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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11. 2021

마음을 달래주는 근대 된장국

그거이 진짜 근대였어?


사람이 살면서 때로 이럴 때가 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서 보약이라도 한재 지어 먹어야 되나 싶을 때...

지난 주말이 그랬다.

생각해 보면 나는 참 단순한 사람이다. 마음이 힘들다가도 맛난 거 먹으면 다시 힘이 나고 속상한 일 있어도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고 열 받는 일 있어도 크게 한번 웃고 나면 잊어진다.

그러나 이런 단순하고 금세 에너지가 채워지는 스타일인 나도 연타로 터져 대는 일들에는 당해낼 제간이 없었나 보다.(혹시나 궁금한 분들을 위해 레알이야 놀래지 마)


그동안 코로나와 싸우며 여러 고비를 넘겼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와 그 가족이 코로나 확진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 우리 병원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그들을 걱정하면서도 병원 문 닫을 일은 없어야 할 텐데를 더 걱정해야 하는 이 상황이 마음을 많이 힘들게 했다.


이건 마치 피할 길 없는 곳에서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를 다 맞고 서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 보니 몸도 마음도 빨랫줄에 널어놓은 이불처럼 한없이 축축 늘어지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지 싶어 벌떡 일어나 가까운 마트로 시장을 보러 갔다. 사실 주중에 시장을 보아 두어서 특별히 살 것도 없었고 나리를 데리고 아침 산책도 이미 마친 상태라 움직임이 부족한 것도 아녔지만 아침내 분주히 날아다니던 새들의 맑은 지저귐도 더 듣고 아이들 먹일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몇 가지를 사서 들고 오면 몸도 마음도 조금은 더 힘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마트의 채소 칸과 과일 칸을 꼼꼼히 보다 아! 하며 반가이 짚어 든 망골트!

이탈리아 파스타 요리에도 종종 들어가고 샐러드 요리에도 자주 쓰이는 망골트를 나는 된장 풀어 근대 대신 근대국으로 끓여 먹고는 했다.


예전에 유학생일 적에 우리가 살던 학생 기숙사에 장금이 손으로 불리던 한국 언니가 계셨다.

어느 날 그 언니가 "근대국 뭔지 알지? 이거 된장 넣고 끓이면 제법 비슷해!"라며

무림의 고수가 애제자에게 온갖 잡일 시킨 후에 화룡점정 같은 마지막 비서를 건네듯 그렇게 망골트로 끓인 근대국을 내게 전수 해 주었다. 그언니 덕분에 나는 경상도 아낙인 엄마의 말린 새우 들어간 근대국이 그리울 때면 망골트 넣은 근대국을 끓여 먹고는 했다.

그리고 나도 남편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하는 노하우 레시피를 전해 주듯 가끔 만나게 되는 한국 새댁이 들에게 알려 주고는 했다.


그런데.. 마트에서 망골트를 가져다 끓인 국을 보고 아이들이 무엇이냐 묻자 한국의 근대라는 채소와 비슷한 거야 라고 이야기해 주다가 문득 검색이 해 보고 싶어 졌다.

이아이는 어떤 채소 종류에 들어 가나 하는 것을 알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 그런데 검색을 해 보니 망골트가 근대였다.

비트과의 하나인 망골트는 잎이 다른 여러 종류가 있었고 한국말로는 근대였다.

서양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소스 등에 넣어 먹고 있었으며 우리는 약 16세기 정도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나온다.

뭐여, 여적 근대 비슷한 맛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진짜 근대였잖아...

아 ~미안타 망골트 야! 네가 홍길동이도 아니건만.. 근대를 근대라 부르지 못했구나...

독일에서도 끓이는 근대국 레시피

준비할 재료.

먼저 채소 칸에서 망골트 1 한국에서는 근대 한 줌

집에 있는 국멸치 또는 마른 새우 아니면 조개 한 줌

다시마 한 장, 집된장 1큰술

국간장 1큰술 파, 마늘, 소금, 1작은술


끓는 물에 국멸치, 또는 말린 새우나 조개를 넣고 된장을 풀고 다시마 한 장 넣고 밑국물을 끓인다.

우리 집에는 말린 새우도 없고 국멸치가 똑떨어져 조개만 넣고 끓였지만 그래도 국물 맛이 맑고 개운했다.

밑국물이 어느 정도 끓여지고 나면 다시마를 건져 내고 다진 마늘과 국간장을 넣는다.

그리고는 길고 얇게 썰어 놓은 망골트, 근대를 국물에 넣고 작게 썰어둔 두부를 넣고 끓인다.

두부와 근대가 익어갈 무렵 파 넣고 솥뚜껑 살짝 닫은 체 불 끄면 그대로 근대국 끝!

요렇게 조개 들어간 맑은 근대국이 완성되면 볶음밥 하나 추가하고 깍두기나 오이김치 또는 총각김치 내면 주말 점심으로 훌륭하다.

집에 사다 놓은 새우가 있어서 감자, 양파, 호박에 소금, 후추, 굴소스 조금 넣어 볶다가 밥 넣고 계란 넣어 새우 볶음밥을 후딱 하니 만들었다.

다된 새우 볶음밥을 그릇에 담고 근대국 푸고 김치 한 가지면 행복한 주말 점심 완성!

기호에 따라 김가루를 뿌려도 맛난다.

물론 너무 뿌리면 김가루에 포위된 볶음밥 된다.

이렇게 아이들과 따근 하고 개운한 조개 맑은 근대국에 고소한 볶음밥 거기에 아삭한 총각김치 한입 먹으니 저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국안에서 누가 먼저 먹나 경쟁하듯 건져 먹고 쌓아 놓은 조개껍질도 예쁘다.

엄마가 끓여 주시던 그 깊고 사각사각한 근대국과는 다른 맛이지만 허기진 마음을 다독여 주기에는 충분했다.입안에 감켜드는 맑은 근대국 맛이 괜찮다 다 괜찮다고 이야기 해 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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