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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21. 2021

독일 쇼핑센터 화장실 비화

그토록 긴박 하고 길었던 순간


안경점 에서 연락이 왔다.남편의 안경이 나왔다고 찾아 가시라는 문자 였다.

중간에 사정상 조금더 늦어 진다는 문자 말고 찾아 가라는 문자를 받는데 까지 한달이 걸렸다. ‘아 드디어 !’ 하는 반가움 보다 ‘하 세상에나 기는 주는구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도수가 바뀌는 도중에 임시로 잠깐 사용하기 위해 맞춰둔 거라 이젠 급할 것도 없다.급한대로 남편은 다른 안경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말에 화장실 갈때 마음과 올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정작 안경이 급할때는 그렇게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 했음에도 시큰둥 한 마음이 들었다.

환장하겠는 독일의 안경점 서비스

그럼에도 한달은 너무 했다 싶다.

만약 우리가 대박 안경점 에서 도수 덜맞는 남편의 보조 안경을 맞출수 없었다면 꼼짝 없이 한달 동안 병원문을 닫을 뻔했다.

동료병원들에게 우리병원 환자들 진료 땜빵을 부탁하는 것도 한두주고.....

돌려막기 하듯 이병원 저병원에 부탁 하기도 상황이 맞아야 가능 한 일이다.

그렇다고 형편도 안되는데 남편이 회복 할 동안 대신 일 해줄 페이 닥터를 구할수도 없다.

우리같이 작은 개인 병원들은 세금 내고 직원들 월급에 보너스 챙겨주는 여름엔 진짜로 여유가 없다.

원래도 세금이 세기로 소문난 독일이지만 병원을 개원 하기  전에는 이렇게 종류별로 다양하게 뭉터기로 뜯겨? 나갈지 몰랐다.

물론,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여름휴가 보너스도 사실 누가 주라고 시켜서 하는건 아니다.그간 고생 많은 직원 들에 대한 우리의 작은 선물 이랄까?

사진 오른쪽에 간판 보이는 소시지도 팔고 감자튀김도 파는 스낵집의 회오리 감자튀김이 예술임


그러나 이럴때는 차라리 남편이 월급 받으며 일할 때가 나았지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그랫다면 병가도 형편껏 쓸수 있었을테고 안경 때문에 그리 곤란 스럽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수술 하고 여유있쉬지도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이 짠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이런저런 마음이 밀물 썰물이 되어 드나들었다.


헹가래 치는 여러갈래 마음을 안경점이 들어가 있는 쇼핑몰에 가면 사먹을수 있는 회오리 감자튀김으로 갈무리 하고 길을 나선다.

점심 먹은지 한참 지난 시간 이라 그런지 동글 동글 하게 회오리 모양으로 생긴 노릇노릇 바삭한 감자튀김을 생각 하니 침이 절로 고였다.

먹는거 생각 하는 순간은 언제나 아이 처럼 즐거워 진다.그음식을 입에 넣었을때의 식감과 입안에서 퍼질 이미 알고도 남을 그 맛과 함께 나눠 먹을 가족의 표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이런 순간에 늘어난 체중은 생각 하지 않는다 그건 반칙이므로..

나는 가지고 있는 불내성이 많아서 어차피 한번에 많이 먹지 못한다.

지는 조금 먹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먹게 해서 나온 배가 들어 가질않는 다는 남편은 오늘도 내탓을 해대며 맛나게 감자튀김을 먹을게다.

행복한 상상을 하며...

우리는 전차에서 내려 주차장을 가로 질러 안경점이 있는 쇼핑센터 서쪽 정문으로 들어갔다.


안경점이 들어가 있는 쇼핑 센터 dez는 우리동네에서 제일 큰 쇼핑몰 중에 하나다

3개의 안경점 뿐만 아니라 카페,서점, 빵집, 피자집, 옷가게,신발가게,마트, 전자상가,음식점,포토스튜디오, 등 크고작은 상점들 백여개가 들어서 있는 제법 큰쇼핑센터다.

그래서 우리동네 주민들 뿐만 아니라 카셀이 속해 있는 헤센주 그중에서 북부 헤센 에 사는 다른동네 주민들 그리고 우리와 인접해 있는 니더작센주 에서도 쇼핑을 오고는 한다.

주차장에 주차 되어 있는 차 들을 보면 다른도시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들이 많다.


예약된 손님 들만 받고 있는 안경점 안은 생각보다 한산 했다.

안경점 에서는 안경 기술자 중에 누가 안경 작업을 하다 렌즈를 깨먹는 바람에 다시 렌즈 부터 주문해야 해서 그리 되었다고 거듭 미안해 했다.


지난일 탓해서 무엇 하나 얼른 안경 찾아서 가야지 하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신호가 잡혔다.

남편이 전문 안경사 님과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며 코걸이와 귀사이의 안경다리를 조절 하고 있는 동안 내 뱃속에서 난데없이 꾸르르륵 하는 입체적 3단 벨소리가 들려 왔다.

3개의 불내성을 가지고 산지 10년이 훌쩍 넘은 나의 촉이 말했다.이건 배고픔의 뱃고동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 소화가 안되어 보글딱 대는 가스의 세레나데요 급똥의 전주 임을...

아까 뭘 먹었더라 하며 머릿 속으로 내가 섭취한 식단과 간식을 빠르게 훑는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 먹고 딱한잔 마신 커피믹스가 범인 이었다.거기에 들은 하얀 프림.내게는 10년지기 친구 같은 히스타민 불내성,솔비트 불내성 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당  불내성이 있다.

밖에서 마시는 라떼나 카푸치노에는 락토제 프리 로 주문을 할수 있지만 아껴 마시는 한국산 커피믹스는 그럴수가 없다.때마침 샐러드에 요쿠르트 드레싱을 얹어 먹은 점심 후에 한잔의 달콤 씁쓸한 믹스 커피는 이 마른하늘에 천둥치듯한 소리로 조만간 화장실을 예약 한다는 메세지를 주기에 충분 했다.


나는 남편에게 더 시간이 걸리면 먼저 나가 보겠노라 싸인을 주고 있는데 친절한 안경사 님이 활짝 웃으며 끝났다고 했다.

남편이 안경값을 계산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여기서 최단거리의 화장실이 어디일까 계산 하기 바빴다.

왜냐하면 독일은 공중 화장실이 많지가 않다.

이렇게 큰 쇼핑몰 안에도 화장실 세군데가 있을 뿐이다.

거기다가 세곳 중에 한군데는 동쪽 72번과 74번 세탁소 와 이동통신 보다폰 사이 복도에 있는 장애자용 그리고 아이 기저귀 가는 곳으로 모자용이다. 즉 나는 두군데만 사용 할수 있다. 그중 한곳은 아까 우리가 가로 질러 온 곳으로 돌아 나가야 하는 서쪽 문 8번과 9번 악세사리 가게 사이 복도에 있고 다른 하나는 남쪽 끝에 있는 Rewe 마트 앞 복도 31번 빵가게 와 30번 현금인출기 사이 복도 끝에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느니 마트 쪽으로 뛰는게 빠르다는 판단이 섰다.

나는 최대한 자극을 줄이는 방향에서 오리 처럼 뒤뚱 거리며 보폭을 넓혀 걸었다.

평소 걸음 이 빠른 남편을 앞질렀다.

그런데 코시국이라 쇼핑몰 안이 마치 2차선 도로가 되어 한쪽은 내려 가는 길 다른 한쪽은 올라가는 길이 되어 있다

다른때 라면 앞쪽에서 이상점 저상점 구경하며 기웃 거리느라 속도를 느리게 하고 걷는 가족들을 다른 방향에서 돌아 앞서 갔을 텐데...

친절하게도 바닥에 파란색 화살표로 이쪽 방향 에선 사람들은 그줄을 고수 하고 있었다.

눈에 파란색 화살표 만 들어 왔다.

너 밖에 안보인단 말이야!하는 드라마 ost가 떠오르는 순간 이였다.


땅바닥만 쳐다 보며 파란화살표 따라 발끝까지 힘을 주며 아슬아슬 걸었다.머리속으로는 이러다 힘 풀려 굉장치도 않은 모습으로 주저 앉으면 어쩌나?신문에 나는거 아니야?벼라별 상상을 다하며 말이다.

드디어 화장실 표시가 보이고 속으로 예스!를 외치고는 뒤에서 웃으며 따라 오던 남편을 뒤돌아 보았다.

"갔다 올게, 시간좀 걸릴거야,자기는 그동안 마트안에서 장좀 보고 있어!"라며 화장실 표시판을 가르켰고...

그런 내 모습에 남편은 웃으며 "동전은 있고?" 라고 물었다.유료 화장실 이라 돈을 내야 하는데 혹시 라도 결전의 순간에 동전 없을까봐 남편의 나름 다정한 참견 이였다.

"있다 있어 많다!" 라며 나는 더이상 말시키지 말라는 손을 들어 빨리 흔들어 주고는 날듯이 화장실 앞으로 갔다.

그런데..그런데...

화장실 공사 중 이라는 푯말이 떡하니 나를 기다렸다.

공사? 갑자기? 아니왜!! 하필 지금 이냐고! 나는 소리 없는 외침을 부르짖으며 망연자실 했다.

그순간의 절망감 이려니...어디선가 예전 노래중에 나나나 난괜찬아 ..난 괜찮아.아하 하는 노래가 들려 오는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릴렉스를 외치며 왔던길을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 갔다.

애써 발끝까지 힘주어 걷던 다리에 힘이 풀리고 나니 뱃속 에서는 쿠르릉 쾅쾅 소리가 드럼 치듯 났으며 걷는 걸음 걸음 마다 맨발로 젖은 슬리퍼 신고 돌아 다니면 나는 뽀드득 뽀드득 하는 소리들이 박자 맞춰 흘러 나왔다.

이젠 정말 이면 체면 가릴 입장이 아닌 거다


난 괜찮아 라는 노래 와는 달리 난 괜찮치가 않았다.

돌아 나온 길에서 다음 화장실 까지 열라 뛰면 이삼분 이면 충분 할것 같았다.

그러나 뛸수 없는 형편의 나는... 제정신일수 없었던 나는...한시간 같은 5분을 다리를 베베 꼬며 빠르게 걸어야 했다.최선을 다해서....

누가 봐도 몹시 뭔가 매려운 모양새로 말이다.


멀기만 했던 길을 뒤로 하고 나는 드디어 두번째 화장실에 도착 했다.

입구에서 동전 담는 접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화장실 담당 아줌니의 무언의 압박을 못이긴척 하고 젭싸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빈 화장실 문고리를 붙들고 있는 나는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 산악인 보다 더 뿌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곳에 온 이유에 충실히 임했다.거사를 끝내고 멀쩡한? 모습으로 문을 박차고 나온 내게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여유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동전 놓는 접시에 보통 50센트 짜리를 놓는다 그런데 오늘은 내 팍팍 쓴다는 느낌으로다 1유로 짜리를 놓았다.

나는 1유로짜리를 보고 화색이 도는 화장실 담당 아줌니의 당케 쉔 !감사합니다를 뒤로 하고 다정한 미소를 날리며 그자리를 떴다.

그 미소에는 손님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면 바로 들어 가서 그칸을 청소 해줄 아줌니에게 말로 남기지 못한 내 마음을 가득 담았다 "아줌니 고마워유 기절 하지 않으려면 조금 있다 들어 가유"

내생애 가장 긴박하고 길었던 순간 이였다.

글을 발행 하기 전... 오늘도 내글을 제일 먼저 읽어 주신 독자 0번 허당 김선생 께서는 "헤헤이 제목이 이게 뭐야,그토록 긴박하고 길었던 순간 이라니.

똥마려 죽을뻔한 날 아니고? 라는 말을 지껄이며 출현 욕심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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