누르기에 살짝 달라붙어 있는 호떡도
떼어 가며 서로 해 보려고
난리가 났다.
호떡 누르고 뒤집고
익히는 동안
먼저 했던 아이들은
그 사이를 못 참고
"음~~ 맛나다" 해 가며 오물 조물
드시기에 바쁘다 ㅎㅎㅎ
커다란 팬 까지 집에서 들어 나르느라
힘은 들었지만
아이들이 호떡을 재미 지게 만들고
실컷 먹고는
너나 할 것 없이
도시락 통에 쪼로미 싸서
집에 가져가 식구들 에게
자랑하며 먹여 주고 싶다는
들뜬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입가에
흐뭇한 엄마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 다음 주에는
한국요리 뭐 해요
우리 또 호떡 만들어요?"
라며 말랑말랑 달콤하고
따끈한 호떡에 홀딱 반해
두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과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어 낸
한국의 맛난 호떡
얻어먹고
"와 아주 달지도 않고
정말 맛나네요 아이들 간식으로
딱인데요"
라는 감동 넘치는 말들을 들으며
저절로 어깨가 으쓱 해 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