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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2. 2017

스시 강습 과 한국의 김자반




사람이 살아 가다 보면 꼭 이런 날이 있다.

유독 더 바쁘고 정신 없는 날 말이다.  

늘 하던 요리강습 준비 인데 식재료 시장을 보는 것도 와인 등의 음료를

준비 하는 것도 자꾸 예상 시간 보다 더 걸리게 되고 하다 하다

언제나 잘 돌아 가던 인쇄기가 갑자기 말썽을 부려

수강생 들에게 나누어줄 레시피 들고 복사가게로 뛰어야 하는...

계속 예상 못한 신경이 쓰이는 일 들이 차례로 터지고

뭔가 일사천리로 잘 돌아 가지 않는 날

바로 그런 날 이였다.


저녁 6시에 있을 스시 초급 반 강습을 준비 하는데

요리 강습 을 오래 하다 보니 저절로 몸에 익은

시간 계산 들은 자꾸 엇박자를 타고 생각 하지 않은 것 에서 일 들이

터지고 갑자기 계획에 없는 약속이 잡히기 까지 하니 시간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다.

저녁 6시 수업이니 늦어도 오후 5시 까지는 강습 장소에 도착 해 있어야

하는데 마음은 바쁘고 할일은 많고 결국

언제나 이론 수업 시작 전에 배고픈 수강생 들을 위해 미리 챙겨 가던

맛뵈기 음식 조차 만들어 갈 수 없었다.

빠르게

강습 장소로 이동해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이 빠짐 없이 준비 되었나

하나, 하나 머리 속 으로 점검 해 가며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 까? 를 궁리 했다.


궁하면 통한 다고 했던가? 딱~하고 머리를 스쳐 가는 굿아이디어 ~!

맞다! 김.자.반 원래는 식재료 에 대한 설명 과 함께 여러 종류의 김을 보여 주고

맛을 테스트 해 보는 용도 로 준비 된 김자반 이다.

그러나 한국 에서는

밥과 함께 밑반찬 으로 쓰이는 유용한 것이 아니 던가.  

그래 김자반 독일 사람들 에게 오늘 너의 진가를 보여 주마~~  

실습장에 도착해 어느새

득템 한듯 수강생 들을 위한 간식을 급조? 한 나는 든든 하고 여유 로운 마음 으로

강습을 시작 할 수 있었다.

하얗고 오목한 예쁜 아이스크림 접시에 아이스크림 퍼 담는 데 쓰는

동그란 수저로 밥을 모양 내서 담고

그 위의 한국의 바싹 하고 고소한 김자반 을 솔솔 뿌려 작은 수저로 떠 먹을수 있도록

수강생들 맛뵈기 음식 으로 내 주었다.

그랬더니 반응 은 말 하나 마나~~얼마나 맛나게 들 먹던지 보통의 양념된 맛김 보다

더 바싹 하고 중간 중간에 깨도 씹히는 김자반을 우리가 한국 에서 밥과 함께

반찬 으로 먹는 모습 그대로 독일 사람들이 시식 하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떤 자리 에서 누구 와 함께 어떻게 먹는가 에 따라
한국의 밑반찬도 한가지의 훌륭한 요리로
손색이 없음을 입증한 것이라 하겠다.

언제나 요리 강습 은 매번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다채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 된다

그래서 그때 마다의 분위기의 특징이 있는데   

이번 강습엔 쏠로 들은 가라~커플 천국

수강생 들 중에 고딩 커플 부터 중년 커플 까지

대부분 커플이 주를 이루었다.

커플 들이 많고 강습 에서 서로 처음 만나는 사이들 이다 보니

마치 허니문 단체팀 속에 낀 여행사 직원이 된 것 같은 느낌? 들고는 한다.

그래서 보통 이런 그룹 들은 강습이 시작된 초반 부터 쭈욱~

서로 조금 머쓱 하니 각자 자기 커플 들 끼리만

화기애해 한 분위기 일 경우가 많아서 강사 입장 에서는 참 ~분위기

모으기 쉽지 않은 고군분투 해야 하는 그룹 이다.

그럼에도 가끔 그 안에 한 두명의 재기 발랄 한

사람들에 힘입어 분위기가 확바뀌 기도 하는데

때로는그 재기발랄이 제길~ 뒷골 땡기는 이 되기도 한다.  



조오기 위에 가방 옆 남자분 입장 하실 때 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여행 온것 처럼 헹주 부터 칼, 고무장갑 등등 벼라별 것이 다 들어 있는 커다란 가방을

척 가져다 놓을 때 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어찌나 아이디어가 많아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은 분인지....

뭐 하나 가르쳐 준 대로 하시는게 없다.

재료 하나씩 들어 가는 반장 짜리 김 으로 하는 작은 초밥을 마는데

굳이 재료 여러개를 밀어 넣고 길게가 아니라 김의 방향 바꿔

짧게 말겠다고 우기더니 그 위에 핫도그나 햄버거 에 들어 가는 말린 양파 튀긴 것을

커다란 가방 에서 통체로 꺼내 들고 깨 처럼 솔솔 뿌리고 계신다.

거기 까지는 괜찮았다.요리는 창조적인 작업 이고 판타지가 필요 하니까...

더군다나 어차피 너님이 드실 것이니 이해 할수 있다.

그런데 그 짧고 굵은 초밥이 썰어 놓으니 모양이 영

거시기 할수 밖에...

잠깐 좌절? 하신듯 보이던 그 분은 이번에는 또다른 빤타스틱한

하트 초밥을 해 보겠다며 손으로는 그뚱땡한 초밥 옆구리를

사정 없이 눌러 가며 눈으로는 옆에 커플 남자 분이

드디어 초밥 옆구리 안터지고 성공한 것에 기뻐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친절 쩌는 한마디를 날리 셨다.

"그거, 비쥬얼이 제법 됬다고 기뻐하기는 일러

썰어봐~ 좀 다를걸?"

오마나 유윈~!


강습 준비 하는 것 부터 강습 내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자꾸 먹게 된다며 김자반의 탁월한 맛에 반한 독일 사람들이 저렇게

각자 만든 초밥 접시 위에 김자반을 깔아? 두고 초밥에 꼭꼭 눌러 뭍혀

먹는 기발한? 모습 들을 연출 하는 것을 보며 스시 강습 에서                          

한국 밑반찬 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이나 하게된 행복한 날 이였다.

아울러 다음 번 한국 요리 강습 에서 김자반, 다시마 튀각 등의

밑반찬 으로 스페셜한 집밥 강습 메뉴를 계획 하게 해준

고마운 날 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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