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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01. 2022

딸기 모종을 심고 7주 되면 생기는일.


올봄 우리는 이웃들이 자연보호 구역 같다고 애써 위로 해주던 심란스런 우리집 정원을 정리 했다.

꽃밭에 꽃을 심고 정원에 작은 채소 텃밭과 야심 차게 미니 딸기 밭도 일구 었다.

그간 짝퉁 농부로 이런 저런 농사 흉내를 내며 감자와 채소 과일들을 수확해 보았지만 딸기 만큼 은 매번 실패 했었다.


어느해는 너무 일찍 모종을 파종해 눈서리 맞아 자라나지 않았고 다른해는 날이 너무 빨리 더워져 사다 놓은 모종이 데친 나물 처럼 축 늘어진 상태로 심어 잎이 제대로 나지 않았으며 또 어느해는 하루 햇빛양이 너무 적은 곳에 심어 꽃도 제대로 피지 않고 사그러 들었다.

올해는 ...

따뜻하던 3월 어느날 잡초만 무성 하던 작고 길죽한 돌 화분 하나를 정리 해 정원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화분 가득 작고 여린 초록의 딸기 모종을 심었다.

심을 당시 만 해도 아담한 풀떼기 에 불과 했다.

몇 주 지나고 나니 딸기모종은…

봄날의 햇살을 가득 받고 간간이 내려 주던 빗물을 한껏 머금으며 쑥쑥 자라 났다.

그리고는

하얀색 꽃잎 끝에 핑크빛 물이 든 예쁜 꽃 망울들을 올망졸망 피워 냈다.

끊임없이 여린 새싹을 틔워 내며 말이다.



작고 여린 초록의 딸기 잎들이 굵고 커다란 짙은 초록색으로 자라나면 그 사이로 동그란 하얀 꽃들이 팝콘 터지듯 피어 난다.

그 하얀 꽃잎 에 분홍의 물이 들면 누군가 요술을 부리기라도 한것 처럼 꽃보다 어여쁜 연두빛깔의 딸기가 달리기 시작 한다.

요기 조기...


아침 저녁으로 꽃보다 예쁜 딸기를 들여다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바쁜 일상 이지만 어느때는 시간이 날아 가듯 흘러가 엊그제 주말이였는데 오늘 또 주말을 만나는 것 같다.

모종을 심은지 7주가 지났을 뿐인데 작지만 어떻게 보아도 딸기 모습을 한 미니 딸기가 생겼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쌔뜰쌔들 하던 식물도 만지면 살려 낸다는 그린 핑거인 친정엄마 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산다는 선인장도 집에 데려 오면 보내 버리는 블랙 핑거인 나는....

간혹 물주고 들여다 보는 것 외에는 특별히 수고 하지 않았는데도 어쩜 이리도 어여쁜 딸기 가 달렸나 싶은 연두색 딸기의 모습이 그저 감탄 스럽기만 하다.



콩알 만한 연두색 딸기를 보며 굵고 빨간 딸기가 되면 이 딸기로 뭘할까? 벌써 계획을 세워 본다.

딸기 케이크, 딸기 파이 ,딸기 머핀, 딸기 쨈, 딸기 쉐이크,딸기 샐러드,딸기 보울레,...

딸기로 할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 하다.

매일 출석 체크라도 하듯 이렇게 한참을 서서 미니 딸기밭을 구경 한다.

 

하얗게 피어난 꽃들과 작고 귀여운 연두색 딸기 위에 우산 같은 짙은 초록의 잎사귀들 그리고 그 밑에서 새록 새록 돋아 나는 우산을 접어 놓은듯 도르륵 말려 있는 옅은 색의 새순들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을 맴돌던 세상의 정신없는 소식들과 베사메 무쵸가 아닌 서류에 무쵸인 직장 일들이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 간다.

이 아담한 딸기밭은 깊은 산속 계곡에 흘러 내리는 물 소리 만큼이나 맑고 깨끗하게 마음을 울린다.

작고 귀여운 연두색 딸기가 빨갛고 굵은 딸기가 되기를 고대 하며 오랜만에 설레이는 기다림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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