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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an 10. 2017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


옛말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 말이 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20여 년 살아오면서

참 많이도 실감하는 말이다.

아이 셋을 키우며 오늘은 이래서 내일은 저래서  어제는 그래서... 

이래 저래 아이들에 관한 크고 작은 걱정거리 들을 
안고 사느라 자주

마음 한편이 무거워 지고는 했는데...

독일에서도
큰아이는 큰 걱정 작은 아이는 작은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 관한 걱정은 애들이 커갈수록 그 종류와 크기가 더 늘어 간다는

소리 이자, 사람이 살아가며 부모가 하는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포함하는 이야기 이 기도 한데, 자식에 대한 부모 마음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구나 싶다.

해가 바뀌어 새해가 시작된 요즘

나의 아이들을 향한 걱정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못해
동시다발 적이기 까지 하다.

마치 전원을 꺼놓았던 전화기 켜자마자 부재중 메시지가 밀려들어오듯

그렇게 말이다.

독일의 수능인 아비투어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아이는

다른 독일 아이들이 많이들 그러하듯 일 년간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앞으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찾기 위한 그런 시간을...

큰아이는 그것을 위해 그동안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를 몸소 실천하면서....

덕분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여러 번...

베를린에서 트럭 테러가 있던 날도
이번에 플로리다에서 총기사건이 터졌을

때도 모두 그 동네 있었다. 연락이 두절된 체...

그러나 아이는 흡사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녔음을 보여 주듯

이번엔 과테말라라는 생소한 나라로 스페인어를 배우러 떠났다.

과테말라 하면 치안 부제, 마약, 마피아,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들만 떠올리게 되는 엄마를 두고 말이다.


스무 살의 아들이 그간 여기저기서 받아 모아

두었던 장학금으로  짧은 시간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율 적인 곳으로 알아본 곳이 거기 하는데...

무턱대고? 위험한 동네로 보이니 가지 말라 할 수도 없고....

사실 여러 차례 엄마 아빠가 보태 줄 터이니

좀 더 가깝고 안전해 보이는 스페인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 했었지만.....

스페인에서는 같은 조건에도 훨씬 비싸고

영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스페인어가 빨리 늘기 힘들고.... 등등

지 나름의 계획이 확고하게 선 아들놈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여행용 배낭을 차곡차곡 챙기는 아이를 보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심란해하다.

아주 예전에 알게 된 분들이 과테말라에 계셨던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 그분들이 거기 계셨더랬지...

아이 혼자 보내야 하는 낯선 땅에

누군가 아는 분이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 놓는 것 같이
든든해져 갑작스레 연락을 드렸다.
예전에 과테말라의 시골 동네 la 어쩌고 하는

동네에 사셨던 것으로 기억나는 그분들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바로 우리 아이가 가려는 도시에 살고 계신단다.

순간 마음 한 자락이 스르륵 놓인다.

새벽 찬바람에 제키만 한 커다랗고 시꺼먼 배낭
하나 둘러 매고 집을 나서는 큰아이를

기차역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며

다 괜찮을 거야... 잘 다녀오겠지..라고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이번엔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딸내미가 농구를 하다가 다쳤다는 연락이 왔다.


엄마 걱정할까 봐...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고...

잘 있다고만 했던 아이는 MRI를 찍어야 한다 했다.

그 동네도 크리스마스 연휴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당장 비행기 타고 날아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괜찮을 거야.. 정말 급 했음 입원을 시켜 서라도

검사했겠지...

별거 아닌 게 아녀 보여서 뭘 찍어 보자는 거잖아?..

이렇게 기다리다 시간만 보내고 때를 놓친 거면

어쩌지?...

나는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아다 부쉈다를

반복해대는 아이처럼 답 안 나오는

생각 들을 무한 반복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며칠 전

아이는 MRI를 찍고 그 결과를 보내왔다.

한쪽 무릎은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다른 한쪽은 물렁뼈가

옆으로 틀어져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 결과다.

단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들어 있는 미국 의료보험으로는

수술을 할 수가 없다 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셋 중 하나

첫째 아이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아예 독일로 돌아온다.

둘째 아이가 학교에 병가를 내고 독일로 들어와서

수술하고 물리치료 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하던 거 마저 하고 온다.

셋째 아이의 다리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다 끝날 때까지 있다가 독일로 돌아 온후 수술을 한다.

셋 중 어느 것 하나도 선뜻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그곳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한참 재미있어하는 아이를 다 그만두고 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속상해 할게 뻔 하고....

아이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도 하지 못한체

끝날 때까지 있다가 오라고 하기에는 내가 병나기 직전이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그 긴 시간 비행기 타고 독일로 와서 수술하자고 하기도 불안하고

누울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는 멘붕의 시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지금 상황에서 최선이라 생각되는
두 번째 방법으로 결정하고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아이가 학교에 병가를 내고 머물고 있는 시골 마을에서

시카고로 거기서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비행구간과 비행시간 그리고 비행과 비행 사이 시간의 기다리는 시간 등을 알아보고 아이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다시 독일로 올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보고 맞추어 보았다.  

딸내미가 독일로 와서 수술과 필요한 치료를 모두 받고 , 돌아가 다시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끝낼수 있도록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선택한 결정 이다.

낼모레면 아이가 집으로 온다

그다음 날 바로 독일 병원에 가게 되겠지...

앞으로 수술도 해야 하고 물리치료도 받아야 할 것이고...
산 넘어 산 해야 할 일도 많고 지금보다

걱정거리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으나

엄마의 김밥이 제일 먼저 먹고 싶다는 아이의

원대로 재료 들을 준비해 놓으며
반년만에 딸내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수십 가지의 걱정거리가 떠돌며

수시로 복잡해 지는 마음을 잠시나마 잠재우게 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데....

뭐 이 정도야 별일도 아니지 라며

이미 한도 초과된 대범한척도 억지로 짜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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