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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17. 2022

독일 현대미술 전시회 카셀 도쿠멘타 15

100일간의 현대미술 축제가 시작된다.


우리가 한국에 놀러를 갈 때면 가족 친지들 뿐만 아니라 모르는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시장을 가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던...

마을버스나 전철 안에서 던...

갈 때마다 달라져 있는 한국의 상황은 우리를 늘 어리바리하게 했고 아이들의 어눌한 한국어는 우리에게 "어디서 왔어요? "질문을 자연스레 듣게 한다.


"독일에서 왔어요"라고 답하면 사람들은 꼭 "독일 어디요?"라고 다시 묻고는 했다.

요즘은 이민, 주재상사 직원,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교환학생 등등으로 해외에 나오는 일들이 많다 보니 사돈의 팔촌 아는 분들 중에 누가 독일 어느 지역에 있다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고는 한다.


그럴 때 "독일 카셀 이요"라고 하면 대부분 잘 모르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은 베를린 이나 프랑크푸르트 같은 대도시도 아니고 하이델베르크나 괴팅엔처럼 대학의 역사가 깊은 대학도시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셀은 근처의 작은 도시들이 위성도시처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헤센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옛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지 못해 명소가 많은 도시는 아니지만 곳곳에 멋진 곳들이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 도 하나 있다.

도쿠멘타 메인 전시관 프리드리치아눔 미술관
전시관 앞 가방,잠바 등을 맡기는 물품 보관소

한국에서 "독일 카셀 에 살아요" 하면 거기가 어디예요?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랑 같은 주에요 "라고 덧붙이고는 한다.

그럼에도 어쩌다 카셀을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다. "혹시 카셀 도쿠멘타 아세요?"라고 묻고 나면 아~! 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


그것이 바로...

5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 현대미술 축제인 카셀 도쿠멘타 다.

도쿠멘타 에는 그림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꽃인 비디오 아트,사진,조각,설치 등 다양한 현대 미술 장르의 작품들이 전시 된다.

카셀 도쿠멘타는 세계 3대 미술 전람회이지만 방문객 수가 이미 베니스 비엔날레를 넘어 선지 오래다.

지난 도쿠멘타에서는 100일 동안 세계 곳곳에서 백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카셀을 다녀 갔다.

하루 만 명이 넘는 인원이 카셀 전역에 거쳐 전시 되어 있는 미술 작품들을 보기 위해 다녔다는 이야기다.

15번째 카셀 도쿠멘타가 이번 주 토요일 이면 그 화려한 막을 연다.

이번 도쿠멘타는 코로나라는 시간을 지나 개최된 다는 것에 그 의미가 새롭다 하겠다.

정확히는 도쿠멘타는 5년에 한 번 열리는 덕분에? 코로나 직격탄을 면할 수 있었다.

2017년 14회 를 마치고 코로나 시국을 지나 아니 용케? 피해 위드 코로나 시기인 이번 해 차질 없이 개최된다는 것이 맞겠지만 말이다.

카셀 시내 중심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있다
노천 카페들...
카셀 시내 중심 화려한색상의 도쿠멘타 15 포스터가 붙어 있는 건물이 도쿠멘타 센타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도쿠멘타가 반가운 우리는 동료 병원들의 동료 의료인 들과 함께 15회 도쿠멘타의 오프닝 날인 토요일에 함께 관람을 다니기로 했다.

디데이인 토요일 아침에 도쿠멘타 메인 전시장 앞에서 만나 기로 약속했는데 그전에 표는 각자 구해서 만나기로 했다.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라 하는 우리는 티켓을 온라인으로 구매하지 않고 시내 도쿠멘타 센터로 직접 가보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나온 시내는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는 공휴일임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고 거리는 활기를 띠고 있었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우리 지역이 공휴일이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도쿠멘타의 영향이 크다 하겠다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작가들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도쿠멘타를 위해 미리 도착한 듯 보이는 갤러리 관계자들로 짐작되는 이들도 보였다.

오프닝 준비로 바쁜 스텝들과 각 전시장을 담당할 진행 요원들은 목에 명찰을 걸고 아직 오픈하지 않은 전시장 근처를 오가고 있었다.

어떻게 아느냐? 하면 나도 한때는 미술과 깊이 관련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독일 미대에서 서양 회화를 전공했다. 공부할 때만 해도 졸업하고 언젠가 작가로 도쿠멘타에 초대가 될 것이라는 암팡진 꿈을 꾸고 도쿠멘타에서 전시하는 것을 상상하고는 했었다.

그런데 세상만사 어디 상상 대로만 되던가? 현실은 결혼하고 아이들 줄줄이 낳아 키우다 보니 졸업도 간신히 하고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그렇게 작업을 지속하는 게 어려워지고.....

어느 순간 작가보다 전시 기획자로 전시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내가 꾸는 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로 본인의 작품을 가지고 전시회를 준비하는 것도 멋지지만 여러 작가의 좋은 작품들로 멋진 전시회를 기획하는 것 또한 근사한 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오래전 미술관 협회에서 일했다. 그러나 미술관에서 일하는 것은 아이 셋 키우며 하기에 근무 환경이 만만치 않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말도 통째로 반납해야 했고 기획전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

어느 주말에는 퇴근 시간 다된 시간에 남편이 아이들 데리고 미술관으로 오기도 했었다.

나는 내 수준에서는 꽤 오래 버티다 그만두었지만 아마 계속 일하고 있었다면 나도 저들 중에 한 명이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 병원에서 일하는 것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들으면 식겁하겠지만 말이다.


도쿠멘타 센터 입구

정오의 뜨끈한 햇빛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마치 바닷가에 있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시내 지만 낯선 곳에서 온 이들의 움직임이 전해 주는 설렘까지 얹어져서 마치 우리가 어디론가 놀러를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살고 있는 곳에서 여행객이 된 것 같은 새로운 느낌은 우리를 덩달아 들뜨게 했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에 망해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동네 스포츠 용품 센터가 이제는 제15회 도쿠멘타 센터로 다시 태어난 멋진 모습이 우리를 연신 감탄하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 스포츠 용 신발, 옷 그리고 내 조깅화 등을 사러 다녔던 스포츠 용품 센터 안은 넓고 환하게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티켓을 예매하기 전에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도쿠멘타 센터 한쪽에는 카페테리아도 있어 커피와 음료도 마실수 있고 넓은 공간에 쉴 수 있는 쉼터와 비디오 아트 감상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더 안으로 들어가서는 도쿠멘타 티켓을 판매하는 매표소가 바퀴 달린 이동용 매대로 설치되어 있었고 서점이 커다랗게 마련되어 있었다.

예전 도쿠멘타 때 메인 전시장 근처에 컨테이너를 설치해서 만들어 놨던 매표소 들과 서점에 비해 훨씬 쾌적하고 현대적 감각의 공간이었다.

2층에는 이용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따로 있었다.

그곳에서는 담당자들의 티브이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도처에서 들려오는 영어와 다른 외국어 들로 낼모레면 국제 현대 미술 축제 도쿠멘타가 열릴 것임을 실감케 했다.

15회 도쿠멘타 포스터, 팸플릿, 티셔츠, 신발, 열쇠고리, 엽서 ,카셀 소시지,맥주 등 지역 특산물 까지 다양한 도쿠멘타 굿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카셀 소시지,지역맥주.등등...다양한 도쿠멘타 15 굿즈들
도쿠멘타 15 원데이 티켓

우리는 이동형으로 만들어진 매표소에서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안내를 받았다.

원데이 티켓은 일반이 27유로 만 12세 미만은 공짜 우리 집 막내 같은 학생 할인은 19유로 다.

도쿠멘타는 6월 18일부터 9월 25일 오전 10시 부터 20시 까지 열린다.

그중 언제 든 하루 표를 사용하면 된다.

이 표 안에는 카셀 버스나 전철 등의 대중교통도 포함되어 있어 티켓을 사용하는 날에는 이표 한 장으로 미술 전시뿐만 아니라 카셀 안을 모두 공짜로 돌아다닐 수 있는 교통편도 제공된다는 이야기다.

(*거기다 티켓 하나당 독일이 추진하는 인도네시아 프로젝트에 1유로씩 기부된다.)


일반인 티켓이 한화로 약 3만 6천 원이어서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독일의 비싼 교통비를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하다.

우리는 도쿠멘타 원데이 티켓을 각자 27유로씩 주고 끊으려다 혹시나 막내와 함께 가고 싶어 60유로 들여 패밀리 티켓을 끊었다.

(*패밀리 티켓은 어른 둘 아이 셋 까지 가능한 티켓이다 )

엄빠와 다니는 것을 반겨하지 않는 사춘기 중2를 어떻게 꼬드기나? 가 관건이지만 말이다.

미리 예매한 티켓을 손에 들고 이틀남은 미술 축제를 기다리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여러 색의 마음이 켜켜이 담기는 공휴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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