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자마자 코로나 테스트부터 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도 그동안 엄마 밥이 그리웠을 아이들을 위해 이곳저곳 마스크 쓰고 장을 보러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도 온 가족이 다 모였다는 뻐근한 행복감을 막지 못한다.
그 덕분에 설레는 마음으로 장을 보고 준비한 오늘의 메뉴는 세 아이 모두 좋아라 하는 갈비탕 되시겠다.
독일 마트에서 장보기 갈비탕 끓일 재료 준비
독일에서 갈비탕을 끓이려면 우선 소갈비와 무를 구하기 위해 큰 마트를 가야 한다.
집 앞에 있는 Netto, LIdl, 또는 ALDI 나 Penny 등 마트 안에 정육점이 없는 작은 마트에서는 갈비탕을 끓일 소갈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독일에서는 소갈비를 우리처럼 갈비찜 또는 탕으로 끓여 먹는 요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이 사람들은 소갈비를 무엇에 사용하는가 하면 주로 Suppenfleisch라고 해서 수프용 육수로 사용한다. 또는 소갈비를 오븐에 넣고 소스 발라 구워 내는 바비큐요리가 있기는 한데 그건 조금 스페셜 한 요리에 들어가서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집 근처 작은 마트에서는 갈비탕을 끓일 소갈비를 구하기 어렵다.
*사진출처:PNP
우선 REWE 또는 EDEKA 등의 큰 마트 안 에는 요렇게 생긴 정육점들이 들어가 있다.
그 안에서 소갈비를 구해야 하는데 살이 많이 붙어 있는 갈빗대를 구하려면 몇 군데를 돌아다녀야 할 때도 있다.
소갈비라고 다 같은 소갈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의 소갈비는 원래도 이렇게 기름이 고기보다 더 많은데..
이런 소갈비를 사면 이 밤이 새도록 기름을 걷어 내도 여전히 기름만 둥둥 뜰뿐 아니라 갈비탕을 끓여 놓으면 국물의 깊은 맛도 적고 고기가 없어서 먹을 게 없다.
* 사진출처:REWE
최소한 요정도는 고기가 붙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다른 부위의 고기를 추가해서 끓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갈비탕을 끓일 려면 무가 들어가야 하는데... 독일은모든 마트에서 무를 구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집 근처 작은 마트 들에서는 콜라비는 있어도 무는 없는 경우가 많다.
독일 사람들은 콜라비는 많이 먹어도 무는 안 먹어 봐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장 보고 마트 계산대에서 계산하려고 할 때 마트 직원도 무 Rettich의 이름을 몰라서 이게 이름이 뭐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 같으면 집 앞 슈퍼에서 무사고 동네 정육점에서 갈비탕 끓이게 고기 주세요 하면 알아서 척척 잘 주실 테지만 독일에서 한국음식을 해 먹으려면 이렇게 크고 작은 미션들이 기다린다.
무 사진출처:Rettich 'REX'
우쨌거나 마트에서 갈비탕 끓일 소갈비를 카트에 담고 요래 생긴 길쭉한 무를 담고 파도 두 종류를 담는다. 독일에서는 우리의 대파보다 진이 적게 나고 빳빳하지만 끓이면 맛은 비슷한 포레라는 큰 파가 있고 그보다 얇고 부드러운 라욱쯔비벨이라는 작은 파 가 있다. 두 가지를 사다가 큰 파는 갈비탕 끓일 때 넣고 작은 파는 다 끓여진 국에 넣어 먹을 때 사용한다.
갈비탕 익어가는 밤에..
갈비탕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다. 재료만 잘 선별해서 끓이면 특별한 손맛이나 노하우 없이도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비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보통 나는 갈비탕을 내일 먹으려면 그전날부터 준비를 한다. 이렇게...
장바구니에서 우선 갈비를 꺼내서 두세 시간 동안 찬물에 담가 두고 물 바꿔 줘 가면 핏물을 뺀다.
그렇게 핏물이 다 빠지고 여린 고기색을 내는 갈비를 끓는 물에 한번 끓여 내면 짙은 색의 거품이 몽글몽글 올라온다.
그 끓인 물을 버리고 갈비를 한번 헹궈 내고는 이제부터 본격 적으로 갈비탕 끓일 준비를 한다.
큰솥에 갈비 넣고 찬물 부어서 끓이면서 하얀 무 숭덩숭덩 넣고 초록색 파도 길게 썰어 넣고 동글동글한 통마늘 여섯일곱 쪽, 엄지 손가락 만한 생강 한쪽 , 그리고 통양파 하나, 사과 한 개 넣고 중간 불에 뭉근히 끓인다.
그렇게 갈비탕 끓일 준비를 하고 나면 어느새 밤 시간이 된다. 폭폭 하는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갈비탕 솥을 간간이 들여다보며 독일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한국 드라마를 켠다.
한동안 인터넷 검색어에 올라와 제목은 알고 있던 드라마였다.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이라는..
세월 좋아졌지 뭔가 독일에서 갈비탕 끓이며 얼마 전에 종영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니...
오랜만에 욕하면서 보는 게 이런 거구나... 를 경험하며 말이다.
비록 드라마에서였지만 멀쩡하게 생긴 남의 집 남정네들이 바람이 나는 장면들은 그간 잊은 줄 알고 있던 찰진 고향의 욕들이 저절로 튀어 나오게 했다.
갈비탕 국물 위로 뜨는 기름 건져 내며 이런 십장생... 솥뚜껑 닫으며 저런 조카 크레파스...
우리 집 갈비탕은 내 찰진 욕을 양념 삼아잘도 익어 간다.
그렇게 아침이 되면 끓여낸 갈비탕 위로 한겨울에 얼어 붇은 호수처럼 하얀 기름이 껴 있다.
그 기름을 찬찬히 걷어 내고 커다란 볼에 고기와 무를 건
그리고 국물에 남아 있던 마늘 , 생강, 양파 등을 체로 걸로 내고 나면 이렇게 식혜 같은 맑은 국물이 남는다.
따로 건져낸 갈빗살과 무를 먹기 좋게 납작하게 썰어서 국간장 3큰술에 참기름 2작은 술,소금1작은술,후추1/2 작은술 넣고 버무린다.
깨알 팁 1! 요때 갈비뼈와 고기 사이에 껴있는 지방 부위에서 적당히 기름기를 제거해 준다. 너무 다 걷어 내면 고기가 퍽퍽해지니 야들야들한 것은 조금 두고 투박한 지방만 덜어 낸다.
깨알 팁 2! 요렇게 잘 손질한 갈빗살과 갈빗대 그리고 무를 먹기 좋게 잘라 분량의 국간장과 참기름 소금 후추에 버무려 서는 다시 한소끔 끓여내면 각자 양념을 넣어 먹는 것보다 국이 진하다.
깨알 팁 3! 양념한 고기와 무를 넣고 한소끔 끓일 때 대파의 중간 부위를 넙적하게 썰어 함께 넣고 끓이다 먹기 전에 건져 내면 풍미가 더 좋아지고 먹을 때 파를 적게 넣어도 맛이 깨끗하다.
이렇게 갈비탕이 다 되면.. 잘 익은 배추김치 한 포기 썰어 내면 게임 끝이다.
초록의 파 송송 썰어 올리고 개나리꽃과 벚꽃을 닮은 노란색 흰색 계란지단을 붙여 봄을 담듯 갈비탕에 위로 올린다.
맛도 끝내주고 비주얼도 어여쁜 독일에서 끓이는 엄마표 갈비탕이 이렇게 탄생한다.
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가 아니라
한 그릇 갈비탕을 끓이기 위해 밤부터 울 엄마는 그렇게 바빴나 보다 되겠다.
아침으로 빵 보다 밥을 더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한국 드라마 보며 진하게 끓여낸 갈비탕에 밥 말아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행복이 뭐 별건가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들 둘러앉아 맛난 음식 나눠 먹으며 별거 아닌 이야기로 까르르 웃음꽃 필수 있는 이런 순간들이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이런 행복하고 소소한 순간들이 그때그때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차곡차곡 쌓여 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