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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01. 2021

나를 위한 달콤한 아침

하와이안 토스트와 아메리카노


어쩌다 집에 막내와 멍뭉이 나리 이렇게 우리 셋만 달랑 남은 주말 아침이었다. 공휴일이어서 더 고요한 이른 아침에 우리 집 멍뭉이 나리와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다녀왔다.

아직 막내는 자고 있고 일찍 일어난 탓? 에 조금 출출하기도 해서 아침으로 뭘 먹으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런데...혼자 먹기 위해 무언가를 차려 내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뭐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이 나서 이것저것 만들어 주면서도 정작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그것도 혼자 먹으려고 만들려면 왠지 귀찮아 지기 때문이다.

나만을 위해 아침을 차려본 게 언제였던가?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내게 제일 야박한 사람은 나 자신 인지도 모르겠다.



집에 장 봐 둔 식재료들을 눈으로 훑다가 유효 기간 다 되어 가는 식빵 한 뭉치가 눈에 띄었다.

서랍장을 열어 보니 파인애플 통조림도 있고 냉장고를 열어 보니 슬라이스 햄과 피자치즈도 있다.

오케이~! 그래 그럼 오늘 간단하게 하와이안 토스트로 혼자만의 아침을 만끽해 볼까


하와이안 토스트는 식빵 두쪽, 통조림 또는 생과일 파인애플 두쪽, 슬라이스 햄 두쪽, 피자치즈 한 손 가득 요렇게 재료도 겁나 간단하고 만드는 방법은 더더 간단하다.

그런데 우리 집 남자들은 남편이나 아들들이나 익은 파인애플의 식감이 뭉클 하니 이상하다고 싫어한다.

얼마나 달달하니 맛나는데...

우리 집에서 하와이안 토스트를 만들면 유일하게 기뻐해 주는 사람이 울 딸내미 하나다.

그래서 딸내미가 집에 오면 간간히 만들어 주고는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잘 안 만들게 된다.


식빵 두장을 간단히 토스트 한 후에 그위에슬라이스 햄 한 장 얹고 또 그위에 파인애플 한 장 얹어서 피자 치즈 사정없이 뿌려 주고 예열한 오븐 180도 에 넣어 10분 구우면 끝.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있는가


오븐에서 바로 나온 하와이안 토스트의 자태는 때깔도 식욕 돋게 훌륭하다.

바삭한 식빵에 파프리카 담은 슬라이스 햄의 짭조름한 맛과 새콤달콤한 파인애플 맛이 더해지고 쭉쭉 늘어나는 치즈의 고소한감김 까지....

한입 베어문 토스트 와 한모금의 아메리카노 거기에 곁들여 듣는 Kenny G의 색소폰 연주는....

마치 파도치는 바닷가 에서 연주를 들으며 홀로 근사한 아침을 먹는 듯한 기분을 안겨 준다.


그런데..저곡의 이름이 뭐 더라..아주 익숙한 곡이라 저절로 콧노래가 따라 불러 지는데...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다.

우씨..뭐였지?..흐미 답답 한거....

살아온 세월 반백년이 넘고 부터는 예전에 좋아 하던 오랜된 영화의 제목 이라던가 즐겨 듣던 음악의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기억해 내려 애를 써야 할때가 종종 있다


장면 장면과 배우의 얼굴들은 또렷이 기억 나는데..오늘 처럼 그 음악은 저절로 흥얼거려 지는데...그놈의 이름이 .....퍼뜩 떠오르지가 않는다.


우짤고...에라 모르겠다 너튜브의 케니지 모음곡을 틀었는데 그 배경을 클릭 하니 수록된 전곡의 티틀 들이 줄줄이 나온다.

한참을 둘러 보니 아 그래 러브 스토리...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우의 70년대 영화 러브스토리의 타이틀 곡이다.

따라라라라 딴따라 라라라라 딴따 라라라라...(짠짜라 아님 주의) 흥얼 흥얼 콧노래 따라 나오는 멜로디..

이곡을 듣다 보면 어느덧 하얀 눈밭이 생각 나는 영화...

간질 간질 하며 보다 펑펑 울며 보던 그 오래된 청춘 영화를 떠올리며 내게도 있었던 20대를 떠올려 본다.


별것 아닌 일에 가슴 두근 거려 하고 맘속에 품고 있던 무슨 일이던 도전 하면 의심 없이 이루어 지리라 생각 하던...

크고 작은 모든 것에 쉽게 감동 하고 열정과 설렘이 가득하던 나의 무모하도록 상큼 했던 젊은날이 말이다.



지금 이순간이 지나고 나면...나의 오늘을..그때는 아직 내가 무모 하게 젊은 시절이였지...라며 떠올릴 때가 올른지도 모른다.(요즘 애창곡: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오늘이 가장 젊은날!)


이 멋진 모멘트를 남기기 위해 사진 몇 컷을 찍는다.

찍은 사진을 보니 왠지 내게 근사한 일을 해준 것 같아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사진 한 장을 김씨네 단톡 방에 올릴까? 하다 반응이 제일 빠르고 리얼 할 딸내미에게 먼저 보낸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오 너무 맛있게 생겼다 하고 톡이 온다.

나도 모르게 딸내미의 팔짝 뛰며 웃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 입고리가 올라간다.

나의 달콤한 아침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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