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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23. 2022

수제맥주를 맛보는 독일식 돈가스 맛집

270년된 독일 양조장 크날휴테


부활절 연휴였던 지난 주말 베를린에 있는 딸내미가 집에 다니러 왔다.

모처럼 딸내미도 있겠다, 날씨도 좋아 우리는 오랜만에 외식을 하러 가기로 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독일식 고기 요리 위주로 하는 레스토랑들 중에 기왕이면 노천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래서 독일의 270년 된 맥주 양조장 이자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 맛집인 크날휴테를 가기로 했다.

크날휴테는 우리 옆동네인 바우나탈 시로 가는 아우토반에서 바로 찾아들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집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달리면 나온다.


이곳은 독일식 돈가스인 여러 종류의 슈니첼이 맛나다. 샐러드 종류도 있고 그달의 메뉴 도 있어 다양하게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거기다 맥주 양조장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이 동네에서만 나오는 동네 수제맥주도 즐길 수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동화스런 분위기도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을 만든 동화작가 그림형제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동네 이기 때문이다.

동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이 근처에 곳곳에 있고 특히나 크날휴테는 그림형제 에게도 특별한 장소다.


아우토반에서 바로 빠져나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제일 처음 만나지는 것이 알록달록한 색의 크날휴테의 전시장이다.

하늘이 파란 화창한 날이어서 화려한 색감을 입은 전시장 건물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작은 전시장 안에는 예전 양조장 내부를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건물은 마치 양조장과 식당을 찾아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 같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하얀 조약돌로 표시해 두었듯이 말이다.


이곳 양조장은 독일을 대표하는 동화 작가 그림형제에게 동화의 줄거리를 제공해 주었던 동화 이야기 아주머니 도로테아의 생가 다.

우리에게는 그림형제와 동화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도로테아 아주머니에 대해 서는 조금 생소하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유명한 분이다.

왼쪽 위쪽으로 가면 양조장과 사무실 그리고 레스토랑이 나온다 오른쪽 아랫길에 양조장 마켓이 있다.
안쪽으로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파는 마켓이 있다.
크날휴테라는 양조장의 어원과 마부 마차 마구간의 옛날 표시
도로테아를 기념하는 동화 산책로가 그녀가 세상을 등진지 200년이 된 2015년에 조성되었다 도로테아와 그 산책 로에 관한 설명

도로테아는 1755년 양조장과 여관을 하던 집의 딸로 태어났다.

이곳은 우리 조선 시대로 하자면 주막쯤 되었던 것 같다.

양조장으로 술을 사러 오는 사람들 그리고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던 기술자들, 마부들...

먼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그 덕분에 도로테아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전해 들었고 그 이야기들을 잘 외우고 있다가 그림형제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니 도로테아가 요즘 태어났다면 대박 난 미니시리즈의 원작 웹툰 작가쯤 되었으려나?


주차장 옆 전시장을 끼고 조금만 걸어 올라오면 오른편 아래쪽으로 맥주 마켓으로 가는 길이 나오고 왼편 위쪽으로 올라 가면 양조장과 사무실 그리고 레스토랑 가는 길이 나온다.

우리는 양조장 안마당에 있는 크날휴테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 중에 햇빛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날씨가 걷기에는 더없이 청명 했으나 그늘에 앉아 있으려니 서늘했기 때문이다.

그덕분에? 날씨좋은 주말 야외 자리를 골라 앉을수 있었다.


햇빛이 강해 조금 눈이 부셨지만 이 김에 광합성 실컷 하자고 허리 펴고 앉아 햇살 받으며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크날휴테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은 비 오지 않는 맑은 날 영상 16도부터 사용한다.
양조장 입구와 도로테아 동상

독일에서는 식사를 주문하기 전에 먼저 음료수를 시킨다.

딸내미는 오렌지 주스 막내는 콜라 남편은 무 알코올 맥주 나는 라들러 맥주.


음료를 시켜 놓고 우리는 각자 메뉴를 골랐다.

네 명이서 각각의 메뉴를 고르면 네 가지 맛을 골고루 나누어 먹을 수 있다.

큰아들도 있었다면 다섯 개의 메뉴를 함께 즐길 수 있었을 거다.

식구들 많은 것이 이런 장점들이 많다.

메뉴를 고르는 동안 음료가 나왔고

레스토랑 입구에도 문을 열면 바로 도로테아 동상이 나온다. 문 열다 깜놀
레스토랑 입구 작은 오픈 키친 양조장 맥주들을 종류 별로 따라 내리는 곳
크날 휴테 1752년 부터 라는 현판이 레스토랑 벽에 붙어 있고 2층 올라가는 벽면에 예전 양조장 모형을 데코로 사용 하고 있다.

남편의 돼지 목살 스테이크와 양파, 양송이, 베이컨, 감자 구이

나는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 위에 치즈 녹인 거에 양송이 소스 그리고 독일식 감자전

딸내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 중부 헤센주 스타일의 파와 햄이 들어간 크림소스가 올라간 슈니첼에 감자볶음

막내는 이달의 메뉴인 양파와 사과 크림소스 가 곁들여진 생선과 감자볶음을 골랐다.

샐러드도 곁다리로 나오고 메뉴는 보기에도 맛도 아주 흡족했다.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고기와 생선 사이에 고민하던 막내는 생선을 골랐고 나머지 가족이 세 가지나 고기 메뉴를 시켜 으니 나눠 먹으면 딱 좋다고 했는데...

막내의 생선이 비주얼도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달랐고 맛도 달랐다.


돼지 목살 스테이크 위에 구운 양파, 양송이, 베이컨, 그리고 허브 버터와 감자 구이
독일식  돈가스인 슈니첼 위에 햄과 파를 섞은 크림소스를 얹었고 감자볶음을 곁들여 냈다.

서로의 접시에 덜어 주며 맛본 막내의 생선 요리는 서프라이즈였다.

우리로 하면 중학교 2학년인 한참 잘 먹는 나이의 막내는 좋아하는 생선 요리임에도 어쩐지 소심하게 먹고 있었다.

내 접시에 덜어준 생선을 입에 넣는 순간 나는 "아 그랬구나!" 하고 바로 알게 되었다.

막내는 그래도 지가 골랐으니 어쩔 수 없다 싶었는지 아무 소리 없이 생선이 아니라 소스 위주로 먹고 있었다


엄마는 표정만 봐도 아이가 어떤 기분인지 알지 않은가

나는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남편에게 눈으로 사인을 보냈다 '무조건 오케이 해라!'

그리고는 “막내야 생선 너무 맛있다 아빠 그 생선 되게 좋아하는데 바꿔 먹으면 어떨까?" 했다

순간 남편의 어깨가 살짝 떨렸지만 남편은 그럼에도 호기롭게 이야기했다.

"그래 아빠 정말 좋아하는 생선이야 바꿔 먹자!"


메뉴판 에는 생선의 이름과 소스 그리고 곁들인 옵션 들에 대해 서만 적혀 있을 뿐 조리 방법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나오는 생선을 튀김옷 입혀서 튀긴 생선가스 또는 구워져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생선 요리는 껍데기만 홀라당 발라당 벗겨져서 찌기는 쪘다만 초자연적 비린 맛이 그대로 있었다.그 얄딱꾸리한 맛은 소스를 묻혀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독일 생선 요리에는 조림 이 없다. 굽거나 찌거나 튀겨서 소스를 얻는 식이다. 우리처럼 무깔고 파마늘 고춧가루 간장 양념 넣고 자작자작 조리면 비린 맛이 덜 할 텐데 생선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은 때에 따라 정말이지 먹기가 쉽지 않다.


남편은 입안 가득 비린 생선을 상큼한 맛이라도 되는 양, 깐느 레드카펫 밟게 생긴 리액션 으로 맛나게 먹는 고난이도 연기를 펼치며 눈으로 '나 잘했지!' 하는 사인을 보내왔다.

원래 생선을 잘 못 먹는 나는 내가 바꿔 주지는 못하고 애꿎은 남편에게 SOS를 보냈고 막내는 지입맛엔 이상한데 아빠는 맛있나 보다 참 취향 독특해 하는 표정으로 맛나게 고기를 먹어 치웠다.

나는 그런 남편을 보며 피식 피식 나오는 웃음을 갈무리 하며 '정말 잘했어 최고!' 하는 폭풍 칭찬을 눈을 찔금 거리며 아낌없이 되돌려 주었다.

남편은 맥주잔을 들어 짠 하고 부딫쳐 왔다 Prost! 프로스트 하며...프로스트 는 독일식 건배 다.

먹는 것에 진심인 막내 가 양것 먹을수 있도록 순진한 막내를 안심 시킨 것에 성공한 우리는 맥주잔을 부딫치며 우리만의 하이파이브 를 했다..

함께한 시간이 길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하는 게 많아 진다.


어쨌거나 남편은 얼떨결에 비린맛을 좋아하는 걸로...

서프라이즈가 있었으나 샐러드도 신선하고 고기도 맛나고 쌉싸름하고 투박한 시골 수제 맥주 맛도 끝내주고…

감사하게도 날씨가 좋아 오랜만에 야외에서 피크닉 하듯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큰아들이 빠져서 완전체는 아니었으나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는 언제나 행복하다. 그곳이 어디든 간에...

요 거이 그 문제의 생선 요리
슈니첼 위에 치즈를 녹이고 양송이 소스와 독일식 감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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