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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06. 2024

독일에서 가장 자주 만나지는 견종

오랜만에 루비를 만났다


우리 집 멍뭉이 나리와 하루에 세 번 이상 산책을 나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씨가 좋으나 그렇지 않으나 무조건이다


왜냐하면 독일에서는 모든 강아지가(질병으로 인한 경우 제외) 야외 배변을 하기 때문이다.

하루 세 번 이제는 습관이 되어 괜찮지만 처음엔 정말 쉽지 않았다.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 비벼 뜨고 비몽사몽 간에도 나리 데리고 출근 전에 한 바퀴 돌고

와야 한다.

점심시간에도 어김없이 산책을 나간다.

비바람에 천둥 번개가 쳐도 눈이 허벌라게 쌓였어도 뙤약볕에 머리가 벗겨지게 생겼어도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일과 끝나고 쉬다가 하품을 연거푸 하며 잠자리에 들었으면 싶을 때에도 여지없이 저녁 산책을 나가야 한다.


나리와 함께 동네방네 가지 않은 골목이 없고 안 가본 공원 없다 보니..

자연스레 하루에도 여러 반려견과 반려인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만난 강아지 중에 하나가 루비 다.


강아지와 산책을 다니다 보면 수시로 사방을 둘러보는 버릇이 생기게 된다

지나가는 길 앞쪽에 혹시라도 나리가 날름 하고 삼켜 버릴 빵쪼가리가 떨어져 있는지..길 건너편에서 씽씽이를 타고 냅따 속도를 내고 오는 어린 아이가 있는지...

저 멀리 옆쪽에서 낯선 강아지가 오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강아지를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 있는지 미리 살피게 되기 때문이다.


그날도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저 멀리 아래쪽에서 깡충 거리며 오고 있는 갈색의 강아지였다.

아이는 세발로 폴짝폴짝 뛰듯이 걷고 있었다

사진출처: www.thalia.de

점점 서로 간의 거리가 좁혀지나는 나리와 잠시 그자리에 멈춰 섰다.

새로운 강아지 친구 들만 보면 좋아서 정신  차리며 놀자고  나리가 혹시라도 갑자기 너무 가깝게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강아지에 따라 그렇게 드리 대는 것을 질겁하는 아이들도 있고 세발로 깡충거리듯 오고 있던 아이를 나리가 놀자고 뛰어오르다 혹여라도 넘어뜨릴 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조금 거리를 두고 마주 선 견주와 서로 강아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이름은 무언지 등등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알게  밝은 갈색의 강아지 이름은 루비.

보석 이름 루비와 같지만 견주가 강아지에게 붙인 루비라는 이름은 인기 있는 어린이판타지 책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녀가 처음 루비를 만났을 때 그 책 주인공 이름인 루비가 떠 올랐다고 했다.

언젠가 서점에서 그 시리즈 책의 표지를 보게 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녀가 루비에게 그 주인공 이름을 붙였는지 너무 잘 알겠어서 말이다.

강아지 루비는 동그랗고 순진한 눈에 길고 풍성한 갈색 머리칼을 가진 책 속 주인공 루비를 꼭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info Tierheim .de /독일 북부 헤센 에서 가장 큰 유기동물 센터 바우-마우 섬 입니다.
 사진 출처: bmt /유기동물 센터 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열린 동물 보호에 관한 특강



그렇게 우리는 종종 산책 나간 동네 골목길에서 루비와 라일라를 다시 만나고는 했다.

견주인 라일라는 루비를 티어하임에서 입양 했다고 한다.


래브라도어가 들어 있을 것이라 추정되고 아마도 2살이 넘었을 것이라는 루비는 나이도 부모견도 그리고 사연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독일에서 강아지를 입양할 때 열에 일곱은 유기동물 센터인 티어하임에서 입양을 한다.

게 중에는 저먼셰퍼드, 프렌치불도그, 보더콜리,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 오스트리안 핀셔 등등 특별한 견종을 브리더에게 입양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에 티어하임부터 들려

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우리는 나리 사진을 먼저 보아 버린 덕분에 더 이상 다른 곳을 염두에 둘 겨를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독일에서 가장 자주 만나지는 견종은 단언컨대 믹스견이다.

티어하임에서 입양된 강아지 들은 대부분이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등

다른 동유럽에서 버려진 아이들이고 믹스견이 많은 편이다.

때문에 그 아이들의 나이도 견종도 불확실하고 그 아이들이 겪었을 사연들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단지 어떤 아이는 사람을 무서워해서 멀찍이 서서 인사만 하고 가야 하는 경우도 만나지고 루비 같이 사람은 괜찮은데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만나게 된다.

라일라는 불가리아 거리에서 구조된 루비는 아마도 다른 강아지들에게 공격을 받았던 트라우마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지역신문 HNA  / 문 닫을뻔한 유기동물센터 후원 을 독려 하기 위한 칼럼 에서 발췌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놀라운 사실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산책을 다니다 보면 가족이 된 후에 사고 또는 지병으로 다리 수술을 받게 되어 네발이 아닌 세발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종종 만나고는 한다.

그래서 루비도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짐작했었다.


그런데 이야기하다 알게 된 사실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때는 산책하다 자주 만나게 되니 루비가 우리 나리를 보아도 더 이상 꿈틀 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 서 있으면 편안하게 웃음 지을 수 있을 때였다.


라일라가 말해 주었다 루비는 입양할 당시 이미 세발로 서 있었다고 말이다.

입양을 하고 나서 생긴 일이었어도 힘들었을 텐데.. 세상에나 입양 전에 그랬었구나..

그럼에도 입양을 했구나...

순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 깜짝 놀랐다.


평소, 세발로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단지 딛고 선 땅이 조금 적을 뿐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남의 일이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편협한 나와

마주 하고 보니 부끄러웠다.


내가 조금 놀란 듯 보였던지 라일라가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루비의 순진하고 깊은 갈색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우리는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이아이는 우리의 가족이 되겠구나 하고 말이죠"


그날...

어느가을 동네 시냇물 안에서 보았던 물안 가득 하던 못 먹는 밤 Kastanien 카스타니언 이 떠올랐다.

스쳐 가는 바람결에 나무에서 하나둘 떨어져 내려 가득 담긴 갈색의 카스타니언은 마치 물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루비가 원래부터 라일라네 가족 이였던것 같이 보였던 것 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겠구나.."라고 말하던 담담하던 라일라의 목소리가

내 맘속에도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딱 밤처럼 생겼지만 사람은 먹지 못하는 밤 카스타니언 독일에서는 가을 장식으로 쓰거나 아이들 만들기 소품으로 사용 합니다.그리고 멧돼지 등 동물 사료로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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