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May 22. 2021

딸이 차린 엄마의 생일 밥상

크림파스타 와 참치 치아바타

아무리 지랄같은 시기일 지라도
오늘 만큼은 다르기를..

"출퇴근을 자전거로 해봐 그리고 저녁에 맥주 한잔"

"명상도 도움이 되!"

"직원들 보너스를 주기로 했어"

"우리 직원들은 멘탈이 나가기 직전이야!"

"단체로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지경이야"

요즘 우리 동네 병원들 단톡 방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들이다.

며칠 전에는 동료 병원 원장쌤 에게 어느 환자가 독일의 쌍욕 중에 하나인 아쉴록 한국말로 직역 하자면 "야이 똥구멍 아!"를 날리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했다.

이욕은 아마 우리의 10새끼와 맞먹을듯 싶다.


이모든 것이 그눔의 코로나 백신 접종 때문이다.

독일 정부 에서는 백신 접종이 마치 어디나 통하는 프리패스 인것 마냥 광고를 해대고 있다.

물론 백신접종을 독려해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하고 하루 라도 빨리 집단면역 시스템이 갖춰 진다면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백신접종을 원할이 할수 있도록 동네 병원들에다 백신량을 제대로 공급 해주며 할일이 아니던가?

매주 동네 병원으로 백신 몇 병씩을 찔끔 찔끔 간신히 구호물자 배급해 주듯 나눠 주고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니네 백신 다 맞으면 레스토랑 이나 상점 갈때 신속 진단 테스트 안해도되, 휴가갈때도 자가격리 필요 없어, 사람들도 맘 놓고 만나도 되 어때?땡기지? 라고 부추겨 대고 있으니..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엄하게도

백신 없어 빨리 못놔주는 동네 병원에 그분풀이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우리 병원에서는 병원 문짝이나 벽을 발로 걷어 찬다거나 빨리 접종 안해주면 니들 죽을줄 알아 라며 협박을 날리며 폭력적으로 구는 환자들은 없었다.(동료 병원들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또는 묘하게 베베 꼬아 이야기 하는 사람은 널렸다.가령,

"왜 아직인데? 백신 접종 맞을수 있는건 확실해?"

" 아 띠발 기다리다 코로나 걸리겠네!"

" 대기자 명단에 이름 적은지가 언젠데..

니네 친한 사람들 먼저 해주는거 아니야?"


몇 년전 에 재미나게 보았던 쌈마이웨이 라는 드라마 에서 주인공 중에 한명이 콜센터 직원 으로 나온다.요즘 그어느때 보다 콜센터 상담 직원들의 고충을 감히 짐작 할수 있는 때라고 하겠다.

매일..

오늘은 어떤 사람을 상대 해도 끄떡 없는 멘탈을 주옵소서 가 기도 제목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지랄같은 시기일 지라도 오늘 만큼은 달랐으면 하는 날이 있다 오늘만큼은 말이다.



눈치 빠른 분들은 대략 눈치 채셨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나의 51번째 생일이다.

직장인의 생일은 주말이거나 공휴일이 아니고서야..생일이던 말던 출근 하고 일하고 퇴근 하고..... 평소와 다를게 하나도 없다.

단지,굳이 생일날 까지 기분 나쁜말을 시리즈로 듣는 다거나 쌍욕을 선물로 받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울엄마 에겐 여전히 금쪽 같은 존재 이며 내가족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니 말이다.

그러니 평소에 누구에게든지 가급적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건네도록 애쓰자.오늘이 혹시 당신이 모르는 그누군가의 생일 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다행히 근무 하는 동안 특별히 심한 말 을 서프라이즈로 받지는 않았다.

간간히 얼굴을 붉히고 기분 상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그정도 쯤이야 이제 일상이 되어서 하루 정도 빡치다 말 일이다.


병원 근무가 끝나고 늘 그러하듯 지친 몸과 마음은 무거워지고 배는 가벼워 져서는 집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자 마자 온집안 가득 맛난 냄새가 풍겨 오고 있었다.

일하고 와서 차려 먹는 밥상이 아니라 누군가 기다리며 준비한 밥상을 받는 기분이란....

기분 상해서 얼어 붙었던 마음이 찜질방에 앉은것 처럼 노골노골 하게 풀려 왔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 베를린의 기숙사에서 혼자 살고 있는 딸내미가 엄마 생일 이라고 집에 와서 지가 장봐다가 깜짝 생일 밥상을 준비했다.


딸내미가 만든 크림 파스타는 잘 삶아낸 스파게티 면을 올리브유 두른 팬에 소금 후추 로 간을 하고 허브 와 치즈 그리고 연유로 마무리한 부드럽게 감기는 고소한 맛이였다.텅비어 있던 뱃속에 말랑 한 위로가 칸칸이 채워 졌다.


냄새도 바삭하던 갗구워낸 치아바타 는 (바게트 보다 넙적한 이탈리아 빵) 뚜껑을 따뜻 윗쪽을 잘라 내고 그 안에 올리브유를 붇고 그위에 통조림 참치를 얻고 또 그위에 방울토마토와 모자렐라 치즈 를 얹어 오븐에 구워낸 후에 바질리쿰으로 모양을 냈다.

치아바타는 그야말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참치의 짭조름한맛과 치즈의 고소한맛 그리고 방울토마토의 단맛이 어우러지며 입안가득 행복함이 밀려 들었다.


닭튀기다 진통 와서 애 낳으러 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컸다고 엄마의 생일 상을 차려 내는 딸내미...그깜찍하고 예쁜 마음 덕분에 호사를 누린 엄마는 그어느생일날 보다 밝게 웃었다.

딸내미가 해준 치아바타 처럼 마음속 가득 위로가 켜켜이 쌓이던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위한 달콤한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