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Feb 06. 2017

알렉스의 프러포즈 대작전


우리보다 연배는 조금 더 있지만 친한 친구 발터 아저씨 네가 오랫 만에  놀러를 왔다.

(독일에서는 위로 아래로 십 년 이상 나이 차이 가 있어도 친구 다.)

어쩐지 봄바람을 마주한 듯 설레어 보이는 발터 아저씨와 크리스티나 아주머니

를 보며 그동안 무슨 좋은 일 있었느냐 물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식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 들면 나이 든 대로

부모의 자식에 대한 걱정은 끝이 없는데 그런 부모의 마음은 독일 도 다르지 않다.

발터 아저씨 네는 딸내미들 세 자매를 두었다.

위로 두 딸은 벌써 결혼을 했고 아기 들도 있으며 첫째 사위는 고등학교 교사이고

둘째 사위는 영화배우다.

그런데 예전 우리말에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은 어려서부터

고집도 세고 조금 사차원 적인 데다가 시크 하셔서 남자 친구 비스꾸리 한 것도 없었다 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친구들 마저 하나둘 시집을 가고 나니 시간이 남아 도는 휴일 이면  

그저 아저씨네 집으로 달려와서는 사사건건 참견질?을 하며 아저씨, 아줌마의 혈압을 올리며

살고 있었다.


그러니 아줌마 아저씨는 평일은 그나마 직장을 다니느라 다른 동네 에서 떨어져 사니 좀 나은데

주말만 되면 셋째 딸내미 때문에 골머리였다.  

어느날 참다못한 아저씨가

"루이자 도대체 너는 이 좋은 날 왜 남자 도 안 만나니?" 라고 애절히 묻자

시크하신 셋째 는 한 마디로" 관심 없어"라며 아저씨를 기함하게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놀랍게도 말괄량이 애물단지? 셋째가 집으로 남자를 데려 왔더란다.  

그것도 그냥 성별만 남자 가 아니라 대단히 멀쩡한? 놈으로 다가

여기서 멀쩡 하다는 의미는 성격도 밝고 붙임성도 좋고 젠틀한 남자 라는 거다.

평소에 발터 아저씨는 자기네 막내 딸내미를 보며 

" 저 성격을 누가 받아 주려나...저거 아무나 데려가 주기만 한다면

그저 감사하다 .."라며 마치 우리네 아버지 들이 시집 가기전 딸내미 들에게 맘에 없는 소리 하듯 

그리 노래를 하고 있었다.그런데 놀랍게도 아무나 도 아닌

살갑기 이를 데 없는 멋지구리한 남자 친구를 턱 하니 데려오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발터 아저씨네 부부는 열렬히 환호했고 그동안 짬짬이 셋째에게 시달리던? 다른 식구 들 또한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식구들 모두가 두 사람 이 잘 되기를 매일 두 손 모아 기도 하던 어느날...


안 그래도 고맙기 그지 없는 세째의 남자 친구가 집으로 찾아와 정식으로 발터 아저씨 내외 에게 

따님과 결혼을 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느냐 물었다고 했다.

우리 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독일에서는 자기들끼리 결혼하기로 정하고 가족에게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그에 감동 받았던 발터 아저씨는 "나도 결혼 할때 우리 장인 장모님께 허락 같은 거 구한 적 없었는데 어떻게 키우면 이렇게 예의 있게 크나 몰라 "

라면서 입이 귀에 걸리셨다.

신이 나서 자랑 하시는 아저씨 모습에 나는 웃으며 "발터, 한국에서는 결혼하려면 당연히 먼저 부모님께 허락 부터 받아야 해요,무릎 꿇고 앉아서 말이죠 어떻게 보면 결혼 하려는 남자들 한테 여자친구 부모님께 허락 받으러 가는 것이 제일 어려운 첫 관문 중에 하나일 거에요"

라고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발터 아저씨가 남편을 쳐다보며 "오,,알고 보니 인간 승리자 였네!"

라고 이야기해서 다 같이 배꼽 잡고 한참을 웃었다.

웃다가 평소 궁금한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나는 이렇게 물었다.


"근데 그 남자 친구가 루이자에게 프러포즈는 준비한데요?

나는 한껏 기대에 찬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아저씨가 우리에게 들려줄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발터 아저씨는 인자한 웃음을 한껏 머금은 얼굴로 "그럼, 당연히 준비하고 있지,그것도 온 가족을 동원해서 펼칠 대작전 으로다.!"

"에? 온 가족을 요?"내가 짐짓 놀라며 묻자 

발터 아저씨는 무슨 첩보 영화에 나오는 기밀을 누설하듯 누가 들을 새로 목소리까지 낮추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 음 글쎄 말이야 , 알렉스가(그 집 셋째 예비사위) 며칠 전에 루이자 도 없이 혼자

온 가족을 소집했지 뭐야,그래서 첫째, 둘째 할 것 없이 모두

우리 집에 모였더랬어.다 모아 놓고 알렉스가 루이자 몰래 멋진 프러포즈를 준비하고 싶은데

가족들이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거야. 왜, 우리 둘째 사위 프랑크 가 영화배우잖아,그 녀석이 재주가 많아 그래서 멋진 시나리오를 짰지"


영화의 시나리오 같은 알렉스의 프로포즈 대작전은 이러했다.

발터 아저씨네 집에서 차로 조금만 가면 그림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배경이 되는 숲이 나온다. 

그 숲은 동화 속의 백설 공주와 난쟁이들이 정말 살았을 것 같 나무 숲길 들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 하나 그릴 파티도 할 수 있도록 탁자까지 놓여 있는 숲의 한쪽 구석을

셋째 딸의 남자 친구인 알렉스와 두 사위 들이 예쁜 초와 꽃으로 그들 만의 야외

프러포즈 장소로 꾸며 놓는다.

그리고 그 시간 이런 깜짝 이벤트가 준비 중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루이자와 모든 것을 알고 협조하고 있는 루이자의 엄마,두 언니 이렇게 여자들끼리 산책을 나와서 자연스럽게 숲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여자들이 숲에 도착하는 순간...

루이자는 저 도 모르는 사이에 꽃과 촛불에 둘러 쌓여 서 있게 되고 그순간 숲속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그집의 재주 많은 둘째 사위 프랑크가 알렉스의 프로포즈를 위한 멋진 선율의 바이올린 곡을 연주 한다. 


아름 다운 청혼곡을 배경 삼아 셋째 딸 루이자의 남자 친구 알렉스가

멋지구리 등장해서는 로맨틱하게 프러포즈를 한다는 영화 같은 계획이었다.

나는 아저씨에게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내가 더 설레고 신이 났다.(어머 지가 왜?)

물론  그 프러포즈가 시나리오 대로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그날 비가 오지 않아야 하고

언니 들과 루이자가 숲에 도착할 때 까지 촛불과 꽃 등의 이벤트 준비가 타이밍 맞게 딱 하고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언니들이 짬짬이 숲에 있는 형부들 에게 보내는 문자를 루이자는 끝내 

눈치채지 말아야 한다 (남의 이벤트에 걱정도 종류 별로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 산책을 가지 않고 집에서 책을 읽겠노라 루이자가 뻗대는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아주 고사를 지내라~~ㅋㅋㅋ)

어쨌거나 우리의 소중한 친구 발터 아저씨네가 그렇게도 원하고 바라던 셋째 딸 시집보내기가

드디어 이루어지게 생겼다 그것도 머지않아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랄도 커플로 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