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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15. 2022

독일 사람들의 명이나물 사용법

명이나물의 독일 이름과 나오는 시기


독일에서는 명이 나물을 Bärlauch 곰파라고 부른다.

명이나물은 곰파라는 이름 외에도 특유의 짙은 마늘 향 덕분에 Waldknoblauch 야생 마늘, Knoblauchspinat 마늘 시금치, Hexenzwiebel 마녀 양파 등의 재미난 이름들로 불린다.

마트에서는 명이나물 Bärlauch을 삼 사월 사이에 반짝 몇 주 동안만 만날 수 있다.

명이나물이 마트에서 사라질 사월 중순에서 말쯤 되면 독일 사람들의 보양식인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이 되어 나오기 시작한다.

때문에 마트에서 명이나물을 만나면 아 이제 봄이 시작되었구나 머지않아 Spagelzeit 슈파겔 자이트 아스파라거스 철이 오는구나 하고 알게 된다.

그리고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갈 때쯤 6월 중순 정도가 되면 밭딸기가 제철이 되어 나오는 여름이 시작된다.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들쑥날쑥 변덕스러운 독일 날씨와 널뛰기하는 일교차로 가끔은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못 느끼고 지나가기도 하지만 이렇게 제철 먹거리들로 우리가 어느 계절 안에 있는지 저절로 알게 되고는 한다.



독일 숲에 들어가면 Bärlauch 명이나물이 밭처럼 펼쳐져 있는 곳들이 여기저기 있다

그곳에서는 삼월과 오월 사이에 공짜로 채취가 가능하다.

예전에 유학생 시절에는 아는 언니들 따라 숲에서 명이나물 뜯어다가 장아찌도 담고 김치도 담고 해물 넣은 파전을 붙여 먹기도 했었다.

명이나물 장아찌와 김치는 그 시절 주머니 가볍던 유학생들의 일용한 저장식품이 되어 주었고 특히나 한여름 그릴 철이 되면 노릇노릇 구운 삼겹살을 쌈 싸 먹기에 안성맞춤인 최고의 반찬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무 우거진 숲에서 명이나물을 찾아 채취하는 일은 그리 녹록하지 만은 않다. 우선 번지수 없는 숲에서 야생하고 있는 명이나물 밭을 찾아내야 하고 무더기로 있는 밭이라 해도 우리 할머니 나물 캐듯 싹쓸이?를 해서도 안된다.


 에는 숲을  아는 독일 사람들도 종종 헷갈려   있을 만큼  닮은 풀떼기들이 있다. 얼마나 닮았는고 하면 위키피디아 등에 명이나물과  닮은 독성 품은 도플갱어를 조심해야 한다는 구분 팁이 상세히 나와 있을 정도다.

그리고 너무 많은 양을 한 번에 채취하는 것은 독일 자연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

예전 독일 유학생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누구는 많은 양의 고사리 캐다가 또 누구는 많은 양의 명이나물 뜯다가 벌금을 왕창 물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어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말이다.



독일 사람들의 명이나물 사용법

명이나물이 마트에 들어올 때쯤이면 명이나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들어간 레시피들이 마트 사이트에 공지되고는 한다.

독일 사람들은 신선한 명이나물을 잘게 썰어서 샐러드에 바질 등의 허브처럼 넣어 먹기도 하고 페스토를 만들어 빵에 발라 먹기도 한다.

또는 빵이나 소시지를 만들 때 그 안에 넣어 만들기도 하고 명이나물을 넣고 반죽해서 손칼국수처럼 누들을 만들기도 하고 수프를 끓이기도 한다.

명이나물은 마늘 과에 속하고 비타민이 풍부하여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이다. 독일 사람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명이나물을 누구나 먹는 것은 아니다.

그 특유의 강한 마늘 향 때문이다. 건강식품이라는 것은 알고 이지만 마늘 냄새가 너무 강해서 먹기 힘들어하는 독일 사람들을 위해 명이 나물로 만든 알약도 있다.

그리고 신선한 생 명이나물보다는 마늘 향이 훨씬 적은 말린 명이나물 가루를 대체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명이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애용되는 사용법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페스토를 만들거나 버터와 오일을 만드는 것이 되겠다.

잠깐 제철 에만 만날 수 있는 명이나물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 이기 때문이다.

독일 사람들은 명이나물로 만든 페스토와 버터 그리고 오일을 과일 잼처럼 병이나 통에 잘 담고 예쁘게 포장해 선물을 하기도 한다.

명이 나물 페스토, 버터, 오일을 빵에 발라 먹기도 하고 삶은 누들 위에 얹거나 빵을 만들 때 그 속 안에 넣기도 한다.

그리고 그릴판에서 잘 구워 놓은 고기 또는 아스파라거스 같은 채소 위에 얹어 먹기도 한다.

신선한 명이나물이 일 년 내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철 잠깐 나온다.

두고 오래 먹기 위해 잘게 자른 명이나물을 얼음 칸에 넣고 얼려서 냉동 보관하기도 한다.

 



초간단
명이나물 된장 페스토

우리는 이번에 마트에서 명이나물을 사다가 올리브유 안에 넣어서 명이나물 오일도 만들고 페스토도 만들었다.

보통 독일 사람들의 명이나물 페스토 레시피 에는 치즈 가루도 들어가고 소금 후추도 들어가고 기호에 맞는 오일도 넣는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소금 후추 대신 된장을 넣고 치즈 대신 잣을 넣어 아주 마음에 드는 페스토를 만들었다.

이름 하여 명이나물 된장 페스토 여러분께 강추하는 바이다.

준비물:

명이나물 100g

잣 50g

올리브유 50ml

된장 1 큰 술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초간단하며 재료비도 착하다 모두 합쳐 4유로가 조금 넘었다. 5천 원의 행복 이라고나 할까?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명이나물을 물기 닦아 잘게 썰고 분량의 올리브유와 잣을 넣고 마지막으로 화룡점정 인 된장 한 스푼 넣고 믹서기를 돌리면 끝!

된장의 특유의 냄새는 명이나물이 잡아주고 명이나물의 자극적인 마늘 맛을 올리브유와 잣이 부드럽고 고급지게 받쳐 준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아주 그냥 굿이다!

그야말로 채소 들로만 만든 럭셔리 비건 페스토 다.

파스타 삶아서 함께 비벼 먹고 빵도 찍어 먹으니 베리 굿이다.

아무래도 몇 병 더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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