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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19. 2021

갯마을 차차차 대신 그리스 크레타

프롤로그


어느덧 여름이 지나 독일은 가을이 깊어 가고 있었다.

문득 며칠이라도 좋으니 일상에서 뚝 떨어져 쉬고 싶다는 생각이 종이에 물 젖듯 스며들었다.

때마침 독일에서는 아이들 가을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느닷없이 찾아온 코로나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조마조마한 순간이 많았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확진자 수에 따라 길고 짧은 록다운을 반복하며 달라지는 때마다의 상황과 크고 작은 일상의 변화 들은 적응 하기에 가볍지도 쉽지도 않았다.

독일의 동네 병원인 우리 병원에서 코로나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PCR 테스트 센터로 보내고 뒤이어 확진이라는 결과를 받아 보는 것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을 때쯤 이였다. 난리도 아닌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네병원 백신 접종도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간다.

거기에 불안했던 남편의 녹내장 수술도 무사히 끝나고 회복도 잘 되었다.

연거푸 가파른 산을 쉼 없이 넘으며 헐떡이는 숨이 턱까지 찬 느낌이었다.

이젠 바람 솔솔 불어오는 바닷가에서 철퍼덕 주저앉아 아무 생각 없이 몸도 마음도 쉬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은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였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 독일에 앉아 서도 한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를 같은 날 시간만 다르게 시청할 수가 있다.

포항의 어느 마을에서 촬영을 했다는 그 드라마는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 하얀 파도가 넘실대고 빨간 등대가 보이는 바닷가의 예쁜 풍경만큼이나 알콩달콩한 주인공들의 티카 타카도 설렘 자체였다. 그러나 내겐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 속의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래서 매회 드라마를 볼 때마다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왠지 포항에 가면 공진이라는 바다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 눈앞에 나타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여화정 통장님네 횟집도 보라네 슈퍼와 주리네 카페도, 남숙 아줌마네 중국집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바다를 들여놓은 듯한 마당 툇마루에 앉아 정성으로 만든 집밥 한상 가득한 감리 할머니네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맛나고 푸짐한 집밥을 나누어 먹으며 어딘가 오버스럽고 시끄럽지만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면 하지 못할 참견질을 해대는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소박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고구마를 삶아 내고 옥수수를 쪄내어 나누어 먹는 포근한 장면들이 한동안 한국을 가지 못한 그리움에 밤고구마 한입에 동치미 한 사발 같은 진한 위로를 더해 주었다.

당장은 포항에 가볼 수 없으니 우리에게는 느낌이 비슷했던  그리스 크레타로 일주일간 가을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우리는 2015년 8월의 뜨거웠던 한여름의 크레타를 떠올리며(*궁금한 분들을 위해: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크레타 여행) 2021년 10월 어느 날 그리스 크레타로 훌쩍 떠났다. 그리고 그 여행 안에서 지진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반전 넘치는 여름 끝자락을 만났다.



P.S :바로 엊그제 휴가에서 돌아왔습니다. 이제 가을에 들어서려고 하는 햇빛 가득한 그리스 크레타와 이미 가을 색으로 게 물들어 있는 독일은 각기 다른 모습만큼이나 온도 차이가 납니다. 떠나올 때 크레타는 23도 24도 여도 햇빛이 강해서 더운 오전이었는데 도착한 독일의 오후는 흐린 날씨의 13도로 제법 쌀쌀한 날씨였어요 체감 온도는 10도가 아니라 20도 차이는 족히 나는 듯했지요.

아직 몸이 적응 중입니다. 거기다가 오는 날 아침에 넘어져서 오른팔을 조금 다쳤어요 다행히 부러지진 않았지만 당분간 압박 붕대를 감고 있어야 해서 글이 마음만큼 빠르게 올라가지 못할 예정입니다.

저희의 안부를 궁금해해 주신 박장근 애독자님 의 다정한 댓글에 보답하는 뜻으로 우선 여행 에세이 예고편 하나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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