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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04. 2021

안개 자욱한 아침은 화창한 날씨를 예약한다.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부터 안개가 뿌옇게 낀 날이 있다.

독일의 안개 낀 날은 호로 영화 한 편은 나올 만큼 으스스 한 느낌이 든다.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갯속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날일수록 독일 사람들은 "오늘 날씨가 좋으려나 보다!"며 반가워한다는 거다.

신기한 것은 그 말이 틀림없다는 것이고 말이다.

마치 예전에 울할매가 무릎이 시린걸 보니 비 오겠다 하셨던 것처럼....

아침부터 앞이 보이지 않게 안개 낀 날 이면 어김없이 햇빛 가득한 날씨를 만난다. 햇빛 귀한 독일에서 저절로 횡재한 기분이 다.


안개 자욱한 날 아침 출근길...

저 앞선 차들이 보내는 깜박이는 불빛만 쫓으며 구름 속을 통과하듯 몽롱한 길을 달릴 때면 나는 이 안개 낀 날이 우리네 인생길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마음이 힘든 순간과 마주 할 때가 온다.

그 크고 작은 이유들 중에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마음을 제일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산을 넘어가면 이일 이 끝나고 나면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찌 될 것이다 라는 것이 확실하다면 어쩌면 우린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이 안개가 걷히고 나면 눈이 부시게 햇살이 쏟아질 거야 라는 기대처럼 말이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 공모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응모했고 멋진 작품들이 선택되어 수상을 했다.

언제나처럼 나는 이번에도 그 영광을 안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또?라는 실망감보다

그럼 대체 어떤 글을 써야 하지?라는 좌절감보다 아직 내 글은 안갯속에 있는 거야 라는 편안함이 찾아왔다.

언제 가는 내 글도 짙은 안개를 뚫고 햇살 듬뿍 받는 시간을 만나게 될는지 모른다. 그 얼토당토않은 믿음이 다시 글을 쓰게 하는 동기가 되어 준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 들이지만 아직 쓰고 싶은 글이 한참이다.

내 글을 읽어 주고 계신 독자들이 있는 한은 아마도 나는 안개 자욱한 아침이면 화창한 날씨를 예약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될 것이다.

오늘도 별것 아닌 일상이 별것이 되게 해 줄 독자님 들이 내 글을 기다리고 계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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