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모든 것이 처음엔 어색했다.
예전에는 그렇게도 혼자 잘하고 다녔건만 말이다.
이제는 준비가 필요하다 마음의 준비.
홀로 어디론가 나서기 전에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사실, 이게 그럴 일인가 말이다. 뭔대단한 일 한다고..
실없는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혼자 잘 해내고 있다 싶어 기특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샐프 칭찬을 듬뿍하다 문득 드는 생각...
어느새 늘 가족들과 함께인 것에 익숙해진 탓이다.
한국에 와서 중간에 만날 약속들이 계속 잡히다 보니 하루 종일 혼자인 적은 없다
그럼에도 홀로 카페에 앉아 사람들 구경할 시간도 있고 틈틈이 뭔가를 사러 다니기도 하며 홀로 커피를 마시며 글도 이렇게 쓸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에 만나지는 여유로움이 너무나 황홀하다.
물론 독일에서도 혼자인 시간은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한참 일하고 있어야 하는 평일 한낮에 홀로 광장시장에 오다니 말이다.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 외국인들 틈에 끼어 앉았다
빈대떡과 순대를 보기에도 먹음직 스런 빨간 떡볶이 국물에
꼭꼭 찍어 먹으며 아~이런 날도 있구나 싶어 감동이 밀려왔다
독일에서 이렇게 차려 먹으려면…
우선 떡볶이를 만들 떡볶이를 사러 아시아 식품점에 가야 하고 순대를 구하러
두 시간 반도 넘게 달려 프랑크푸르트 한인 식품점에 가야 한다.
거기다 요래 생긴 녹두전까지 먹으려면 동네 아시아 식품점에서 깐 녹두를 사다 담가 두고 고사리 불려두었다가…
불린 녹두 믹서기에 갈아서 고기와 고사리 파 섞고 기름 둘러 한 장 한 장 욜라리 붙여 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종류대로 시켜두고 손쉽게 입에
가져다 넣으려니 입안에서 행복의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독일에서 며칠 전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막 도착 했던 그날 보다 이젠 제법 추워졌다.
햇살이 퍼지고 바람이 불지 않고 있으면 괜찮은데 찬바람이 매섭게 불면 춥다.
따뜻하게 챙겨 입고 목도리까지 두르고는 굳이 배낭 안에 노트북도 눌러 담았다.
사실 돌아다닐 려면 무겁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짬짬이 글을 쓰려면 들고 다니는 것이 맞다.
어제 뜻하지 않게 약속 시간이 뒤로 밀려서 시간이 남았는데 아쉽게도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지 않아 글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의 카페에 앉아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구경 하며 자판을 누르고 있자니 잔잔한 설렘이
찻잔 가득 담긴다
지난여름 온 가족이 함께 한국에 왔을 때도 더웠지만 재미나고 행복했다.
그러나 내게 이런 시간은 주어 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썰고 다듬고 볶고 붙이고 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요거랑 조거랑 주세요 라는 한마디로 분식으로 점심을 먹고 한국말로 웅성 거리는 소리를 배경 삼아 시나몬 향 안은 커피를 홀짝이며.....
수없이 반짝이는 순간을 만나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