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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01. 2022

독일 도둑은 휴가철을 좋아해

겁나 수상한 그녀


덥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였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우리 집 강아지 나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거실 복도 벽면에 걸어둔 액세서리 걸이에서 선글라스를 집어 들고 있는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문을 크게 열어젖힐 때 나는 소리였다.

방금 전까지 남편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막내는 2층 방에 있다.

식구들 중에 누가 나갔다 들어오며 내는 소리는 아니라는 거다.

본능 적으로 현관 앞으로 냅따 뛰며 소리쳤다.

"누구세요?"


독일 문은 아직 열쇠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열쇠를 꽂아 돌려 잠그고 열쇠로 문을 여는 아날로그 시스템이다.

좀 전에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들어 온후 곧 다시 나갈 거라 열쇠로 문을 잠가 두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 현관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 낯선 여인네는 우리 동네에서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몽타주였다.

가끔 서로의 정원에 대한 인사를 나누고 택배를 대신 받아 주고 라쿤이 지붕에 올라간 사진도 찍어 주는

친한 이웃 중에 하나가 아니라는 거다.

키 160이 조금 넘는 내가 내려다 볼만큼 작은 체구에 노란 티셔츠 검정 바지에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묵고 서 있던 그녀는 불시의 방문에 비해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지 손에 10유로짜리 지폐를 펼쳐 들고 있다는 것과 남의 집 현관문을 허락도 없이 열고 들어오려고 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나도 모르게 제법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뭐죠? 왜 남의 집에 들어 오려하고 있죠?"

난처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몸을 현관문 안과 밖의 중간쯤에 엉거주춤 거쳐 두고 서 있었다


나는 현관 안으로 반쯤 몸이 들어와 있는 그 낯선 여인네를 못마땅한 눈으로 쏘아보며

"나가 주세요 여기 가정집이에요. 이렇게 안으로 막 들어오시면 안 돼요!" 했다.



우리 집은 예전에 독일 식당을 했던 곳이다.

이사 온 직후에는 문을 두드려 나가 보면 여기 식당 아니냐며 묻는다거나 정원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와 식당 다시 열었느냐? 묻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사 들어온 지 햇수로 9년 되다 보니 이곳이 더 이상 식당이 아니고 가정집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런 질문을 해 오는 이도 그런 방문을 하는 이도 더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정집이라는 것을 다시금 이야기했던 거다.

그녀는 "미안합니다. 독일어를 못해요!"라는 말을 어눌하게 뱉으며 밖으로 몸을 빼내어 나갔다.

독일어를 못한다더니 나가 달라는 말은 어떻게 알아듣고?

나는 그녀의 방문이 겁나 수상했다.


그렇다고 독일 주택가에 낯선 사람들의 방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이웃집을 대신해서 택배를 받아 주겠느냐? 문의를 하는 택배회사 직원도 있고, 좋은 소식을 전한다며 종교 소식지를 손에 들고 2인 1조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또는 인터넷 어느 이동통신 회사를 사용하느냐? 앙케트 조사를 나왔다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주말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 모든 낯선 이들의 방문도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려서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열려 있다 해도 남의 현관문을 무조건 열어젖히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무지 수상하구나 하는 눈빛을 숨기지 않고 쳐다보며 "무슨 일이죠?"라고 물었다.

버벅 대는 척?하며 핸디에서 무언가를 찾는 척? 하던 그녀는 번역기를 돌리려나? 했던 내게

"크리스티안네?" 라며 마치 사람을 찾는 척 물었다.

나는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여기 살지 않아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네, 미안해요!"라고 했다.

아니 독일말 못 한다며?

나는 "당신 내 말 알아듣고 있는데!"라고 이야기했다.

그 순간 당황한 것이 역력한 그녀는 그때 까지 잡고 있던 현관문 한쪽을 놓치듯 던져 두고 꽁지가 빠지게 사라져 버렸다.


집안에서 듣고 있기에도 너무 수상하고 이상했던 남편이 현관문을 다시 열고 확인을 했더니 그녀는 다른 집이 아닌 저 멀리 다른 골목길로 빠르게 뛰듯이 가버리더란다.

만약 그녀가 누군가를 찾기 위해 이 집 저 집 방문을 했던 것이라면 옆집도 가보아야 하지 않는가?

수상 했다.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집에 사람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려다 들킨 것 같아 보였다.


이런 게 요즘 신종 수법 인가?싶어 휴가철 도난 범죄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아이들 여름방학도 시작했고 이웃들 중에도 휴가를 떠난 집들도 있고 아이들 친구들 중에도 휴가를 떠난 집들이 꽤 된다.

독일도 본격 적인 휴가철에 들어갔다.


몇 년 전 휴가철만 되면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털리는 집이 늘어나서 경찰청에서 직접 범죄 예방 캠페인을 나서기도 했다.

2017년 헤쎈 주 경찰청의 발표에 의하면 여름휴가철 빈집털이 범죄가 북부헤쎈 에서만 약 7백여 건이 접수되었고 그중에 3백여 건이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에서 벌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도둑들은 담벼락 또는 우편함에 다양한 비밀 표식으로 암호처럼 사용한다고 한다.


미리 여러 가지를 파악해 두고 예를 들어 우리의 ㅗ자와 비슷하게 생긴 표식은 혼자 사는 사람, 세모와 비슷하게 생긴 것은 여자 혼자 사는 집, W자를 흘려 쓴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그린 것 같기도 한 표식은 사나운 개, 물것 같은 개가 사는 집, T는 낮에 터는 게 가능한 집, M은 아침에만 터는 게 가능한 집, N은 밤에만 터는 게 가능한 집, 그리고 X 여기는 가져 갈게 있다 그리고 동그라미 안에 X 또는 아무것도 없는 동그라미는 여긴 가져갈 게 없다. 또 작은 동그라미가 포도알처럼 여러 개 그려진 것은 여기는 부자들 등의 표식이다. 사람이 있는 집인지 없는 집인지 훔쳐갈 것이 있는지 없는지 혼자 사는 집인지 여자 혼자만 살고 있는지 사나운 개가 있는지 낮에 훔치러 가야 할지, 밤에 훔치러 가야 할지, 아침에 훔치러 가야 할지 등 누군가 사전에다양한 것을 미리 파악하고 표식을 남기고 누구는 그것을 읽었을테니 팀 플레이 인가?


또 경찰청에서는 휴가철 빈집털이 범죄 예방을 위한 팁을 내어 놓았다.

1. 당신이 휴가 가기 전 절대 전화 녹음에 우리는 휴가 중이오니 따위의 메시지를 녹음해 두거나 SNS에 알리면 안 된다.

2. 우편물이 집 앞에 쌓이지 않게 누군가 우편물을 대신 수거하거나 우체국에 휴가기간 동안 보관하는 것을 신청해라.

3. 집안에 전등 한두 개를 시간 맞춰 켜질 수 있도록 맞혀 둔다.

4. 공항에서 여행용 가방에 다는 이름표에 주소를 정확히 적어 두지 않는다.

( 공항에서 여행용 가방에 쓰인 주소로도 도둑들의 빈집 털이 정보가 될 수 있다 한다)

5. 초인종을 떼어 놓고 간다. 그래야 초인종을 눌러 사람이 있다 없다를 파악하는 도둑들이 당신이 있는지 없는지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색을 하고 보니 궁금해졌다 우리 집 담벼락과 우편함 문짝 등에 그 도둑들이 서로 에게 보낸 다는 비밀 표식이 있나 없나 말이다

나는 벽면부터 우편함 구석구석을 매의 눈으로 살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형사들이 사건의 현장을 누비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증거를 찾을 때처럼.. 혹시나 뭔가가 그려져 있나? 를..

그러다 문득 묘한 것을 발견했다

우리 집 현관문 문고리는 동그란 나무로 되어 있다 그 안에 날카로운 것으로 긁은듯한 길게 그려진 x엑스가 그려져 있었다.

전에 없던 것이다 현관문 밖의 문고리 그쪽면은 특별히 무언가에 부딪쳐 긁힐 일이 거의 없는 곳이다.

동그라미 안에 x엑스 아하! 도둑들의 비밀 표식에 의하면 그 집엔 훔쳐 갈게 없다 소리 렸다.

뭐지? 의문의 일패 같은 왠지 모를 이 거시기 함은?

수상한 그녀는 진짜 도둑 중에 하나였을까? 미리 상황 파악을 끝내고 자기들 끼리의 비밀 표식을 해 두는 탐색조 또는 사전 답사반 뭐 그런건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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