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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23. 2023

만두를 빚다 보면 직업이 보인다?

한국요리 강습을 찾는…..


다양한 독일 수강생들


나는 독일의 문화센터에서 독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국요리 강습을 하는 강사다.

강습은 학기별로 계획되어 있고 2번 3번 연이어 세미나 하듯 시리즈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4시간짜리 한 번의 강습을 매주 또는 매달 정해진 스케줄에 한다.  


한번 강습하는 수강생의 수가 맥시멈 16명이다 보니 (가끔? 예외도 있다)

같은 16명과 함께 연이은 강습을 진행하면 다음 강습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차례가 빨리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단품 요리처럼 한 번의 강습을 자주 돌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요리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물론 게 중에는 맛나고 재밌는 한국요리 강습을 두 번 세 번 신청해서 오는 이들도 많다.

때문에 가급적 매번 다른 메뉴를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한국요리 강습에 수강생 들로는 그야말로 천차만별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지금까지 내 강습 중에 가장 어린 친구가 여기 나이로 6세 그리고 가장 연장자가 87세 셨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그 아이는 그날 요리강습을 신청한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아줄 베이비시터가 갑자기 아픈 바람에 맡길 사람이 없어 부모가 함께 데리고 온 케이스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도 다년간 아이들과 한국요리반 특별활동 교사로 일했었고 방학특강도 수년간 해 와서 아이들과 강습도 자신 있다.


그런데 아이들 강습 시간은 보통 아침 시간이나 낮시간이었지 저녁 시간은 이렇게 어린 친구는 처음이었고 또 아이가 또래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 속에 끼여 과연 재미있어할까? 싶어서 약간 걱정을 했다.

그런데 웬걸 언제든 아이가 피곤해하면 바로 귀가한다고 부모와 약속을 하고 시작한 강습에서 아이는 다른 어른들보다 더 재밌어했고 똘망 똘망하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거기다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직언도 내게 꿀잼을 선사했다.(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어른들은 맛이 없거나 맘에 드는 맛이 아녀도 예의상 뭐 괜찮네요 라는 말로 대강 넘어가기 마련인데 아이들은 솔직하다 제입에 맛이 있으면 있는 거고 이상하면 이상한 거다.


낼모레 90을 바라보시는 87세에 할아버지는 어찌나 정정하시던지 이때쯤 되면 귀가 잘 안들리시는 분도 많지 않은가

게다가 내 아무리 독일어를 좀 한다 해도 타고난 발음과 악센트가 있는데 조금 다른 내 독일어를 못 알아들으시면 어쩌나 했는데 말귀도 잘 알아들으시고 85세 생일 선물로 손녀에게 받은 한국요리 강습 상품권을 오늘에서야 쓰게 되었다며 기뻐하셨다.

그동안 팬데믹 상황 때문에 많은 것이 멈춰져 있기는 독일도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두번째 시간 메뉴는 조별로 만든 오이김치와  돼지불고기 쌈밥 한국에서 가져온 불판과 가스버너에서 지글지글 익혀
 각조별로 만든 쌈장 넣어 제대로 한입 ~크으 냄새 부터 끝내 준다고 난리 였다
마치 한국에서 직장동료들 회식 하는 분위기 지대로 였다

한국요리 단체강습


요리강습은 이렇게 연령대 성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또한 다양하다.

친구들 또는 가족들 직장동료들 등 다양한 작은 그룹들이 삼삼오오 모여 16명 한 팀이 되어 진행된다.

그런데 아예 팀을 만들어서 강습을 예약하는 단체강습도 자주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의 어떤 부서에서 단합대회 또는 친목을 다지기 위해 단체 강습을 신청한다.

서로를 더 자세히 알게 되고 그룹 간에 협력심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함께 요리하는 것 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단체 강습은 때로 독일 회사들에서 자주 하는 여름파티 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대신하는 명목이 될 수도 있고 회사 창립 기념 파티 명목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생일 파티나 결혼 전 처녀 총각 파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수많은 다채로운 직업군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수십 년 해오다 보니 이제 만두 빚는 것만 보아도 대략 그들의 직업이 나온다.


옛날 옛적 무릎이 닫기도 전에 알아맞힌다는 무르팍 도사도 아니요 요즘의 물어보살도 아니지만 방울이나 부채를 흔들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어디까지나 경험치에서 나오는 눈칫발로 말이다


고기 양념도 조별로 알아서 만두속 도 나눠 받은 식재료로 샐프로 만든다

며칠 전 강습은 미리 예약된 직장 단체팀이었다.

강습 안에서는 늘 세명 또는 네 명이 한 조를 이루는데 알아서 조를 짜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일이삼 권법으로 조를 만들었다.

일이삼 권법이 무엇인고 하니 보통 조를 짜라고 하면 직장 내에서 친한 사람들 위주로 하기 마련이라 다른 사람들과도 두루 친해질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삼육구 게임처럼 그 자리에서 돌아가며 순서대로 숫자 1,2,3, 을 외친다.

숫자 일을 외친 사람들은 모두 1조 숫자 2일 외친 사람들은 2조 이런 식이다.

강습 오자 마자 친한 사람들이 옆에 앉았을 터인데 이렇게 숫자 일이삼을 한 바퀴 돌리고 나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골고루 뒤섞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단체팀 안에는 채식주의 또는 완전 채식주의 인 비건도 없고 식품 알레르기 또한 없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했다 그리고 직장 동료 들이라는 것을 알고 메뉴를 짠 요리강습의 첫 시간이 만두였다.

요즘은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 영화 등의 케이 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음식을 먹어본 이들도 많고 유튜브 보고 따라 해 본 이들도 적잖이 강습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단체팀은 단 한 번도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강습을 통해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 보게 되는 거다 그야말로 신비한 모험이 되지 않겠는가?

보통 먹어 보기라도 한 음식들은 그 맛에 대한 상상이라도 가능하지만 머릿속으로 그려진 맛은 만들기도 수월한 법이다.

그런데 전혀 그 어떤 것도 사전정보 없이 강사가 보여주는 것과 설명만 듣고 처음 만들어 먹는 낯선 요리는 그들에게 특별한 요리가 될 것이다.

간고기에 두부,당면, 쑥주, 파 마늘 골고루 섞어 소금 후추 간하고 ...당면을 식가위로 숭덩 숭덩 썰며 재밌어 하는 독일 수강생들..

먼저 만두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재료에 대해 설명해 주고 직접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 빚는 것을 앞에서 시현해 주었다

다른 강습에서는 손바닥에 만두피를 올려놓고 만두소를 중앙에 얹어 만두피를 붙여서 돌아가며 접어 대면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보다 손놀림이 투박한 편인 독일 사람들 눈에 내가 만두를 얇상하고 예쁘게 빚는 모습은 감탄스러운 모습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팀은 오우 쫌 하는데 하는 눈빛으로 뚫어져라 내 손을 보기 바빴다

그때부터 약간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혹시..


요즘은 만들어진 냉동 만두도 맛있는 것이 많아 한국에서도 젊은 사람들 중에 만두 직접 안 빚어 먹고 사다 먹는 사람들 많을 테고 집에서 식구끼리 만두를 빚어 먹어도 모양이 다 달리 나오는데 독일 사람들이 머릿 털나고 생전 처음 만드는 만두는 오직 하겠는가 그래서 보통 강습 때 보면

같은 재료를 줘도 맛도 다양하고 모양도 각양각색의 만두가 탄생한다.

강습 안에서 질문은 언제든지 오케이 그러나 모든 조리 과정은 셀프로 해야 한다
독일 수강생들이 생전 처음 빚은 만두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 강습의 단체팀은 모든 조가 어찌나 만두를 잘 빚는지 깜짝 놀랐다

둘러보니 사람들의 손놀림이 예사 롭지 않았다.

강습하다 보면 게 중에 플로리스트 들도 있고 안경사들 또는 건축 설계사 등 다양한 기술직 종사자들을 만나고는 한다

그러면 대번에 아하!하고 골라낼 수가 있다.


잠깐 본 것뿐인데 저렇게 잘 만든다는 것은... 딱 하고 감히 올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필시 손을 쓰는 기술직 전문가 들일 것이다 하고 말이다.

해서 나는 “모두 한국 음식은 처음이라 했는데 이렇게 만두를 잘 빚는 팀은 아직 내 강습에 없었어”

“직장 동료 들이라고 했는데 혹시 기술 전문직?”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어떻게 알았느냐며 모두 넘어가게 웃으며 내게 비밀을 알려 주듯 말해 주었다

그 팀은 다름 아닌 치기공사 들이였다

즉 사람 몸에 쓰이는 작고 작은 치아에 관련된 것을 만드는 기술자 들이였다.

나는 "거봐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부채를 펴지 않아도 방울을 흔들지 않아도 요리를 함께 하다 보면 직업이 보인다.

만두속 만들어 빚고 노릇노릇 구워내고 간장 파마늘 고춧가루 식초 또는 참기름 넣어 양념장 만드는 것까지 해야해서 모두가 바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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