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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11. 2021

남편이 녹내장 수술을 받았다.


사실 이 글은 조금 더 있다가 쓸 예정이었다. 아직 마음이 벌렁 거리고 있어 시간을 더 두고 싶었다.멘탈이 약한 사람이다 보니 힘든 일을 글로 쓰다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다시금 떠올라 서걱 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딴딴하게 굳었을 때쯤 쓰려고 했다.
그런데 예전의 나처럼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한 마음으로 힘든 순간을 만나고 있을지 모를 어느 분 에게 댓글을 받았다. 혹시 라도 그분이 또는 그분과 같은 상황 속에 있을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녹내장 수술 전 우리의 노력

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남편은 몇 년 전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늦게 발견된 탓에 진단 당시 이미 녹내장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그로 인해 시신경 손상이 심한 상태였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녹내장이 힘든 이유 중에 하나가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계속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칡흑 같이 어두운 밤에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를 총알을 피하는 느낌이랄까? 우리 집 지하실에서 어디서 새는지도 모르는 물이 자고 일어나면 넘쳐나 있고 또 퍼내면 쌓여 있고 하던 것처럼 답답하고 고민스럽다고나 할까?

 

남편의 녹내장이 어떤 이유로 계속 진행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더 찾아 내야 죽어 가고 있는 시신경의 손상을 어떻게든 막을 방법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점안 약으로 안압을 조절 함과 동시에 혹시 라도 원인일지 모를 이비인후과 호흡기 수면 내과 등에서 다양한 검사들을 병행해서 받았고 눈에 좋다는 비타민류들을 복용하고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 중에 남편이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수면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수면 중에 무호흡 증으로 빚어지는 혈액순환 장애가 녹내장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중요한 실마리 하나를 던져 주었다.

남편은 그 후부터 호흡기 수면 내과에서 처방받은 코끼리 코 같이 생긴 기다란 관이 붙어 있는 수면 마스크를 쓰고 잠을 잔다.

잠결에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일어날 때면 그 수면 마스크를 벗어야 해서 마치 무대에서 유숙 하고 뿜어져 나오는 소리 같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일어 난다.

처음에는 그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 같이 깨고는 했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어 그 소리 속에서도 음 남편이 화장실을 가나보다 하고 다시 잔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생활의 변화를 주고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안압은 쉽게 잡혀 주지 않았고 녹내장 진행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남편의 점안약이 두 개에서 세 가지로 늘어났던 어느 날 안과 주치의는 남편의 입원을 권유했다.

약을 점안하고 나서는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던 안압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중간중간에 올라가 있어 시신경이 계속 손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24시간 안압을 재어 보자고 했다.

삼일 동안 입원을 해서 매일 하루 네 번의 안압을 체크했다. 24시간 체크라 해서 한국처럼 매시간 재는 것인가 했는데 여기는 네 번만 쟀다. 그럴 바에는 집에서 통원을 시켜 주지 뭘 입원까지 시키나 했는데 새벽에 재야 해서 어쩔 수가 없다 했다.

그런데 그 새벽 안압이 주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남편의 안압은 밤중과 새벽 사이에 큰 폭의 차이로 변화가 있었다.

바꿔 말해 점안 약을 점안하고 안압이 떨어지면 그 떨어진 안압으로 계속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중간에 갑자기 안압이 치솟는 시점이 있고 그로 인해 시신경 손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던 거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남편에게 그전에 했던 스탠트는 크게 효과가 없었고 종류 다른 점안약도 소용이 없었던 거다.

녹내장 수술이 대공사? 라고 해서 어떻게든 수술은 피해 보려 했는데....

이럴 경우 결론적으로는 결국 수술밖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세 번의 녹내장 수술


올 2월 남편은 오른쪽 눈의 녹내장 수술을 받았다. 지난 글에 등장하는 도르트문트의 그 교수님이 집도 하시고 그 팀이 수술을 했다.

녹내장은 급성, 만성, 폐쇄각, 개방각 등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고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르지만 뭉뚱그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안압이 올라가 눈 안에 물이 빠져나가지 않고 막혀서 시신경이 죽어가는 병이다. 어떻게든 안압을 낮추고 물이 빠져나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게 약으로 안되면 수술인 거다.

첫 수술은 요즘 새로운 방법으로 많이 하고 있다는 수술법으로 한다고 했다.

작은 실낱같은 것을 눈 안에 집어넣어 물이 빠지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수술도 잘 되었다 했고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듯 보였다 그런데 스탠트를 넣었을 때와는 다르게 그 실 같은 것이 남편의 눈 안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부작용이었다. 안압은 27까지 치솟았다. 남편은 정상 안압에서 생긴 녹내장이라 그 숫자는 굉장히 높은 수치였다. 병원에서는 응급으로 다시 수술 일정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한 지 2주가 채 되지도 않은 때였다.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 나도 모르게 어찌나 마음을 조리고 지속적으로 신경을 썼던지 입안이 부풀고 머리가 아프더니 급기야 몸살 기가 돌고 열이 났다.

남편의 재수술 날짜가 그다음 주인데 마음이 무너지니 몸도 따라갔던지 나는 덜컥 입원을 하게 되었다.

내가 입원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편도 응급하게 수술을 받으러 병원으로 가야 했던 그때 눈은 또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부부가 각기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하게 생긴 초유의 사태를 만나기 직전이었다.

폭설로 인해 수술 날짜가 이틀 미뤄지는 바람에 그사이 나는 퇴원을 하고 바통 터치를 해 계주를 뛰듯 남편이 뒤이어 재수술을 위해 입원을 했다.

그 긴박했던 순간들이 불과 7개월 전이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 순간을 어찌 지냈나 싶기도 하다. 그 당시 큰아들은 대륙이 다른 곳에 있었고 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딸내미는 폭설로 기찻길이 막혀 집에 올 수 없는 상태였고 부부가 같은 시기에 그렇게 입원을 하게 되었다면 13살짜리 막내와 멍뭉이 둘이 서만 폭설로 막혀 정원 문도 열리지 않는 집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서도 다행히 모든 것이 감사하게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남편은 같은 해 세 번의 전신마취를 하고 세 번째 녹내장 수술을 했다. 이번에는 다른 쪽 눈이었고 지난날의 경험으로 남편에게는 그 새로운 수술법이 맞지 않음을 알게 된 덕분에 곧바로 클래식한 예전 수술법으로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지금까지 별다른 부작용 없이 잘 회복되고 있다.

아직도 맞는 안경이 오지를 않아 운전도 못하고 일처리도 더뎌서 병원 진료도 최소한의 것만 하고 있다.생활 전반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 덕분에 더 많이 걷고 눈을 적게 사용하고 있으니 이것도 회복의 한 이구나 싶다.되도록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나름대로 잘 쉬고 있다.

인생 그렇듯 또 모든 지병들이 그러하듯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가 않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삶은 꼭 마라톤 을 닮았다.그 긴 구간을 달리다 보면 박수 받으며 힘차게 뛰어 나가다 가도 때로는 숨이 넘어 가게 차기도 하고 또 어느때는 다리를 질질 끌며 달려 나가야 하기도 한다.

또 어느 구간에서는 주저앉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달리다 보면 마치 마비가 된 듯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없어 그 순간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순간을 마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거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그분의 가족이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병마와 싸우고 있을 그리고 옆에서 떨리는 손을 잡고 있을 가족들에게 가을날 따끈하고 향기로운 한잔의 모과차 같은 위로와 응원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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