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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10. 2021

독일에서 먹는 반전의 불고기피자

이기 머선 일이고?


식구들 끼니에 매번 진심이라 밥때 되면 없던 힘도 생기는 엄마 라도 밥이 너무 하기 싫은 날이 있다.그날이 그랬다.

공휴일이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온다. 독일에서 비가 오는 공휴일엔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마트도 상점도 문을 열지 않고 땅이 질척거려 공원이나 숲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별로다.

그렇다고 정원에 무수히 자라고 있는 잡초 정리를 비 맞으며 할 수도 없고 이불빨래를 해다 뽀송하게 내다 수도 없다.


그럼에도 거를 수 없는 멍뭉이 나리 와의 산책은 우산 쓰고 다녀왔다.

샌드위치 만들어 식구들 아침을 먹이고 커피 한잔 하고 나니...

평일에 일하느라 소리 없이 밀려 쌓여 있던 집안일 들이쉬고 싶은 내 눈앞에 "너만 보인단 말이야" 하는 때 지난 드라마 OST 가 되어 알짱거린다.


그냥 눈 딱 감고 모른 척할 수도 있다만.. 후딱 하니 해치우고 나면 주말이 편안해지지 싶어 부지런히 움직였다. 주방에 어질러져 있던 서랍을 정리하고 유효기간 지난 식재료 들을 냉장고에서 꺼내 정리했다.



그렇게 뒤돌아 서니 또 점심때가 왔다.

김치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 뿌려 조물조물 무쳐 비빔국수 해서 시골 농사짓다 새참 먹듯 한 사발 먹었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먹는 김치 비빔국수는 언제나 진리다.

그렇게.. 오후가 되어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두 편 보고 나니 또 저녁 준비해야 할 시간이 슬슬 되어 간다.


달력의 빨간 날 공휴일은 뭐 한 것도 없이 시간은 어찌나 잘 가고 밥때는 또 으찌나 빨리 돌아오는지.... 평소의 두 배속이다.

아.. 밥 하기 싫다... 이럴 땐 눈치 100단인 남편이 "지가 한번 해보겠슈!"라는 말 대신에 "우리 뭐 시켜 먹을까?" 했다.

독일에서 배달 음식 시켜 보아야 빤한 몇 가지뿐이지만 뭐 어떤가 뭐든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남이 해준 건 다 맛날 테니 말이다.


어디다 뒀더라.. 지난번에 우편물 사이에 끼여 들어왔던 피자집 광고전단지....

평소에 관심 없어 구석에 놔뒀지만 유사시? 에 필요하면 써먹기 위해 버리지 않고 하나 챙겨뒀던 광고 전단지.

그 첫 페이지에....

코리아 바베큐 피자,태국 카레 피자 등 아시아 피자 이벤트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고향 떨어져 멀리 살다 보면 Korea 한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사뭋 다르다

보통의 운동 경기에서 와는 다르게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에 국제 경기에서 울려 퍼지는 애국가와 우리 선수 들을 볼 때 면 코끝이 찡하며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그런때  티브이를 통해 볼지라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하는 첫 소절에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져려오거나 울컥하는 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일일 게다.


이렇게....

물설고 말설은 남의 땅에 둥지를 틀고 살다 보면...

한국에서는 그 흔하디 흔한 라면에 냉동 만두 일지라도 독일 마트에서 만나면 친척을 본듯 반갑고 피자 광고 전단지 작게 씌여있는 코리아 라는 작은 글씨 라도 감으나 뜨나 비슷한 눈이 커지게 마련이다.


놀라운 맛을 품은 한국식 불고기피자
태국식 카레피자

피자 광고 전단지 에 써있던

코리안 비프 바베큐

오잉 그렇다면 이거 한국 불고기 피자라는 말인데..

보아하니 이벤트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케이 오늘의 저녁은 너로 하겠어...

우리는 그렇게 한국 불고기 피자와 태국 카레 피자를 라쥐로 시켰다. 모자라진 않겠지? 해가며...


마침내..우리 식탁 위에 올라온 따끈한 피자 통을 열며 나는 막내에게 “이게 한국식 불고기 피자래 우리 이렇게 시켜 먹으니 한국 에 온 것 같다 그렇지!” 해가며 어떻게 먹어야 맛나게 먹어 줄까나 를 고민했다.

우선 태국 카레 피자를 먹고 불고기 피자를 먹어야겠지 그래야 태국 피자가 남지 않겠지 해가며 맛난 건 나중에 라는 막내의 철칙에 따라 먼저 태국 카레 피자를 맛보았다.

카레맛이 그리 강하지도 않고 피망 블루 콜리 그리고 닭살 고기의 합이 잘 맞아 심심 한 맛이지만 기에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우리의 히든카드 불고기 피자를 한입 머금는 순간 나는 더 작아지기도 힘든 눈이 작아지며 미간에 주름이 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무슨 맛인가? 참으로 미묘했다.

우리의 일반적인 불고기 맛을 얹은 피자 맛을 상상했다가 나는 대략 난감해졌다.

불고기 피자의 첫맛은 매콤 했으며 씹을수록 달콤했으며 삼키면 입안 가득 시큼하고 짭조름했다.

이기 머선 일이고?대체 이 맛은 무엇이란 말인가?

다섯 가지 맛 오미에서 쓴맛을 제외한 네 가지 맛이 한 번에 다 출동해 있다니? 신기할 노릇 아니던가?


수많은 한국요리강습에서 한국요리 는 아는것도 먹어본것도 거의 없던 독일 사람들에게 요리강습을 할때도 이런 맛은 없었다

뭘까? 이 맛은?

나는 피자 좋아 하는 막내도 한조각 먹고 포기한 피자를.. 3조각을 먹었다 이 정체 불명 국적 알수없음의 불고기 피자를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했기에 맛이 요로코롬 인지 이유를 알길이 없었다.

순간 ..

그피자 가게에 뛰어가 이럴거면 앞에 코리아 좀 때주라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 거렸다.

 그집 주방에 가서 불고기는 어떤 요리인지

보여주고 강습이라도 해 줄까?하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고민을 했다.

아..밥 한번 하고 넘어가려다 입 맛 배리고 기분도 거시기 해진 눅눅한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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