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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5. 2021

사투리 마니아의 이기 머선 일이고?

맞춤법 검사와 나 사이에...


블로그를 시작으로 인터넷 상에서 글을 쓰게 된 지 8년이 흘러가고 있다

무엇이든 그리 빨리 느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글도 그때 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단지 예전 글들을 보면 몹시 부끄러워진다는 것으로 그나마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구나 가늠할 뿐이다.

글을 쓰다 보면 아는 만큼만 쓸 수 있다는 것에 늘 놀라고는 한다.

처음부터 글 쓰는 재주가 특별해서 시작한 글쓰기는 아니었다. 그러니 수준 높은 글을 쓰고 싶다는 턱없는 바람을 가져 본 적도 없다.

그저 그때그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친구들과 수다를 떨듯 풀어놓은 것이 전부요. 누구든 보아 도 된다고 펼쳐 놓은 일기장이나 다름없다. 검사받아야 할 일기장 숙제는 아니지만 공개 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때로 내 글을 통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본전? 에 민망해 지기 일쑤다.

뽀뽀 뽀뽀는 잊은 듯 ..세상에나...ㅠㅠ
뽀뽀 뽀뽀 소리를 내며 ...허거덩
파리파리한 모습 이라니....

그중에 하나가 맞춤법이다. 글을 쓰고 발행을 하기 전 늘 맞춤법 검사를 한다.

그럼에도 발행을 하고 나면 꼭 틀린 철자들이 줄줄이 나온다.

뽑고 나면 나도 여기 있노라 말하듯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는 하얀 새치처럼...


브런치 에는 글을 발행하기 전에 모바일 미리보기와 맞춤법 검사라는 고마운 기능이 첨가되어 있다.

그래서 언제나 글을 쓰고 나면 맞춤법 검사부터 하는데 맞춤법 검사가 나를 도와주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발행한 글들 중에서도 엠블런스의 삐뽀삐뽀를 표현하고자 했던 의성어가 어느새 맞춤법 검사를 지나 뽀뽀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맞춤법 검사 덕분에 작은 체구의 빠리빠리 한 환자는 파리가 되어 있었다.


맞춤법 검사를 통과하다 이상해지는 단어들도 있다.

본래의 뜻과 다르게 수정되는 단어들 중에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사투리라 하겠다.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으로는 빤한 상황과 장면들을 그리고 있는데 글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순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나는 종종 내 부족한 표현력과 묘사를 찰떡같은 사투리 들로 느낌을 살려 보려고 애쓴다.

허벌라게,거시기,징허게,쎄빠지게,뭐 있슈,등등...


나는 자타 공인 사투리 마니아다. 몇 가지 사투리는 네이티브 스피커다. 그 동네의 정서가 만져질 듯한 전국 방방 곡곡의 모든 사투리를 사랑한다.

좋아하는 사투리를 원 없이 류대로 체험할 수 있어 특별히 애정 하는 한국영화 가 황산벌이다.

재미있는 것은 맞춤법 검사는 그런 사투리를 모른다는 것이다.

해서 늘 오류로 의심된다고 나오고 수정하면

때로 엉뚱한 단어가 되어 나온다.

가령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보다 훨씬 쫀득한 맛이 느껴지는 "왜그류 뭔 일 있슈?"라는 사투리가 맞춤법 검사를 지나면 공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기류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그래서 국수 면발로 후루룩 면치기 하듯 맞춤법 검사를 하고 글의 발행을 누르고 나면 다시 읽을 때마다 수정해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인다.


그러다 보니 글을 발행 후에 수정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 기회에 글이 발행되자마자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는 원 플러스 원처럼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다.

일단 던지고 본 엉망인 상태의 글을 받아 보실 때가 많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 시간 들여 퇴고 하고 글을 발행하면 되지 않겠나? 하실 분들도 실 거다.

변명하자면 워낙 글을 더디게 써서 수정까지 꼼꼼하게 하고 글을 올려야 한다면 아마도 한 달에 한편 발행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기다리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빨리 올리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이 먼저 발행부터 누른다.

완전 배 째라다.


한 번에 글을 쭉쭉 써 내려갈 필력도 없고 시간도 많지 않은 나는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글을 쓴다.

어느 날은 몇 문장 또 어느 날은 몇 단락...

그러다 보면 이글처럼 며칠 지나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글이 되어 나오기도 하고(*원래는 사투리에 담긴 정서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문단과 문단 사이가 어색하기도 하다.


렇게 짧은 밑천?을 가지고도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았다. 

하얀 도화지에 다섯 가지 색의 크레파스를 들고 무언가 열심히 그리려고 고민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는 소소한 일상의 일부를 글로 나마 다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과 가끔 그 안에서 다른 님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알록달록 그리고 싶은 것이 많다.

아직은 다섯 개의 색을 가지고 고민 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여러 가지 나만의 색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빨강과 노랑을 합쳐 주황색이 되듯 파랑에 빨강을 더하면 보라색도 만들어 내듯 그렇게...

그리고 찰떡같은 사투리들도 맞춤법 검사에서 그냥 넘기기를 하고 계속해서 쓰게 될 것이다.

바가지에 담긴 걸쭉한 막걸리처럼 제대로 된 맛을 낼 때까지....


짬짬이 쓴 글을 발행하다 보면 언제나 한국시간으로 오밤중 또는 새벽 이 된다.

독일 시간으로 아침 시간은 대부분 병원 근무 시간이라 글을 발행하는 시간은  오후 또는 저녁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글도 한국 시간으로 동트기 전 새벽을 날아 도착할 예정이다.

우리 독자님들의 깊은 잠을 방해하지 않고 밤사이 머리맡에 살짝 두고 간 작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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