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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an 30. 2017

지랄도 커플로 떤다?


부부는 살면서 닮아 간다고 이야기들 한다.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그와 라테를 좋아하는 내가 만나 

오랜 세월 함께 하다 보니 식성도 성격도 그밖에 다르던

습관들 또는 행동들 까지도 서로가 참 구석구석 

골고루 닮아 가고 있구나 싶어

수시로  깜짝깜짝 놀라고는 한다.

며칠 전의 일이다.

요즘 딸내미가 다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 마음 쓰일 일들이 

많아 그런지 원래도 좀? 정신없는 편인 나는 

미뤄 놓을 수 없는 강습 들과 학교 수업 들을 병행 하며 

용케도 그간 뜸 하던....

예를 들어 목에 걸고 있던 집 열쇠를 애타게

찾고 있다던가, 학교에 애 데리러 가야  할 시간에 깜빡하고 

레스토랑에서 허참 나게 차려 먹고 있다 미친 듯이 뛰어 나간다거나

등의 일련의 황당무계 한 생쇼를 

또 한 건 하고야 말았다.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는 막내의 학교에서 지난 금요일

아이들 행사가 있었다.

3학년 전체의 아이들이 댄스반, 합창반, 연극반으로 나뉘어 

정식 수업 시간에 과목으로 수업을 받고 있는데 

그 수업을 내용으로 한 공연이 금요일 아침에 있을 예정 이었다.

독일에서는 학교에서 이런 행사들이 있을 때

일치감치 장소와 시간 등이 자세히 적힌 가정통신문을 

나누어 주는데 다른 때와 달리 이번엔 

날짜와 준비할 아이들 의상만 적혀 있는

작은 통신문 한 장이 다 였다.

좀 이상하다 싶어 학부형 들끼리 학교에 알아 보고 먼저 

알게 되는 사람이 연락을 돌리 기로 했었다.

학교 에서 

부모가 참관하지 않는 학교 자체 행사라는 사실을 먼저 확인 한 

나는 

내가 연락해 주기로 한 페터 네로 전화를 해서 

그 엄마랑 이번 학교 행사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수다 끝에 

분명 그 엄마도 알고 있을 이번 토요일의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무슨 토요일?" 하는 거다.

오잉?... 뭔가가 잘못된 듯싶었다.

페터 엄마 라면 당연 알고 있어야 할 토요일 브런치를 그게 뭐냐고

되묻고 있다니...

급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묻고야 말았다.

"근데 누구세요?"


한참 통화를 하던 상대방이 근데 누구세요?라고 물어 온다면

그 상대방은 월매나 당황스러울까?

그 황당함을 몇 초에 침묵으로 갈무리한 상대방은

"어머 , 나 말테 엄마야"한다.

오마나.... 나는 당황스러움을 웃음으로 때우며

"미안해 내가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나 봐 페터네 전화 한 줄 알았어.."

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다, 그렇게 된 거이다...

그나마 다행히 같은 반 학부형 네 전화를 해서 머리에 꽃 꼿는건 면했다.

그럼 에도 쪽팔린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전화번호 끝자리 두 개 빼고

같은 번호였다 해도 실컷 이야기하다 다짜고짜

누구세요? 라니 ㅠㅠ

나의 황당 해프닝을 듣고 허리가 꺾이게 박장대소하던 남편도 

그 이틀 뒤 우린 부부 임을 인증하고야 말았다. 



누구세요? 사건 정확히 이틀 뒤 저녁 

친구네로 놀러 간 막내를 18시에 데리러 가야 하는데 

아직 저녁 준비가 덜 끝난 나는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콧평수를 넓히며 나름 애교 쩌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여보야.. 막내를 말테네서 6시에 찾아야 하는데 좀 다녀와 주면

안될까.?"

같이 가자고 하는 남편을 함께 움직이면 저녁이 너무 늦어진다고

달래어 혼자 보내며 

"그 집 어딘지 알지~?"라며

뜨나 감으나 매한가지인 두 눈을 깜박이며 가징 시런 러브를 날려 주었다.

눈치 있으신 분들은 감이 오셨겠지만.. 불과 이틀 전 

전화해서 생쇼를 했던 그 집에 막내가 놀러를 갔고 데리러 가기가 민망하던 

차에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떠맡기고? 룰루 랄라 저녁 준비를 마쳤다. 

그러다,막내를 데리고 온 남편에게 

"애들 재밌게 놀았데? 막내가 더 놀고 오겠다고 버틴진 않고?

그 집 엄마가 뭐 별 얘긴 없고?" 라며 아이들 이야기에 섞어 

혹시나 나의 누구세요?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나? 싶어 살짝 확인해 보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나는 급기야 남편의 한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애들 잘 놀았다 하고, 막내 버팅기지 않고 잘 따라왔고 

말테 생일 축하한다고 인사까지 하고 왔지~! 이번엔 애들

몇 명 초대 안 했나 봐 가니까 우리 애 밖에 없던데.. 벌써 다 찾아갔나 봐..."

"나 잘했지..."라는 듯이 씩~웃으며 전하는 남편에게 

"나는 염병하네.."라는 애정 어린 메시지를 담아 썩소를 날리며 

설명해 주었다. 

"여보야 말테 생일 담주 화요일 이야" 그 말에 남편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어쩐지.. 그 집 엄마가 내가 말테 생일 축하한다는 말에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헐.... 독일에서는 절대로 생일을 미리 축하하지 않는다. 

담주 화요일에 말테 생일 파티에 막내가 초대 되었다는 말을

오늘 생일 파티에 갔다고 알아들은 남편이 저지른 생쇼 였다.

그 엄마가 속으로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마누라는 전화해서 실컷 수다 떨다가 누구세요? 하지를 않나

남편은 생일도 안된 애를 붙들고 축하한다고 하지를 않나

아마도 지랄도 커플로 한다고 생각했으리라...

크허헉....쪽팔림에 마음은 지구 한 바퀴 돌고 온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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