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을 한다. 출근도 퇴근도 함께다. 그렇다 보니 일 끝나고 짬짬이 해야 하는 집안일들도 함께 할 때가 많다.
시장을 본다거나, 모아둔 종이, 병, 재활용 등의 분리수거 쓰레기들을 버린다거나 하는 살면서 누구나 해야 하는 자잘한 집안일들 말이다.
그러나 나눠서 해야 능률 면에서 효율 면에서 월등할 때는 각자 잘하는 것으로 같은 일을 두고 분업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빨래를 할 때는 요렇게 일을 나누어한다.
세탁물들을 색이나 옷감 등으로 분류해서 세탁기에 넣고 세탁물에 맞춰 세탁방법과 온도 탈수의 정도를 정하고 일정량의 세탁제를 넣고 돌리는 일은 내가 한다. 빨래 넣고 세탁기 돌리는 일이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고 세탁기가 알아서 하지 지가 하나 싶지만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다. 가령 세탁물을 색깔별 또는 종류별로 분류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넣어 한꺼번에 빨래를 하고 나면 하얀색 티셔츠가 핑크가 되어서 나오기도 하고 흰색 바지가 회색이 되어 나오기도 하며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인데 크기가 달라져서 나오기도 한다.
언젠가 남편은 본인이 즐겨 입던 니트 카디건과 내 니트 원피스를 다른 빨래 들과 함께 섞어 넣고 가장 세탁 시간이 긴 90도 삶는 빨래에 제일 강한 탈수 인 1400으로 돌려 버렸다.
세탁 시간이 늘어난 것은 접어 두고 라도...
남편의 카디건은 인형을 입히면 될 만큼 작아지고 마른오징어처럼 납작해져서 나왔고 나의 니트 원피스는 치마 부분인 하의가 상실되어 졸지에 배꼽티가 되어 나왔다.
니트로 만든 미니어처도 아니고....
그렇게 줄어 버린 안타까운 니트 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때부터 빨래를 하기 전에 세탁물 확인 분류하고 세탁방법 등을 정해 세탁기를 돌리는 일은 언제나 내 몫이다.
그다음은 남편 차례. 건조대에 젖은 빨래를 탈탈 털어 반듯반듯하게 널고 건조대에서 빨래가 다 마르면 마른빨래를 접어 정리하는 것은 남편이 주로 한다.
남편은 젖은 빨래를 줄 세워 널어 두는 것도 잘할 뿐만 아니라 마른빨래들 특히나 양말 짝을 맞춘다거나 티셔츠나 바지를 각 맞춰 개켜서 가족들 각자의 서랍에 정리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뭐 그러다 누구 것인지 헛갈려서 보기에도 손바닥 만한 딸내미 티셔츠가 내 옷 서랍에 들어가 떡하니 누워 있다 거나 큰아들의 운동복 바지가 막내의 서랍에 숨어들어가는 일이 종종 발생 하지만 말이다.
그것도 요즘은 큰아들과 딸내미가 각각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 빨래 내놓고 그 후로 보지 못했네 하는 일도 많지 않고 온 가족의 빨래가 빨래건조대에 나란히 걸릴 일도 자주 없지만 말이다.
남편이 빨래를 건조대에 널거나 마른빨래를 정리할 때 나는 주로 다림질을 한다.
요즘은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들을 자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옷도 시도 때도 없이 갈아입어야 해서 빨래도 늘고 다림질할 것들도 늘었다.
병원에서 일할 때 입는 가운도 자주 바꿔줘야 해서 그 의료 가운들의 세탁과 다림질은 아예 병원 근처 세탁소에 맡긴다.
널찍한 다림이 판 위로 올라가는 옷들은 주로 남편의 옷들이 많다.
내것은 주로 탈탈 털어 대충 다려 입으면 되는 티셔츠와 청바지 류인데 비해 남편은 구김이 잘 가는 남방셔츠와 면바지들이 많다. 언제나 디테일 한 다림질을 요하는 옷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