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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21. 2021

남편의 더 주까 라볶이

젓가락을 멈출수 없는 매력


더먹고가에 빠진 부부

우리 부부가 요즘 함께 즐겨 보는 한국 예능 방송이 하나 있다.

사실 그 방송은 우리에게 예능 이라기보다 힐링에 가깝다.

왜냐하면 그 안에서 예전에 엄마가 뚝딱뚝딱 만들어 주던 우리의 집밥과 반찬들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덕 이라던가 머위 라던가 또는 창가에 널어 말린 우거지 라던가 처마 끝에 매달은 메주 라던가.. 오랜 세월 고향에서 떨어져 나와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이름 만으로도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제철 식재료들을 눈으로 나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방송의 이름은 더 먹고 가, 처음에 제목 만으로 언젠가부터 너튜브 등에서 유행하던 연예인들 먹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 보게 된 더 먹고 가 에서는 연예인들이 나와 먹는 장면들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씨를 뿌리고 나물을 캐고 맷돌에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고 하나하나 재료를 손질하고 다듬는다. 커다란 솥에 보글보글 국을 끓이고 조물조물 나물을 묻힌다. 그리고 직접 반죽한 만두피를 밀어 만두를 빚는다. 그 과정들이 가족들의 식탁을 준비하던 엄마를 닮았다. 엄마의 밥상처럼 정성 가득 품은 음식 들로 채워진 밥상은 때로 그 밥상을 받을 사람을 닮아있었고 또 때로는 잔잔한 위로를 담아 그곳에 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다독임 받는 그런 느낌이었다.


거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계신 임지호 셰프 님은 자연 요리가로 한국에서 유명한 분인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방송을 통해 처음 그분을 알았다. 물론 방송 만으로 사람을 다 알 수 없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그분의 꾸밈없는 웃음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 마음이 그대로 담긴 밥상에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 왔다.

무엇보다 우리 집에 더 먹고 가 가 준 가장 큰 영향은 임 셰프님의 새롭고 기발한 멋진 요리들과 소스들 그리고 어느 때는 숲이 되고 또 어느 때는 동백꽃밭이 되는 근사한 상차림뿐만이 아니라 남편이 무언가 요리를 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결혼 전 남편은 혼자 자취 생활을 오래 했던 사람이라 나름의 노하우로 뭐든 빠르게 만들어 내는 후딱 요리의 대가였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자기는 요리하는 법을 몽땅 잊어버렸노라며 버티기를 수십 년...

그간 남편이 주방에 서서 요리한 것은 정말 손으로 꼽을 만큼 집에서 좀처럼 요리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더먹고가를 보고 임 셰프님의 팬이 되고 나서부터는 자기도 주방에서 뭔가 자꾸 만들어 보고 싶은 느낌이 마구 든다고 했다. 장족의 발전이요 선한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땡큐 임 셰프님 나중에 한국에 놀러 가면 꼭 만나 뵙고 싶어요!)

그래서 오늘은 진짜 맛나게 먹었던 얼마 전 남편이 만들어 준 라볶이를 소개해 보려 한다.

임 세프님의 고품격 자연요리 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남편의 라볶이는 겁나 맛있었다.


맵기는 되게 매운데 자꾸 손이 가는 보기만 해도 침샘이 폭발하는 남편표 라볶이 지금부터 시작합니다요.


남편의 더 주까 라볶이 레시피


남편의 더 주까 라볶이 에는 양배추 한주먹, 파두 쪽, 양파 반개, 마늘 세 쪽, 고구마 큰 것 하나,

그리고 떡국떡 한 그릇, 라면 하나, 고추장 2스푼, 고춧가루 1스푼, 간장 1스푼, 참기름 1스푼, 물엿 1스푼,소금 작은 스푼, 후추 작은 스푼, 라면수프 3분의 1, 물 세 컵 이렇게 들어갑니다.

(라면은 면발이 좀 얇은 편인 안성탕면 같은 류가 더 맛난 것 같아요)


남편은 움푹한 프라이팬에 물 2컵에 썰어 놓은 채소들을 몽땅 넣고 고추장, 간장 등의 양념들을 풀어 밑국물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밑국물이 살짝 끓을 때 씻어 놓은 떡국떡을 넣고 익히다가

물 1컵을 더 추가하고는 라면을 넣었답니다.

(사진 찍는다고 옆에서 슬쩍 보고 있는데.. 아우 라면은 따로 익혀 건져서 넣어야지..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올 뻔했지만.. 깨알 팁이라고 옆에서 잔소리하면 그럼 네가 하세요 할까 봐 조용히 입 닫고 있었답니다 ㅋㅋㅋ)


남편의 넣는 순서 상관없다 일단 함께 넣고 맛난 게 끓여 먹는다고 말하는 것 같은 더 주까 라볶이는 정말 맛있었어요. 남편이 더 주까?라고 묻기도 전에 전자동으로 젓가락이 계속 움직일 만큼요.

매운 음식을 아주 잘 먹는 편이 못 되는 저이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 없었어요.

특히나 양배추와 고구마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떡국떡과 알맞게 익은 라면의 면발에 걸쭉하고 매콤한 국물이 입혀져 매워서 씁읍씁읍 후우 하면서도 자꾸 먹게 되더라고요.

주말 점심 메뉴로 라볶이 한 그릇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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